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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2016년에 만난 텁텁한 세기말

발행:
김현록 기자
[리뷰] '수색역'
사진='수색역' 포스터
사진='수색역' 포스터


최승연 감독의 '수색역'은 도시의 먼지가 내려앉은 듯 온통 잿빛이다. 2016년에 만나는 20세기 말의 청춘들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를 이끄는 건 4명의 동갑내기 친구다. 윤석(맹세창) 상우(공명) 원선(이태환) 호영(이진성)은 서울의 서북쪽 끝자락 수색동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분 재개발 바람과 함께 회색빛 동네는 들썩거리고, 친구들의 삶도 조금씩 달라진다.


공장 일을 때려치우고 재개발 업자와 일하게 된 원선을 내심 부러워하던 상우는 원선이 좋아하던 누나와 사귀는 걸 알고 심사가 꼬인다. 티나게 잘 풀리진 않아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 했던 둘의 삶이 완전히 꼬인 건 네 친구가 언덕배기에서 깡소주를 나눠 먹던 어느 밤. 엉망으로 취해 원선에게 들이대다 흠씬 두들겨 맞은 상우는 급기야 소주병으로 원선을 내리친다. 개천가로 굴러떨어진 원선을 윤석네 야채가게 용달차에 태워 병원으로 갈 때만 해도 네 친구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술 마시다 그리 됐다' 둘러대고, 원선의 가족 또한 그런가보다 하지만, 몇 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원선은 다시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다. 상우는 그냥 죽고만 싶다. 하지만 상우의 다음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풀린다. 허나 늘 그랬듯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사진='수색역' 스틸컷


'수색역'은 생생한 캐릭터 덕에 미간에 더 깊이 주름을 잡은 채 지켜봐야 하는,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입에 흙이라도 한 줌 털어넣은 듯 답답하고 텁텁하다. 말끝마다 육두문자를 붙이지 않고선 대화가 안 되는 청년들은 그 갑갑함을, 하지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조차 할 줄 모른다. '청춘'보단 '미성숙'이란 설명을 붙여야 할 듯하다. 최승연 감독이 직접 쓴 이야기의 바닥엔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이 언저리로 밀려난 대도시 변두리 사람들의 비애가 짙게 깔려 있다. 영화가 완성된 지 2년이 지나서야 만났음에도 비관주의로 가득한 세기말 이야기가 지금이라고 다를 것 없이 느껴져 더 입맛이 쓰다.


네 주인공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 네 배우들은 '수색역'의 가장 큰 미덕이다. 차분한 캐릭터로 오랜 연기 내공을 드러낸 맹세창, 마치 영화 속 인물 자체인 듯한 이진성, 순간순간 남성미가 느껴지는 이태환. 그리고 지질하기 그지없는 못난이를 징글징글하게 그려낸 공명이 내내 시선을 붙든다.


3월 31일 개봉. 러닝타임 112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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