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내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외압 논란에 휩싸였던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정당한 절차조차 없이 물러나게 되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시는 당초 24일과 25일로 예정됐던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 정기총회 일정을 잠정 보류한다고 지난 13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실상 해촉됐다.
이번 정기총회 최대 안건은 임기가 만료된 오석근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재선임 또는 신인 위원장 선임이었다. 특히 영화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재선임 여부가 태풍의 눈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 정기총회를 열고 이용관 집행위원장 유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선임 절차는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신임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면 정기총회에서 승인해 정식으로 위촉하게 돼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선임할 경우 현 이용관-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가 지속되고, 다른 사람을 선임할 경우 다른 사람과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아예 선임을 안하면 강수연 위원장 단독 체제가 된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면 국내외 영화계에서 거센 반발이 예상됐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예 정기총회를 열지 않는 꼼수를 쓰기로 결정했다. 정기총회를 열지 않으면 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관 위원장은 자연적으로 물러나야 한다. 정기총회에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아예 총회를 열지 않고 임기가 자동 만료되는 방법을 택한 것.
부산시는 15일 오전까지 부산영화제에 공식적으론 정기총회 연기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부산영화제는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총회가 열리지 않으면 올해 부산시의 부산영화제 지원금 책정도 결정되지 않기에 여러모로 궁지에 내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시는 부산영화제에 약 56억원 가량을 지원했었다. 돈줄을 잡고 목을 조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실상 해촉하기로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지난 11일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이은 한국제작가협회장, 류승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회장 등 각 영화단체장들이 서병수 부산시장과 면담을 했었다.
영화인들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해촉에 대한 우려를 전한 반면 서병수 시장 측은 고발이 된 당사자를 유임시키기는 어렵지 않냐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부산시가 영화인 면담 이틀 뒤 사실상 이용관 위원장 해촉을 결정하면서 한국영화계의 거센 발발이 예상된다. 한국영화계는 지난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석연찮은 이유로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자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당시 깅홍준 위원장이 개막식에서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을 호명하지 않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소리들이 나돌았다. 위원장이 해촉되면서 영화제를 뒷받침하던 스태프들이 줄줄이 해촉됐다.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자리를 위협하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그 뒤 어려운 길을 걸었다
해외 영화계도 이번 이용관 위원장 사태를 놓고 부산영화제 지지를 잇따라 표시해왔기에 후폭풍이 만만찮아 보인다. 최근 로테르담영화제에서도 해외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시했었다. 한국영화계와 해외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될 경우 아시아 최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무대인 해운대와 센텀시티 근처 경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와 갈등을 빚어지면서 비롯됐다. 이후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했다. 부산시와 감사원이 부산영화제를 동반 감사했으며, 영진위 지원금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이어 지난해 11월 부산시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이유로 이용관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부산영화제 측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과연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극복할 방법은 있는지, 2016년 한국영화계는 시작부터 먹구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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