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18禁, 영등위 vs 영화계 갈등 심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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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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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와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연애의 온도' '런닝맨' 등 상업영화들이 잇따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영등위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


영등위는 지난 12일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모터스'를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정해 영화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홀리모터스'는 프랑스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이 13년만에 내놓은 장편으로 세계 영화계 주목을 끈 작품.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뿐 더러 프랑스 영화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올해의 영화 톱1에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초청돼 국내팬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등위는 '홀리모터스'에 성기노출 장면 등을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국내에 제한상영가 전용극장이 없는 만큼 사실상 영화 개봉을 금지한 셈이다. 결국 '홀리모터스' 수입사측은 일부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21일 개봉한 '연애의 온도'는 영등위로부터 선정적,폭력적 부분이 일부 자극적으로 표현되고 대사가 거친 욕설과 비속어, 선정적 내용이 반복돼 청소년이 관람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연애의 온도'에 잦은 흡연 장면과 욕설 등을 특히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애의 온도' 측은 일부 장면을 편집해 재심의를 받았으나 다시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았다.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은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영화 관람 기회 자체를 막는 건 폭력적인 일"이라고 반발했다.


4월4일 개봉을 앞둔 신하균 주연 영화 '런닝맨'도 폭력성 및 공포(신체손괴와 살인), 모방위험 등이 높고 대사표현(욕설과 비속어 사용)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영화사 측은 "15세 이상 관람해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런닝맨' 측은 일부 장면을 편집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영화계에선 최근 영등위가 과거보다 한층 보수적인 잣대로 심사를 하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맥락 없이 일부 장면만 집착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최현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문서상으로 아무리 기준을 정해도 사실 모두를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며 "현재는 정도를 단계적으로 표시해저 정량적 등급분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최종적으로는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해치게 된다"고 밝혔다.


독립영화계 반발은 더욱 심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라이온 상을 수상한 전규환 감독의 '무게'는 성기 노출, 시간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여전히 국내에서 상영할 수 없는 상태다.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이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 취소 행정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영화 '줄탁동시'와 '죽어도 좋아'도 재편집 과정을 거쳐야했다. 성기 노출과 선정성이 문제였다. 노부부의 오럴섹스와 성기 노출, 7분간의 롱테이크 정사신이 문제였다. '줄탁동시'가 성기노출을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자 문화연대 등 단체들은 제한상영사의 불합리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선 감독은 "영화에 중요한 장면에 대해서 예술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행위에만 집중하는 건 전근대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김선 감독은 "영등위가 '자가당착'에 대해 풍자는 가능하나 지나친 풍자는 안된다고 했다"며 "지나친 풍자 기준 자체가 모호하지 않나"고 반박했다.


이지연 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제한상영가라는 희한한 등급 규정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문제제기를 했지만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화계 반발에 대해 영등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영화계 요청에 따라 지난해 한 달 가량 걸리던 등급 심의 과정을 10일 이내로 줄인데다가 심의 조항도 기존 37개에서 117개로 대폭 늘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안치완 영등위 정책홍보부 부장은 "영등위는 검열기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등급분류 제도는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심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문제가 된 해당 작품들은 정확한 기준에 의해 결정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등위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화계는 영등위의 등급 결정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등급 분류가 민간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예술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특히 제한상영가 판정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인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주도의 등급분류에서 민간 주도의 자율등급분류 방식으로의 변화를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등위는 한국영화는 10분당 7만원, 외국영화는 10분당 12만원의 심의비용을 받는다. 이런 비용이 영등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지난해 영등위는 1002편의 영화를 등급 분류했다. 등급을 결정하는 위원들 특히 영화 위원들은 현재 7명으로 1년 임기를 가지며 공모로 뽑는다. 영화계에선 영화산업이 점점 커지는 만큼 등급 분류를 하는 기관도 그에 맞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영등위 세계 영상물 등급분류 기구 현황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현재 민간 자율기구로 등급결정이 이뤄지며 프랑스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은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이 맡는다. 대부분 나라가 청소년 보호를 등급분류 목적으로 내세운다.


최현용 사무국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민간 주로의 자율등급 분류 방식과 관련해 상반기 중에 공론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1억 관객시대, 영등위가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함께 발을 맞출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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