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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알레한드로 G. 곤잘레스 "우린 신 뒤의 마술사"(일문일답)

발행:
김현록 기자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사진=스틸컷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사진=스틸컷


"광활한 대자연 속에 관객을 풍덩 빠뜨려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대자연 속 인간의 도전, 복수를 담은 신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CGV명동역에서 열린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화상 간담회에 나섰다. 신작 '레버넌트'와 그의 영화관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비우티풀', '버드맨' 등을 연출한 멕시고 출신 영화 감독. 2014년 '버드맨'으로 제 87회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쓸며 널리 인정받았다. 이번 '레버넌트'에선 서부 개척시대 이전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전설적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장대한 복수극을 연출했다.


'레버넌트'는 회색곰의 습격으로 부상당한 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죽이려던 비정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이 저항하던 휴의 아들 호크를 죽이고 떠난 뒤 처절한 복수에 나선 휴의 이야기다. 영화는 이미 내년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아카데미 수상 전망을 밝히고 있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의 처연한 복수를 고집스런 자연광으로 담아낸 그는 "관객이 극장으로 가야 할 이유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신 뒤에 있는 마술사다. 감흥을 깨고 싶지 않다"면서 CG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설명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영화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이라며 "관객이 자연에 풍덩 빠져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느낌을 갖길 원했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사진='레버넌트' 포스터


-'레버넌트' 연출을 5년간 꿈꿨다는데.


▶영화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 게 5년 전이었다. '버드맨'에 앞서 준비를 시작했다. 2010년 말부터 촬영지를 물색했다. 이후 스케줄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 때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고, '버드맨' 작업 이후에 다시 '레버넌트'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어려운 프로젝트임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어려울지는 간파하지 못했다. 작업을 완료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살아남았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 영화 속 기적이 우리에게도 전달된 것 같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공격하는 곰을 CG로 작업했다고 들었다. 중점을 둔 것은?


▶어떻게 그 장면이 만들어졌는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저희는 신 뒤에서 일하는 마술사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감흥을 망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다. 말씀하신 대로는 아니고, 다양한 툴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이런 신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도구, 기법이 있어 섞어서 사용했다. 비밀로 유지해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며 인공조명을 배제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제가 생각하는 영화란 시간과 공간과 빛 그 자체다. 이 셋이 영화의 정수다. 저의 의문은 시간 내에 공간을 창조하면서 그 날짜 시간에 맞는 빛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모든 것들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시적인 감흥도 느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갖길 원했다. 관객이 자연에 풍덩 빠져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느낌을 갖길 원했다. 공간과 시간에 풍덩 빠진 느낌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물리적으로 출연자들이 느끼는 정서적 경험을 잘 포착하고 싶었다. 광활한 현장 내에서 창조하길 원했다.


-처절한 죽음이 표현된다. 죽음에서 어떤 영감을 받나. 대자연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죽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죽고 나서 다시 탄생하는 것에 대한 영화다. '레버넌트' 자체가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뜻이다. 사람이 몇 번이나 죽어 돌아올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변화할 수 있는가를 담았다.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삶을 돌아보고 감사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시각도 갖게 된다. 캐릭터가 가진 영적, 정신적 면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다. 말이 없기 때문에 영화적 장면을 통해 이 사람의 상실, 꿈에 대해 전달할 수 있었다. 현실보다 이런 게 재밌다. 우리의 내면 의식이 궁금하다. 사람들이 숲에 숨은 영혼의 목소리를 듣길 원했다. 이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환상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려고 몇몇 장면을 삽입했다. 영적인 부분도 넣어 균형을 맞췄다.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사진=스틸컷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업한 느낌은 어땠나.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우리 모두는 죽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디카프리오와의 작업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놀랍고 용감하고 재능있는 배우다. 대사가 없었기 때문에 눈과 바디랭귀지로 영화를 이끌었다. 자상했고 다른 사람을 존중했다. 더이상 바랄 게 없었다. 1월 시상식이 열리면 그에 대해서는 저희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영웅적인 모습, 신비로운 사람이 아니라 위엄, 존중의 기본적 철학을 갖고 접근하려 했다. 딸을 잃고 찾아다니는 원주민 버지와 아들을 잃고 고통에 처한 레오나르도를 동일한 관점에서 그리길 원했다.


-촬영이 어려울 것을 예상했고, 과정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했는데.


▶여러 과제가 있었다. 특히 세계의 사실성과 진실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춥고 고도가 높은 데서 촬영한 데다 동물과의 연기도 필요하고 굉장히 많은 배우가 필요한 신도 있었다. 자연을 안무와 같은 롱테이크로 담아야 했고, 그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매일매일이 시험이었다. 영화의 90%가 자연이다. 자연과는 타협이 없다.


-부자관계의 묘사가 나온다.


▶내 영화에는 늘 부자관계가 나온다. 그 혈연에는 원시적이고 복잡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자관계는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속 휴의 아들은 백인-원주민 혼혈이라 그들의 삶이 더욱 복잡해진다. 당시는 인종차별과 선입견이 강한 시대였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또 복수, 그 사람의 끈기나 강인함도 보여주고 싶었다. 복수의 공허함도 그리려 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나무는 지구라는 별의 보호자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이 땅에 엎드려 기어가면서 위를 바라보는, 땅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느끼게끔 추위와 모든 소리를 느끼는 장면 등을 통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협을 함께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엄청난 자연의 경관이 주는 압도감도 있다. 동시에 등장인물을 보호해주는 느낌도 그리고 싶었다.


-한국 관객에게 한 말씀.


▶한국 분들이 영화를 좋아하셨으면 좋겠고 영화를 보신 뒤에 새로운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지구를 느껴보셨면 좋겠다. 우리는 콘크리트와 인공물로 뒤덮인 지구에서 살지만 영화 속 사람들은 대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그 때문에 치유받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하지만, 순수한 자연에 대한 오마주를 보내고 싶었다. 거대한 스트린을 통해 장엄한 광경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도 하고 싶었다. 관객에게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65mm 카메라를 사용해 신(神)의 언어로 자연을 보여드리려 했다. 아주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고통스런 과정이었지만, 한국 분들도 이를 경험하고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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