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탱이형'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빛났던 ★들②

발행:
김현록 기자
[★리포트]
사진 왼쪽 위부터 아래로 '독전'의 조진웅, '그것만이 내 세상'의 이병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 '독전'의 김주혁, '독전'의 류준열, '탐정:리턴즈'의 이광수, '버닝'의 유아인, '독전'의 김성령, '사라진 밤'의 김희애, '버닝'의 전종서,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박정민 / 사진=영화 스틸컷
사진 왼쪽 위부터 아래로 '독전'의 조진웅, '그것만이 내 세상'의 이병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 '독전'의 김주혁, '독전'의 류준열, '탐정:리턴즈'의 이광수, '버닝'의 유아인, '독전'의 김성령, '사라진 밤'의 김희애, '버닝'의 전종서,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박정민 / 사진=영화 스틸컷

2018년 상반기, 마블 히어로들을 앞세운 할리우드의 맹공 속에 한국영화는 다소 움츠러든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작품들 속에서 빛난 스타들은 여전히 있었다.


영화 '독전'의 조진웅 류준열 / 사진=스틸컷

이병헌과 조진웅의 저력은 여지없이 빛났다. 오랜만에 카리스마와 진중함을 한꺼번에 벗어던진 채 돌아온 이병헌은 코믹한 터치의 휴먼드라마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관객과 만났다. 믿을 거라곤 몸뚱이뿐이지만 그마저도 시원찮은 퇴물 복서가 된 이병헌은 능청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며 설 연휴 시즌 341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비주얼버스터를 표방한 스타일리시한 범죄 액션영화 '독전'의 조진웅도 못지 않았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거물을 잡기 위해 분투하는 마약반 형사가 된 조진웅은 강렬한 캐릭터 무비의 중심축을 든든히 잡으며 활약했다. 주연작들의 흥행 부진을 단숨에 날린 그는 무려 500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박정민 이병헌 / 사진=스틸컷

이들과 호흡을 맞춰 투톱으로 영화를 이끈 두 배우 박정민과 류준열은 스크린 신흥대세의 입지를 다졌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박정민은 자폐아이면서 천재적 피아노 실력을 지닌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를 피나는 연습과 뛰어난 몰입으로 완성해냈다. 대선배 이병헌과 투톱 주연이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더욱 눈길을 모았다.


류준열은 또한 놀라웠다.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비중을 가리지 않고 변신을 거듭해 온 류준열은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독전'에서 그 존재감과 흥행 파워를 동시에 입증해 냈다. 거칠게 폭발하는 조진웅의 곁에서 함께 영화를 이끈 류준열은 절제된 표정과 침묵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상반기 그의 또 다른 흥행작인 '리틀 포레스트' 속 순박한 시골총각은 어디에서도 떠오르지 않았다.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변신을 감행했다. 줄곧 강렬한 캐릭터, 극적인 감정의 변화를 즐겨 그려왔던 그는 '버닝'에서 기댈 곳 없이 집착하는 청춘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변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처음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현지에서도 평단의 찬사를 얻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옥자'에 이어 한국 영화계에 본격 입성한 스티븐 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소지섭 / 사진=스틸컷

여성이 시대의 화두가 된 2018년의 상반기, 여배우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손예진은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멜로 여신의 저력을, 한국 멜로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손예진은 세상을 떠났으나 기억을 잃고서 가족에게 다시 돌아온 아내이자 어머니를 아름답고도 눈물겹게 그렸고 영화는 260만 관객을 모았다. 그와 더없는 호흡을 맞춰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소지섭의 활약도 반가운 대목이었다.


'리틀 포레스트'에선 김태리의 홀로서기가 돋보였다. '아가씨'의 신데렐라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1987'의 여대생으로 뜨거운 현장에 함께했고,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첫머리에 내걸고 관객과 만났다. 지친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는 150만 관객과 호흡하며 휴식과 힐링을 선사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문소리 김태리 / 사진=스틸컷

신선한 얼굴들의 활약은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색다른 콘셉트와 아이디어로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한국 공포영화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곤지암'의 신예들-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은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신예들이다. '버닝'의 여주인공으로 칸의 레드카펫에 올랐던 신예 전종서, '리틀 포레스트'의 진기주도 돋보였다.


분량을 가리지 않은 특급 조연, 신스틸러의 활약은 영화는 물론 충무로에도 힘이 됐다. 권상우 성동일 콤비가 돌아온 '탐정:리턴즈'에선 이광수가 새롭게 팀에 합류, 예능인 이전 배우 이광수의 힘을 입증했다. 완벽한 여인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김희애는 김상경 김강우와 호흡한 스릴러 '사라진 밤'에서 몇 신 안 되는 분량만으로 특급 존재감을 드리웠다. '1987'에 목소리만 등장한 데 이어 '리틀 포레스트'의 엄마로 분한 문소리도 그에 못지않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청년경찰'에 이어 능청맞은 친구 배유람을 만났고, '곤지암'에선 레전드 엄마귀신 박지아의 호러퀸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전'은 신스틸러의 집합소였다. 시작을 이끈 김성령, 극적으로 변신한 박해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진서연 등이 각기 제 몫을 했다.


영화 '독전'의 진서연 김주혁 / 사진=스틸컷

그 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한 사람, 고(故) 김주혁이 있다. 믿음직한 배우이면서 사람 좋은 '구탱이형'으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는 지난해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고인이 남긴 두 편의 영화가 마지막으로 관객을 만났다.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를 통해 그의 따뜻한 인간미와 쓸쓸한 미소를, '독전'을 통해 숨막히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독전'에서 그가 연기한 중국 마약상 진하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기운을 마구 뿜어내며 강렬하게 산화한 올해의 악역이었다. 마지막이 되어버린 명연기는 더는 볼 수 없는 아까운 배우의 텅 빈 자리를 새삼 환기시켰다. 인생 악역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 '구탱이형'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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