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한국영화계는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초로 2억 관객을 돌파했고, 한국영화 역대 최고 관객을 동원했다. 숙원이었던 극장요금 인상이 이뤄졌고, 정치적인 논란도 많았다. 스타뉴스가 올해 한국영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 2억 관객시대..빛과 그림자
2013년 12월17일. 사상 처음으로 극장 총 관객이 2억명을 넘었다. 한국영화 관객은 지난해 꿈의 1억 시대를 맞은 데 이어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중이다. 개봉편수,상영편수, 총 매출액까지 역대 최고다. 2억 관객 돌파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다. 올해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까지 8편이 한국영화다. 연초 '7번방의 선물'부터 9월 '관상'까지 매달 한국영화 흥행작이 나왔다. 하지만 명과 암은 뚜렷하다. 관객 쏠림 현상은 뚜렷하고, 스크린 독과점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영화 스태프의 열악한 처지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영화산업노조,한국영화제작가협회, 투자배급사 등이 모여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을 맺었지만 해가 다 가도록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2.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이병헌 최민식 등 감독 배우 해외진출
올해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국영화인들의 성과가 드러난 해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연 초 한국과 미국 극장에 나란히 선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8월 한국을 강타한 데 이어 프랑스를 시작으로 차례로 해외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도 상당했다. 공포영화 마스터 안병기 감독은 중국공포영화 '필선2'로 역대 중국 공포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오기환 감독도 중국 멜로영화 '이별계약'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김용화 감독은 한중합작 3D영화 '미스터고'로 중국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상당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2'에 이어 '레드2'를 선보여 한류를 넘어 할리우드에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돌던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의 '루시'로 마침내 스타트를 끊었다. 짐 스테거스와 할리우드발 스캔들이 났던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어 '주피터 어센딩'으로 미국시장 연착륙을 시도 중이다. 제대한 비는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를 선택, '닌자 어쌔신'에 이어 미국시장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3. 누구도 예상 못한 '7번방의 선물' 1280만명 깜짝 흥행
올해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흥행이 터졌다. 1월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128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레미제라블' '박수건달' 등 웃음과 눈물, 감동이 이어지는 영화 흥행의 하이라이트였다. '7번방의 선물'은 중장년층 관객을 극장에 끌어 모으는 효과를 냈다. 올해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등 의외의 흥행작이 계속 등장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대 관객을 대거 동원,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어냈다. 독립영화계에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이 큰 화제를 모았다.
4. 김조광수 감독, 첫 동성 공개결혼
올해도 톱스타들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기의 커플이라는 불리는 이병헌과 이민정. 두 사람은 반복된 열애설과 부인, 교제인정, 그리고 결혼까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연상연하 커플 한혜진과 기성용도 마찬가지. 두 사람도 끊임없는 열애설과 부인, 교제인정, 결혼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결혼은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동성결혼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 최초로 청계천에서 동성 공개 결혼식을 올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공개적으로 하고 접수가 거부될 경우 헌법소원을 하겠다는 등 동성결혼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5. '뫼비우스' 제한상영가 논란과 끊임없는 등급 논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올해 끊임없이 불거진 영등위 등급분류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연애의 온도' '전설의 주먹' 등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홀리모터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서 예술영화 팬들의 분노도 끓어올랐다. 그러던 차에 '뫼비우스'가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은 영등위 등급 분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영화로 가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상반기에 등급 분류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반사이익을 얻은 영화도 있다. '설국열차'와 '숨바꼭질' 등 여름 흥행작들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법했다. 하지만 한창 등급 문제가 불거진 뒤에 심의를 받은 덕인지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아 흥행에 도움을 받았다.
