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과 미아 바시코브스카(Mia Wasikowska).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한국의 명감독은 그녀의 장악력을 극찬했다. 그와 의기투합한 할리우드의 신성은 그의 섬세함에 혀를 내둘렀다.
박찬욱 감독과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21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영화 '스토커'(Stoker) 기자회견에 나란히 참석했다. 첫 할리우드 프로젝트 '스토커'를 선보인 박찬욱 감독과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처음 국내 언론과 마주하는 자리였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박찬욱 감독은 "낯선 땅에서 외롭고 한국 음식도 못 얻어먹는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영화가 만들어져 조국에 공개를 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첫 인사를 했다.
박찬욱 감독은 여주인공 인디아 역을 맡아 열연한 미아 바시코프스카에 대해 "연기를 과시하듯 자랑하듯이 하는 배우가 아니다"며 "언뜻 보아서는 화려하지 않고 그래서 심심할지 모르지만,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차츰차츰 쌓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고 극찬했다. "자기 역할만 보지 않고 전체를 보기에 샷마다 모든 걸 발휘하려 하는 대신 기다린다"는 설명과 함께.
"그렇게 절제해서 연기를 하니까 알고싶고 가까이 가고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가만히 있을수록 주목하게 되고. 그런 면에서 관객과의 게임에서 우위에 설 줄 알아요. 그 다음에는 눈동자를 몇 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주목을 끌어당기죠. 관객과의 밀당을 잘한다고요? 정확한 표현입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밝은 금발머리를 깡총하게 자르고 회견장에 나섰다. 진한 갈색 긴머리로 등장하는 '스토커'의 인디아와 전혀 다른 모습은 그녀의 '천의 얼굴'을 실감케 했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멋진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시작하기 전에 스토리보드를 통해 세세한 장면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먼저 보여주며 배우를 이해시키는 박 감독의 스타일은 그녀가 이전에 만난 감독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24살의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팀 버튼 감독과, '레스트리스'로 구스 반 산트 감독과 이미 호흡을 맞췄다.
"초기에는 통역을 하며 영화를 찍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죠. 하지만 며칠 지나니 전혀 통역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너무 자연스러워 놀라웠죠. 박 감독님의 스타일에서 특히 감동했던 점은 섬세한 디테일이에요. 오랜 시간 생각해 이미지나 은유를 만들어내시죠. 독특한 장면이 나오고 그것이 스토리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며 이것이 바로 박찬욱 감독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토커'는 18살 생일날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 스토커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다. 박찬욱 감독은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가 각본을 쓴 스토커 가(家)의 이야기에 고유의 향취를 듬뿍 불어넣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99분 내내 기묘하고 음울하며 관능적인 기운이 감돈다.
참여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인디아의 어머니는 미녀스타 니콜 키드먼, 엉클 찰리는 영국 미남배우 매튜 구드다. '블랙 스완'의 클린트 멘셀이 음악을 맡았으며, 박 감독이 "어려서부터 숭배하다시피 존경했던" 현대 음악의 거장 필립 그레스가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올드보이', '박쥐' 등 박찬욱 감독과 연이은 작업으로 긴 인연을 맺어 온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포스터를 촬영한 매리 엘런 마크는 박찬욱 감독이 평소 좋아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고. 주제곡을 부른 에밀리 웰스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발굴했다. 그녀가 읊조리는 '비컴스 더 컬러'(Becomes the Color)는 영화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동시에 분위기를 대변한다.
공개 이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은 대중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스토커'는 오는 28일 한국 개봉을 앞뒀다. 미국에서는 다음달 1일 5개 도시를 시작으로 순차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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