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한국 공포영화가 돌아온다. 여름 블록버스터에 밀려 근근이 개봉하며 겨우 명맥을 잇는데 그쳤던 한국 공포영화가 올해 여름을 맞아 속속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부터 19금 공포물 '꼭두각시'(감독 권영락), 공포 스릴러 '더 웹툰:예고살인'(감독 김용균)과 '닥터'(감독 김성홍)까지, 공포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이들의 뚝심있는 신작들이다. 한국 공포영화는 부활할 수 있을까.
오는 6월 5일 개봉하는 '무서운 이야기2'는 지난해 1편에 이은 공포물 연작. 절벽에서 조난당한 두 친구의 이야기 '절벽'(감독 김성호), 교통사고를 당한 뒤 저승과 이승의 중간에 갇힌 세 여대생들의 여행괴담 '사고'(감독 김휘), 엘리베이터 괴담을 따라하다 지옥 입구에 갇히고 만 교생 선생님 이야기 '탈출'(감독 정범식),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건을 파헤치며 벌어진 괴담 '444'(감독 민규동)로 구성됐다. 성준, 이수혁, 백진희, 김슬기, 이세영, 고경표, 김지원 등 핫한 신세대 스타들이 포진했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았던 1편과 달리 '무서운 이야기2'는 15세이상 관람가를 목표로 막바지 후반 작업 중이다.
6월 말 개봉하는 '더 웹툰: 예고살인'은 인기 웹툰 작가의 미공개 웹툰과 똑같은 연쇄 살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밝혀지는 비밀을 그린 공포 스릴러. '복싱퀸' 이시영은 살인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인기 공포 웹툰 작가 지윤 역을 맡아 처음으로 호러퀸에 도전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배우 엄기준이 연쇄살인을 파헤치는 형사로 분했다. 요새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웹툰 그 자체를 영화 소재로 차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웹툰의 이미지와 영화 속 인물이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공포심을 자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꼭두각시'는 알 수 없는 환영을 보는 여인과 그녀에게 위험한 최면을 거는 의사의 파국을 담은 작품. 무의식을 조종하는 위험한 최면술을 공포 스릴러에 접목시켰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일찌감치 내걸었을 만큼 과감하고도 자극적인 공포감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종수, 레이싱걸 출신 구지성 등이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닥터' 또한 6월 20일 개봉을 결정했다. 젊은 부인의 외도를 목격한 성형외과 의사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본능을 드러내며 살인 행각을 벌인다는 공포 스릴러물이다. 평범한 중년 가장 캐릭터로 활약해 온 김창완이 중증 사이코패스로 분해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젊은 아내로는 배소은이 출연한다. 성형외과의라는 직업을 십분 살린 잔혹하고도 섬뜩한 행각이 슬래셔무비를 연상시킨다는 후문이다.
여름 시즌 블록버스터 틈새시장에서 장르 팬들의 지지를 얻었던 한국 공포영화는 한때 '여고괴담' 시리즈, '폰', '장화홍련' 등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승승장구했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깜짝 흥행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도 공포영화의 장점이었다. 여러 신인 스타와 감독들이 공포영화를 통해 발굴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을 노려 졸속으로 기획, 제작된 작품들이 쏟아지고 관객이 이를 외면하면서 최근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공포영화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지난해 450만 관객을 모은 '연가시'의 경우 공포물을 표방하지 않았음에도 '유사 공포물'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사람의 뇌를 자극하는 정체불명 기생충을 내세워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했고, 공포물의 주 고객인 10대 관객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올해의 한국 공포물들은 그간 전작을 통해 공포물, 공포스릴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 왔던 감독들이 대거 뭉쳤다는 점에서 더 기대가 크다. '무서운 이야기2'의 경우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이웃 사람'의 김휘, '기담'의 정범식, '여고괴담2'의 민규동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이중 정범식 감독과 민규동 감독은 '무서운 이야기1'에도 참여하며 공포물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더 웹툰:예고살인'의 김용균 감독 역시 '분홍신'을 연출한 전력이 있고, '닥터'의 김성홍 감독 역시 '올가미', '실종' 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이다.
'무서운 이야기2'를 제작한 수필름 민진수 대표는 "할리우드 시리즈가 넘치는 가운데 한국에는 내세울만한 대표 시리즈물이 전무하지 않나"라며 "기성감독들을 내세워 호러 시리즈물을 만들어보자며 시작한 것이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운을 잃어가는 공포물이라는 장르를 또한 되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적은 예산, 짧은 프로덕션 기간으로 완성해야 하는 공포물은 결코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 CG와 후반작업 등을 제한된 예산으로 진행하면서도 완성도를 놓쳐선 안된다"며 "공포영화를 만들며 공포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관객들도 이 영화들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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