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배우 남결영(란제잉)이 굴곡 많은 삶을 마감했다. 그 죽음과 함께 그녀가 폭로한 홍콩판 미투는 미제로 남을 상황에 놓였다.
남결영은 지난 3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5세. 5일(현지시간) 시나연예에 따르면 구조대원이 문을 부수고 자택에 진입했지만 남결영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사인을 고독사로 보고 있다. 홍콩 경찰은 연락이 끊겼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 지난 5일 가족이 시신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청순파 미녀 배우로 사랑받았지만 굴곡진 삶을 살았던 그녀의 외로운 마지막 길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고인을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모금운동을 사칭하는 사기 사건까지 등장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1963년생인 남결영은 1983년 TVB 연기자 훈련반 12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 드라마 '대시대' '개세호협' 등에 주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남결영은 주성치 주연 영화 '서유기: 선리기연'과 '월광보합'에서 춘삼십낭 역을 맡아 막문위와 거미요괴자매로 한국팬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러나 남결경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95년과 1997년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남자친구가 자살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1998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자궁 종양으로도 투병했다. 2004년에는 자살 소동을 벌였고, 2006년에는 파산으로 정부 보조금 및 지인의 도움으로 연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 백발의 노숙자 차림으로 카메라에 잡힌 일도 있다.
지난해 남결영은 자신의 정신이상은 두 번의 성폭행 때문이라고 폭로, 이른바 퐁콩판 미투 폭로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남결영은 가해자 중 한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한 사람은 권력이 너무 강해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콩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고, 이에 현지 언론은 가해자로 배우 증지위와 고(故) 등광영을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첨밀밀', '무간도'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증지위는 홍콩배우협회 회장을 역임한 홍콩 연예계의 최고 실력자 중 하나로 홍콩 삼합회 등 암흑가와의 연루설까지 있다.
홍콩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지목된 증지위는 올해 초 기자회견까지 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증지위는 "나를 둘러싼 사실이 아닌 보도들은 심각한 죄이며 내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물론 자신을 지지해 준 친지와 가족 등을 생각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전하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결영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의 미투 폭로, 증지위의 성폭력 의혹이 새롭게 수면 위로 올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과 함께 홍콩판 미투 사건의 진실은 가려지지 않은 채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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