6. '천안함' 상영중단 논란과 쏟아진 간첩영화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천안함'은 올해 한국영화 화두 중 하나였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메가박스에서 관객의 안전을 이유로 상영중단을 하면서 범영화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는 반대성명을 냈다. 정치성향에 따라 영화를 보지 않고 평점을 쏟아내는 평점테러도 올해 극심했다. 인권영화 '어떤시선'은 누군가 고의로 티켓을 대규모 예매했다가 상영직전 취소하는 일을 반복해 영화 관람을 방해받는 일을 겪었다. 정치바람이 영화계를 흔든 것과 동시에 간첩영화들이 쏟아진 것도 눈에 띈다. 연초 ‘베를린’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까지 간첩영화들이 줄줄이 선을 보였다. 간첩이 등장하니 국정원이 등장하는 건 당연지사. 국정원 요원들은 영화 속에서 댓글 대신 총을 들고 싸웠다.
7. '설국열차' '미스터고' 한국영화 새로운 도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는 올해 한국영화 새로운 도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는 여러모로 한국영화 도전이다. 봉준호 감독을 선장으로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 프로젝트 회사를 만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 역대 최다 제작비 430억원이 투입된 '설국열차'는 한국에서 90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프랑스부터 세계시장에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비록 흥행은 132만명에 그쳤지만 '미스터고'는 한국 최초로 풀3D에 도전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미스터고'로 축적된 3D 노하우는 한국영화 뿐 아니라 중국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8. 김병우 허정 정근섭 노덕 양우석 감독 등 신인감독 대거 등장
재능 있는 신인감독, 이른바 앙팡테리블이 대거 등장한 것은 2013년 한국영화계 사건이다.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을 비롯해 '숨바꼭질' 허정 감독, '몽타주' 정근섭 감독,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변호인' 양우석 감독 등 무서운 신예감독들이 차례로 선을 보였다. 조의석 감독과 '감시자들'을 공동연출한 김병서 감독은 촬영감독 출신의 신인.10월 비수기 극장가에서 선전한 '공범'의 국동석 감독, 웹툰을 영화로 옮긴 '더파이브'의 정연식 감독, 신선한 에너지가 넘치는 '잉투기'의 엄태화 감독, 김기덕 사단의 신작 '붉은 가족'을 내놓은 이주형 감독 등도 손에 꼽힌다. 이들 신예 감독들은 과거 감독들과 달리 장르에 강하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들 신예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영화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미드 세대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9. 한국영화 상생협약, 커진 제작자 목소리
올해 한국영화계는 2년 연속 1억 관객 돌파라는 호황을 겪으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산적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스크린 독과점, 교차상영, 열악한 스태프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지난 4월 영화산업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투자배급사 등이 모여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을 맺었다. 대기업의 배급과 극장 겸업을 못하게 하는 영비법 개정안을 놓고 물 밑에서 작업도 극심하게 오갔다. 한국영화계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극장요금 인상이 이뤄졌으며, 한국영화 극장 부율 조정도 이뤄졌다.
'26년' 제작사 청어람이 디지털 영사기 사용료 징수를 놓고 소송을 시작하는 등 제작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제작사들은 대기업 독과점에 맞서겠다며 독립배급사 리틀빅픽쳐스도 설립했다. 올해 시작한 일들은 뚜렷한 결과는 아직 맺지 못했지만 내년에 하나둘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10. 곽정환 사장 별세와 달라진 극장환경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이 11월8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곽정환 회장의 별세는 한 세대의 퇴장이며, 달라진 극장환경의 상징이기도 하다. 곽 회장은 1960년 합동영화사를 만들어 300여편의 영화를 제작, 60~7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다. 1979년부터는 서울극장을 운영하며 한국영화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90년대부터 젊은 제작자들이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주도했으며, 2000년 초반부터 극장주체가 단관에서 멀티플렉스로 바뀌었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 멀티플렉스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도 꿈쩍 않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올해 CGV와 롯데시네마 등은 상생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기업환경에 등 떠밀려 한국영화 극장부율을 조정했다. 멀티플렉스들은 대신 할리우드 직배사 부율을 조정하려 힘겨루기를 하반기 내내 하고 있다. 고 곽 회장은 바로 이런 시점에 세상을 떠났다. 운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형화 기자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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