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영화는 사상 최초로 연 관객 1억 명(1억1461만2866명, 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돌파했다. 2012년 극장을 찾은 총 관객도 1억9489만 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봄·가을 비수기도 없이, 1년 내내 극장가가 관객으로 넘실거렸다.
호황기를 맞았던 지난해에 이은 올해의 극장가는 과연 어땠을까. 상반기를 돌이켜 보면 최고 성적을 냈던 지난해를 이미 크게 넘어섰다. 2013년이 채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영화계 곳곳에서는 올해 사상 최초로 극장 총 관객 2억 명 돌파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극장 관객 증가세는 수치로 확인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7일 현재까지 극장을 찾은 총 관객은 무려 9173만 명, 한국영화 관객은 5363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총 관객이 8326만-한국영화 관객이 4446만 명이었다. 단순 집계만으로도 총 관객이 약 10%, 한국영화 관객은 약 20%가 넘게 늘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베를린', '신세계'가 연초 연이어 흥행하면서 1,2월 관객 수가 모두 2000만 명을 넘기는 등 4월을 제외하고 매달 관객 수가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웹툰 원작 꽃미남 간첩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대박을 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시 나름의 성과를 낸 6월의 관객 수 역시 지난해 6월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6월 말까지 총 관객이 약 1억 명에 달해, 연말까지 2억 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흥행작이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여름 극성수기가 낀 하반기 관객이 상반기 관객보다 많다. 현재처럼 한국영화 강세가 계속된다면 2년 연속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도 가능하다.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라인업이 좋다"며 "일단 올 여름 '설국열차', '미스터 고' 등 양대 배급사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작한 두 화제작이 연이어 개봉하고 '감시자들', '감기', '더 테러 라이브' 등 흥행성 있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해 파이를 더욱 키워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극,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만만치 않아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가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적 성장의 그늘도 분명하다. 극장가가 사상 최대 수익, 관객 수를 기록한 지난해 다양성 영화는 외화와 한국영화를 더해 403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국 다양성 영화는 152만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블록버스터나 한국영화 기대작의 스크린 독과점이나 작은 영화의 교차상영 문제 역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빛이 강한 만큼 그늘이 더 짙었던 셈이다.
올해 사정은 더 나쁘다. 6월이 절반을 넘긴 현재까지 2013년 다양성 영화의 총 관객수는 154만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절반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 다양성 영화는 약 34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나마 제주 4.3 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한 편이 14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아이언맨3'과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1300개가 훌쩍 넘는 스크린을 독차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극장이 관객으로 넘치고 한국영화가 사랑받을수록 작은 영화들이 외면 받는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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