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영화결산] '명량' 그늘 아래 극심한 외화내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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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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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명량' 그늘이 짙다. '명량'이 워낙 흥행에 성공해서 그렇지 극심할 정도로 부진을 겪었다. 300~400만명 내외 중급 흥행 영화들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들은 두루 흥행을 겪었다. 그야말로 외화내빈이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4년 1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한국영화 관객수는 9486만 8709명이다. 외화를 포함한 총관객수는 1억 9364만 1390명이다. 12월 성적을 더하면 3년 연속 한국영화 1억 관객 돌파와 2년 연속 총 관객 2억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다르다. 올해 개봉한 영화 흥행 톱 10을 살펴보면 한국영화는 '명량'(1761만명)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명) '수상한 그녀'(865만명) '군도: 민란의 시대'(477만명) 4편이다.


'명량'과 '해적' '군도'는 극장 최성수기인 7~8월 흥행작이며, '수상한 그녀'는 설 연휴 흥행작이다. 성수기 외에는 흥행에 성공을 거둔 영화가 없을 뿐더러 중급 흥행규모 영화가 없단 뜻이다. 10위권 밖으로는 추석 시즌에 개봉한 '타짜: 신의 손'(401만명), 5월 연휴를 겨냥했던 '역린'(384만명) 등이 있다.


반면 외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 성적은 화려하다. 올 초 신드롬을 일으킨 '겨울왕국'(1029만명)을 비롯해 흥행몰이 중인 '인터스텔라'(841만명, 상영중)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529만명) '엣지 오브 투모로우'(469만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431만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6만명) 등이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400만명)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396만명) 등 다양한 영화들이 중급 규모로 흥행성공을 거뒀다.


이런 흥행 양상은 지난해와는 딴 판이다.


2013년 한국영화는 '변호인'과 '7번방의 선물' 등 천만 영화 두 편을 비롯해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숨바꼭질' '더 테러 라이브' '감시자들' '신세계' 등 다양한 영화들이 고르게 흥행했다.


올해 한국영화는 '우는 남자'를 정점으로 하는 스릴러들이 몰락했으며, 기대를 모았던 '군도' '역린' '타짜' 등이 간신히 손익분기점에 그치는 등 초라한 성적을 냈다. '끝까지 간다' '신의 한수' 등 의외의 흥행성적을 낸 영화들도 등장했지만 '해무' 등 100억원대 영화들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명량'이 역대 흥행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한국영화의 강점인 다양한 영화들의 고른 흥행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영화계에선 이런 현상에 대해 큰 원인 중 하나로 한국영화 공급 과잉을 꼽는다. 2012년, 2013년 한국영화들이 1억 관객을 돌파하면서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급격히 늘었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기존 메이저 투자배급사 외에 씨네그루, 메가박스㈜플러스엠, 프레인글로벌,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리틀빅픽쳐스 등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국영화 개봉 편수도 훌쩍 뛰었다. 2013년 한국영화 개봉작이 183편인데 반해 2014년은 11월까지 204편으로 늘었다. 이 중 상업영화만 따져도 10편 이상 증가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2조원 규모인 한국영화 시장을 고려하면 한 해 개봉하는 한국 상업영화 편수는 50~60편이 적정 규모"라며 "현재는 70~80편이 넘어가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2006년과 비슷하다. 2006년 한국영화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신 르네상스로 폭발하다시피 성장했다. '괴물' 등 흥행작이 쏟아졌고, 100편 가까운 상업영화가 개봉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어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대기업 수직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심해졌다.


최근 한국영화 시장은 관객수가 늘고,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이 생기면서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영화 성적이 입증하듯 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으며, 다양한 영화들의 중급 흥행이 크게 줄었다. 질적으로 침체되기 시작된 것.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보다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배급사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던 영화들이 보다 쉽게 만들어지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유명감독과 배우 조합으로 입도선매돼 들어가는 영화들도 늘었다. 유명감독들이 직접 영화사를 차리면서 능력 있는 제작자들이 설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명감독들이 투자배급사와 직접 연결돼 제작을 하는 만큼 다양한 기획은 줄어들고, 감독과 투자사 입김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선 투자배급사가 늘어났기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투자배급 구조를 흔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반대로 공급은 늘어났지만 대기업이 극장을 쥐고 있기에 흥행이 되는 영화만 몰아주는 스크린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014년 한국영화는 외화내빈으로 허술한 뼈대를 드러냈다. 과연 2015년은 어떤 변화를 겪을지, 혹독한 구조조정이 시작될지, 새롭게 산업구조가 재편될지, 여러모로 변화의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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