
여배우는 촬영장의 꽃과 같은 존재다. 앵글에 아름답게 비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사판 하나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여배우의 마음이리라.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벗고,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내려놓는 순간 배우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앤 해서웨이, 전지현, 나오미 왓츠, 손예진. 누가 보아도 '예쁘다'는 말이 나오는 이 여배우들의 진정한 매력이 2013년 상반기를 스크린에서 발현된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통해 처음 접한 앤 해서웨이는 누가 봐도 예쁜 여배우였다. 평범한 학생에서 한 순간에 일국의 공주가 된다는 설정과 사랑에 빠지는 그 모습까지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솟아났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똑 부러지는 매력녀로 변신하더니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캣우먼으로 섹시미까지 뽐냈다. 더 이상 무엇이 남았나 싶더니 '레미제라블'에서는 가히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꽃 같던 앤 해서웨이는 어디에도 없다. 뽀얀 피부는 더럽혀졌고 섹시미를 뽐내던 몸은 앙상하게 말랐다. 긴 머리마저 짧게 잘려나가는 앤 해서웨이의 모습은 꾸며진 전작의 모습보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누가 뭐래도 손예진은 멜로의 여왕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줄곧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해 온 손예진은 예쁜 첫사랑이었고, 미모의 작업녀였고, 빠져나올 수 없는 팜므파탈이었다. 그는 항상 작품 속의 꽃이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었다.
지난 달 개봉한 '타워'의 손예진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언제나 사랑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손예진은 대작 '타워'를 통해 많은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자리했다. 옷은 단벌이었고 얼굴에는 검은 칠을 달고 살았다. 영화 속 김상경과 러브라인이 있지만 이는 영화 한 가운데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손예진이 '타워'의 출연을 오래 망설였을 만도 하다.
출연까지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마음을 먹은 후 손예진은 거침이 없었다. 무너지는 건물 틈에서 배우들과 함께 굴렀고, 촬영이 끝나면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로맨스 영화의 '케미'를 포기한 그녀는 대신 많은 이들과 어우러지는 화합을 얻었다.
영국의 미녀배우 나오미 왓츠도 이제 엄마 연기가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때로는 지적이게 보이고 때로는 사랑스럽게 보이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나오미 왓츠는 재난 속에서 미모 대신 연기력을 뽐냈다.
2004년 아시아를 덮친 초대형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실화를 영화로 재구성한 '더 임파서블'은 예고편만으로도 당시의 참상이 절절히 느껴진다. 리얼한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나오미 왓츠는 엄청난 물살이 다가오는 수조에서 온갖 물건들이 떠내려 오는 위험한 촬영까지 감행했다.
영화 초반부터 큰 부상을 당하는 나오미 왓츠는 후반부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쇠약해진다. 낯빚은 검게 변하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온몸은 파리하다. 자신의 곁을 지키는 아들의 앞에서 눈가를 파르르 떨며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도 보인다. 그럼에도 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어느 영화보다 반짝인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을 처음 봤을 때 그 팔딱거리는 매력에 마음을 홀랑 빼앗겨버렸다. 싱그러운 매력으로 다가왔던 전지현이 이제는 연기에 깊이를 더했다.
솔직한 말로 '엽기적인 그녀' 이후 전지현의 영화 성적은 좋지 않았다. 전지현의 CF스타로서 이미지는 더욱 강렬해졌고, 영화 속 전지현은 관객들에게 큰 기대를 안기지 못했다. 그랬던 전지현이 '도둑들'로 배우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매끈하고 능숙한 와이어 액션에 능청까지 더하니 처음 그를 봤을 때의 신선함이 다시 살아났다.
지난 해 '도둑들'로 한 꺼풀 껍질을 벗은 전지현, 이번에는 '베를린'이다. 이중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는 통역관 련정희 역의 전지현은 수수한 외모와는 달리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증과 함께 기대감이 생기는 배우, 전지현도 그 단계를 밟고 있다.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등 쟁쟁한 배우들 중에서도 전지현을 언급하는 예비 관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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