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news

볼수록 모르겠는 이 남자..이민기를 만나다(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이민기 인터뷰
배우 이민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이민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한 때, 이민기(29)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민기는 한꺼번에 쏟아진 모델 출신 미남 배우군단의 일원이었다. 껑충한 키에 수줍음과 장난기를 겸비한 연하남의 표상이기도 했다. 1000만 영화 '해운대'를 거치며 귀여운 연하남은 문득 기대고픈 남자가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겠다. 이민기 하면 무엇을 떠올려야 할지. 어떤 얼굴을 기대해야 할지. 귀신 보는 아가씨를 끌어안는 로맨틱 코미디 속 마술사(오싹한 연애), 제 성질 남 못 주는 꽃미남 밴드 리드보컬(닥치고 꽃미남밴드), 평범한 연애의 맨 얼굴을 드러내는 샐러리맨(연애의 온도), 따뜻한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살인마(몬스터)…. 쉬운 선택을 기어이 비켜 가는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느와르 영화 '황제를 위하여'(감독 박상준)에서는 끝 모를 욕망을 향해 그저 질주하는 사내가 됐다. 잔혹한 살상을 거듭하는가 하면, 애틋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거친 베드신까지 그려냈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안고 시작된 이민기와의 인터뷰. 이미 다음 작품 촬영이 한창이라는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뜩 날이 섰던 눈빛을 싹 지우고 짝짝이 앞머리에 배시시 웃는 얼굴로 마주 앉아 싱글거렸다. 아, 정말 모르겠다. 이 남자!


배우 이민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황제를 위하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화제가 된 베드신도 그렇고, 생각했던 것보다 세더라.


▶이 영화는 특히나 많이 참여를 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엄청 많이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베드신이라든지 패션 이런 것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최종적으로는 감독님의 영화가 됐다. 설명하는 부분이 다 가지치기가 됐다. 그래서 어쩌면 관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맡기는 영화가 될 수 있다. 한 우물만 팠다는 느낌이랄까. 곁가지를 다 쳐내고 설명 없이 직선적으로 달린다. 차곡차곡 스토리를 쌓아가는 대신 캐릭터와 감정으로 끝까지 간다. '왜'라고 묻지 말고 던져주는 대로 보시면 되지 않을까. 저의 20대의 끝, 30대의 시작에서 접한 젊은 느와르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지점을 봤다는 게 좋다.


-다른 느와르라고 했는데, 언밸런스한 파마머리 같은 이민기의 비주얼 자체가 '우린 다르다'는 선전포고 같다.


▶전체적인 새도 그렇고 의상, 음악 모두 감성적이다. 느와르 하면 딱 떠오르는 것처럼 무겁고 어둡지 않다. 하지만 30대나 40대 관객 모두에게 충분히 다가갈 거라고 생각한다. 살짝 시대를 오가는데, 진지한 것 나올 때는 원조 느와르 느낌이 나다가 처음 오프닝은 홍콩영화 같기도 하고. 오리지널을 버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이 묻어난 것 같다.


-연하남으로 대표되던 데뷔 초기를 지나 이제 슬슬 이민기의 본색이 드러나는 걸까.


▶사람이 늘 변하니까. 21살 때의 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훨씬 많이 보는 아이였다. 아름다움만 보는 아이였을 수도 있다. 이제 세월을 겪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보니 더 다양하게 느끼게 됐다. 그래서 '몬스터'나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어두운 감정도 표현하게 되는 게 아닐까. 예전의 저였다면 그냥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거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까, 느끼니까 더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거친 남성성은 원 없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잔혹하다 싶은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내 안에 있던 어떤 남자를 표현해봤다고 할까. 일상에서도 제가 귀여울 때도 있고, 울보 같을 때도 있고, 아주 못됐을 때도 있지 않나. 그 중에 어떤 한 면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많이 표현했던 사람이 아니니까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해서 좋았다. 원래 몸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도 안 좋아하고. 이제 보니 나름 소질이 있나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짧은 시간에 배워서 바로 하는 정도는 잘 하는 것 같다. 사지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정도.(웃음)


-영화에선 그렇게 날이 선 모습이었는데, 막상 지금은 훨씬 부드러워진 모습이더라.


▶지금 하는 게 나름 귀여운 역이어서. 나의 밝았던 시절로 돌아간다고 할까.(웃음) '내 심장을 쏴라'를 찍고 있다. 역할을 떠나 작품 자체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서 저도 밝아졌다. 처음 '황제를 위하여'를 다 찍고 감독님을 만났더니 '나이스한데, 눈에서 자꾸 화가 보인다'고 하시더라. 지금은 많이 밝아졌다. '몬스터' 인터뷰하던 시절엔 '어둠의 자식 같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웃음)


배우 이민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차기작인 '내 심장을 쏴라'는 20대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은데.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한 4∼5년 전에 처음 할 뻔 했는데 인연이 안 됐다가 돌고 돌아 다시 저와 인연이 됐다. 반갑다. 기다리다 보니 20대 후반이 됐는데 그럼에도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 원작도 좋고,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도 좋다. (여)진구랑 같이 하는 것도 좋다. 워낙 성숙하고 어른스런 친구라 동생 같다기보다는 친구 같다.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통하나 보다.


-성실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늘 변신했다는 점은 이민기를 새삼 평가하게 되는 대목이다.


▶작품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꼬박꼬박 했다. 이런 이야기가 하기 이르긴 한데,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계속 변화하고 싶었다. 갇힌다는 것, 굳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니까. 그런데 20대 초중반에 다른 역할을 해 봐야 얼마나 크게 다른 걸 할 수 있었겠나. 할 수 있었던 한에서 노력했고, 20대 후반 들어서 변화의 폭이 더 큰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좋은 인연도 있었던 것 같고.


-특히 최근에는 '이게 내가 알던 이민기인가' 싶을 만큼 진폭이 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게 무책임한 말인지 모르겠는데, 저는 저를 잘 모르겠다. 제 주특기가 뭔지도 모르겠다. 뭐든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몬스터'를 찍기 전엔 그런 영화를 안 해봤으니 몰랐다. 결과물을 보고서야 '나한테 저런 표정이 있네' 하는 거다. 어디서 살인마 캐릭터를 펼쳐 보이겠나. '황제를 위하여'의 끝없는 욕망이 있다 한들 펼쳐 보일 데가 없지 않나. 써 봐야, 해봐야 아는 거지. 변화를 계속한다는 게 힘들긴 하다.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길을 걸었을 때 내 길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있다. 30대가 되어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김현록 기자roky@mtstarnews.com


<스타뉴스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tarnewskorea>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어도어와 비공개 조정, 다니엘-민지 참석
르세라핌 '러블리 핌둥이들!'
킥플립 '풋풋한 소년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뉴진스vs어도어, 합의 실패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손흥민-오타니 만난다 'LA 다저스 시구'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