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장영남 "'나와봄날의약속', 특별한 엄마 연기"

발행:
이성봉 기자
사진

장영남(46)은 20년 이상 연기를 해오면서 유독 엄마 역할을 많이 한 배우다. 영화 '이웃사람'에서는 연쇄살인범이 노리는 소녀의 엄마, '공정사회'에서는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엄마, '늑대소년'에서는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소녀의 엄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남편과 멀어지며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 등 영화, 드라마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작품에서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맡아왔다.


엄마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장영남이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엄마 역할을 맡았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나와 봄날의 약속'(감독 백승빈)은 지구 종말을 예상한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찾아가 벌이는 생애 마지막 쇼킹한 생일파티에 대한 이야기다. 옴니버스 형식인 이 영화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장영남은 남편과 육아에 지쳐있지만 외계인을 만나면서 일탈을 꿈꾸게 되는 가정주부 고수민 역을 맡았다.


현재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장영남은 극 중 캐릭터가 자신과 많이 닮아있어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나와 봄날의 약속' 대본을 보고 육아에 지쳐있는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벗어나고 싶은 그런 지점들이 비슷하게 오묘하게 닮아있는 것 같아서 재밌겠다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다"


장영남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일탈을 꿈꾸는 주부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극중 고수민은 여성운동을 주도하던 열정 넘치는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육아와 살림에 지친 평범한 가정주부로 큰 박탈감을 느낀다. 장영남 역시 배우로서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시절을 보냈지만 현재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그동안 정말 엄마, 모성애 연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특별한 엄마를 연기했다. 지금 나도 다섯살 아들을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인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요즘 내가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가 아닌가라는 자기 반성을 할 때가 많다. 스스로 인내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육아를 하다보니 순간 울컥하고 화가 날 때가 많았다."


"분노를 참지 못할 땐 스스로 내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나 싶을 정도로 반성을 한다. 엄마의 길이 정말 힘들다는 걸 육아를 하면서 느끼게 됐다. 이번 작품도 기존의 모성애 연기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어 힘들기도 했지만 육아를 하는 대한민국 많은 엄마들이 겪는 이야기로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육아를 하며 슬럼프를 겪은 경험도 고백했다. 장영남은 출산 후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아들을 낳고 3,4년 정도 슬럼프를 겪었다. 머릿속이 막 흔들렸다. 지금까지 내 연기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주어진 것만 계속 반복하는 기분이었다. 자기 반성을 하고 계속 내 연기를 스스로 의심하다 한꺼번에 함몰됐다. 빠져나오기가 너무 어렵더라."


"예전엔 대본을 받고 나서 캐릭터를 연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은 대본에 나온 대사만 외우고 현장에 가는 날 발견했다. 촬영장에 가면 준비가 안 됐다고 느껴서 불안했다. 아무래도 출산 후 새로운 환경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 지점을 발견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완전히 극복을 했다기보다는 극복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배우 장영남/사진=스타뉴스

장영남은 '나와 봄날의 약속'에서 영화 '독전'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주영과 호흡을 맞췄다. 장영남은 이주영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자연스러운 연기를 칭찬했다.


"이주영과 호흡이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매력적인 배우다. 연기하는 모습들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주영은 보면서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 트렌드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이주영은 트렌디한 연기를 하고 외모도 그렇지 않나. 이주영이 맡은 외계인이 강한 캐릭터인데 굳이 연기로 강조하지 않아도 외계인처럼 보이게 하더라. 저는 젊은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트렌드에 맞춰갈 수 있어야한다"


'나와 봄날의 약속'에서는 지구종말 직전 외계인이 등장해 결핍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불편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인물들은 지구종말을 맞닥뜨린다.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편치 않은 지점이다. 장영남은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저도 제 분량만 촬영할 때는 몰랐다. 영화가 재밌고 신선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전체를 다 보고 나서는 조금 멍했다. 고민이 됐다. 영화가 희망적이지 않고 결국에 쇼킹한 선물을 하지 않나."


"우리 영화는 사람들 안에 내재된 본성을 직접 꺼내 표현한 것인데 그 결과가 꼭 행복하지 않다는걸 보여준다.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괴기스럽다고 느낄 것 같다. 편치 않지만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만큼이나 감독의 생각도 독특하다. 언론시사회에서 백승빈 감독은 "어차피 지구종말은 온다. 아름답게 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성균은 "대본, 감독 다 이상했다"라고 전했다. 장영남은 이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


"백승빈 감독님이 좀 특이하다. 감독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지구종말론에 관해서 감독님과 견해 차이는 있다. 촬영장에서는 말이 많지 않으신 편인데 할 말이 있으면 엉뚱하고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특이하고 독특하다. 김성균씨가 말한 것처럼 조금 이상했다(웃음)"


장영남은 신예감독들의 독립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통해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평소 독립영화 작업에 대한 호감도는 늘 있었다. 상업영화를 하면서도 독립영화를 놓지 않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특히 신인 감독과 작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젊은 감독들을 통해 젊고 신선한 감각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실험적인 작품을 계속 도전하고 싶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가 다루지 못하는 내용을 다룬다는 매력이 있다. 요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관객에게도 골라서 먹는 재미를 줘야 한다. 이런 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고 배우들도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아이브 '파리에서 만나요!'
아이유 '빛나는 매력'
빅뱅 지드래곤 '손끝부터 시선집중'
변우석 '팬들에게 스윗한 인사'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민희진 vs 하이브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손-김-이' 유럽 3총사 이적설 본격 점화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