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을 처음 찾은 세 남자가 영화제의 밤을 후끈 달궜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7일째인 12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에서 '블리드 포 디스'의 오픈토크가 열렸다. 영화제를 찾은 주요 게스트가 영화팬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날 오픈토크엔 올해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블리드 포 디스'를 들고 한국을 방문한 배우 마일즈 텔러와 애론 에크하트, 벤 영거 감독이 참석했다. 드럼에 미친 '위플래쉬'의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얻은 마일즈 텔러와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으로 잘 알려진 애론 에크 하트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스타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대표 할리우드 배우인 두 사람은 기꺼이 관객들과 호흡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보일러 룸', '프라임 러브'의 벤 영거 감독이 연출한 '블리드 포 디스'는 복싱 세계 챔피언 비니 파지엔자의 실화를 담은 작품. 마일즈 텔러가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리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고도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복서 비니 역을, 애론 에크하트가 비니의 재활을 돕는 트레이너 케빈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벤 영거 감독은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셋 모두가 한국이 처음이다.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섹션에서 선보이게 돼 기쁘고 영광이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일즈 텔러는 "우리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오랜 시간 날아왔지만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연 애론 에크 하트는 "감사하다. 우리 역시 당신들을 사랑한다. 밤새도록 함께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이야기 중간중간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등 관객들과 호흡하며 부산의 정취를 즐겼다. 다정한 포옹과 악수 등 팬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적인 복서를 연기한 마일즈 텔러는 "영화 역사를 보면 정말 유명하고 잘 나가는 배우가 복싱선수의 투혼을 연기한 경우가 많다"며 "저는 항상 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렬한 영화, 배역을 맡고 싶었다. 그러던 중 시나리오를 접하고 권투선수가 싸우는 링의 매력을 느꼈다. 링에 올라서면 나와 상대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영화는 권투 그 이상의 영화다. 목이 부러져서 절대 권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비니 파지엔자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앞으로 나간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일즈 텔러는 "권투는 고도의 훈련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권투 선수는 1주일 전 20파운드씩 감량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처음 감독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전사나 복서 같은 느낌이 전혀 없었다"면서 "20파운드를 감량하고 체지방을 6%까지 낮춰 촬영에 들어갔다. 또 20일 안에 체급을 2체급 올리고 체중을 늘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실화 기반의 영화이고 실제 비니 파지엔자의 유산을 다루고 있기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를 존경했기에 영화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혹독한 변신에 대해 "인상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는 대사가 적은 경향이 있다. '위플래쉬'도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떠올리면 대사가 없고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이었다. '블리드 포 디스'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말 없이도 혹독한 육체적 표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말을 하기 때문에 진실이 가려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복싱 트레이너로 분한 애론 에크하트는 "평소 복싱을 좋아한다. 20년 간 복싱을 했고 연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애론 에크하트는 "하지만 트레이너는 조금 다르다. 복서의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하고 제대로 훈련도 시켜야 한다. 또 선수가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도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복서와 트레이너의 관계는 최고의 친구, 부자 같기도 하다. 또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애론 에크하트는 "모든 선수와 배우는 꿈이 있다. 이 영화는 꿈에 대한 영화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무려 12년 만에 한국 관객들에게 신작을 선보이게 된 벤 영거 감독은 "12년간 김치 만드는 법을 연구했다. 김치를 잘 만들게 되면 컴백하고 싶어 12년이 걸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벤 영거 감독은 "선수로서 생명이 끝났다는 판정을 받았던 비니 파지엔자의 이야기에 저 역시 공감했다"며 "그간 너무 공백기가 길어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도는 다르겠지만 공감대가 있었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