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고 유쾌하다.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제작 영화사월광 사나이픽쳐스)의 강동원(35)이 그렇다.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간 검사가 잘생긴 꽃미남 사기꾼을 움직여 누명을 벗는 범죄오락물이다. 검사가 황정민, 사기꾼이 바로 강동원. 나쁜 놈으로 더 나쁜 놈을 때려잡는다는 게 기본 구도지만, 강동원이 맡은 '조금' 나쁜 놈 한치원은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대본에 그려진 대로 했다는 게 강동원의 설명이지만, 다름 아닌 강동원이 그 인물을 맡은 탓이라는 걸 어찌 부인할 수 있겠나. 황정민과의 첫 호흡부터 '대세'와 '대세'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은 황정민이 착실히 깔아놓은 판에서 가볍게 훨훨 날아다닌다. 전에 없던 모습이다.
나이 서른둘에 전과 9범으로 감옥에 들어온 한치원은 입만 벌리면 나오는 소리가 죄다 거짓말이지만, 사기란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것이고, 땅에 떨어진 돈을 어찌 안 줍고 넘어가겠냐는 나름의 소신을 지닌 사기꾼. 강동원은 만나는 여자마다 윙크를 날리고, 아줌마와 부비부비 댄스를 추고, 중딩 영어를 구사하면서 펜실베이니아 출신이라 우기는 이 웃기는 남자에 쏙 녹아든 느낌이다. 즐기면서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군도'의 서늘한 액션, '검은 사제들'의 성스러운 비주얼에 빠져 잠시 깜박했지만, 이 남자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청양고추를 씹어먹으며 웃겼고, '전우치'에서도 능청스런 도사님으로 웃음을 담당했다. 강동원의 준비된, 작정한 '끼부림'에 넘어가지 않을 이 누구냐.
-강동원이 작정하고 '끼'를 부리더라.
▶처음부터 그런 캐릭터였다. 본인 연기에 조금 더 몰입하는 느낌을 가미했다. 그리고 원래 만나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진다는 설정은 없었다. 찍으면서 재미있어서 그렇게 하게 됐다. 은행 여직원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비서에게도, 심지어 극중 하나(신소율) 어머니에게도 그러는 신이 있었다.
-해보니 어떻던가.
▶창피하더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자마자 이상한 걸 하니 민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 애들의 모습에서 따 왔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 어필 하려고 할 때 계속 눈을 보면서 삭 웃는다. 재밌어서 보고 따 왔다.
-영화를 볼 땐 강동원이 왜 이제야 이런 캐릭터를 만났나 했다.
▶처음이다. 이렇게 가벼운 캐릭터는 처음 들어왔던 것 같다. 갈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봤는데 재미있고 제 캐릭터가 너무 웃겼다.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이렇게 뻔뻔한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캐릭터를 잡아놓은 설정은 있었는데 구현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내 안에 그런 능글맞음이 아주 없지는 않다. 나이가 드니까 갈수록 그런 게 생기기도 한다. 약간 뻔뻔해지기도 하고.
-발연기를 연기하니 어떻던가.
▶(치원 입장에서는) 나름 메소드 연기다. 치원이는 너무 몰입해서 자기도 헷갈린다고 생각했다. 그게 귀여울 것 같았다.
-키스신도 오랜만인 것 같다.
▶조금 민망했던 게 너무 처음 보는 분(신혜선)이랑 하려니.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전환상 필요하다고 해서 '알겠다, 필요하다면 해야지' 그래서 했다. 상대 분도 그런 게 있는지 모르고 캐스팅됐다가 갑자기 하게 됐다. 찍다가 이게 필요하다 하면 바꿔 찍은 것이 있다. 제작진, 연출팀, 감독님이랑 친분이 있으니 쉽게 쉽게 가는 부분이 있다. '해 주실 수 있냐' 물어본다.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거니 합의를 안 하면 못 한다. 계약서에도 그렇게 써 있다.(웃음)
-황정민이 판을 깔고 강동원이 날았다는 느낌이다.
▶치원이란 캐릭터가 이 영화의 키 포인트다.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얼마나 웃겨야 하나 수위를 조절했다. 영화 자체는 범죄영화인데 치원이란 캐릭터가 아니면 소재 자체가 새롭거나 하지는 않아서 치원이가 재미없으면 영화가 심심하지 않을까 했다. 익숙한 스토리에 캐릭터로 차별화를 두는 오락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른바 '웃기는 담당'으로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코미디가 처음은 아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제가 웃기는 담당이었고, '두근두근 내 인생', '전우치'도 있었다. 큰 부담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 연기를 좋아한다. 할 때도 재미있었다.
-경상도식 영어도 웃겼다.
▶제작자인 윤종빈 감독님은 갑자기 '교포를 소개시켜 줄까' 하시더라. 괜찮다고, 외국인 친구를 만나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하는지 좀 보고 있었다. 개그 프로그램도 찾아봤는데 자칫 잘못하면 너무 갈 것 같았다. 그것도 수위 조절을 했다. 너무 한 대사는 빼기도 했고, 사전에도 현장에서도 조절해갔다. 한국어 대사도 혀를 굴리면서 이상하게 하지 않나. 그것도 수위 주절을 한 거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상되기도 한다.
▶사실 예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보겠냐고 해서 '안 봐도 되겠다'고 했다. 잔상이 남아버리면 애매해지니까.
-한치원과 강동원이 닮은 구석이 있나.
▶있을 것이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하고 움직이는 편인데 어떨 땐 아예 안 할 때도 있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표현은 못 해도 내재돼 있거나. 저도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기는 한데 못하니 속으로 시원하더라. 대놓고 (여자에게) 작업해 본 적도 없다. 물론 그렇게 대놓고 하는 사람이 어딨겠나.
-황정민 이성민 박성웅 등 선배들과 함께하는 현장 분위기 어땠나.
▶정민 선배님은 계속 둘이 나오니 좋았다. 박성웅 선배님이랑도 은근히 잘 맞더라. 그 형이 무섭게 생기시지 않았나. 보기와 다르게 은근히 허술한 데가 있었다. 약간 아줌마 같은 데가 있어서 장난으로 놀리고 그랬다. 이성민 선배님은 '군도',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벌써 세 작품 째다. (이성민이 처음 메인 타이틀을 맡은 영화) '로봇, 소리' 시사회에는 못 갔지만 뒤풀이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했다.
-현장에선 술도 좀 했나. 김윤석 송강호보다 잘 마신다니 영화계 대표 주당이 된 느낌이다.
▶이번에는 술 좀 마셨다.(웃음) 지금 찍는 '가려진 시간'은 최악이다. 감독님도 술을 못 드시고, 13살인가 꼬맹이 둘이랑 연기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술은 촬영팀이랑 마신다.(웃음) 제가 그렇게 술이 센 게 아니다. 선배님들 앞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으니까 제가 세 보이나 보다. 제가 선배님 앞에서 취해서 '어어' 이럴 수는 없지 않나.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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