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IMF 협상의 막전막후를 다룹니다. 외환위기로 휘청대던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까지, 국가부도 상황 1주일을 앞두고부터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펼쳐집니다. 20여년 전, 1997년의 공기를 실감나게 담아내는 것은 '국가부도의 날'의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생생하게 시대상을 구현한 디테일이 곳곳에서 시선을 잡아끕니다.
그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뉴스'입니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하던 그 때, 심상찮은 위기 요인이 포착되던 그 때, 정부가 위기설을 일축하고 IMF와의 협상 자체를 부인하던 그 때, 그리고 이른바 'IMF시대'가 시작되던 그 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엄기영, 이인용, 정혜정 등 굳은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던 그 시절 뉴스의 얼굴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앵커 멘트도 있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해진 당시의 소식들, 그 극적인 변화는 '국가부도의 날'의 사건과 드라마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더합니다.
'국가부도의 날' 오효진 프로듀서는 "뉴스화면은 모두 저작권 비용을 지급하고 사용한 것"이라며 "분량으로 보나 금액으로 보나 한국영화 최대일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당시 MBC와 SBS 뉴스 화면을 집중으로 사용했는데, 뉴스 저작권 비용만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다른 자료화면에 들어간 비용까지 따지면 저작권 관련 제작비가 1억 원을 넘어선다는 후문입니다. '국가부도의 날'의 자료요청에 방송국 측에서 '이걸 다 쓰실 거냐'며 되려 놀라워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영화고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졌지만 당시의 대한민국 사회는 진짜였기에 뉴스 화면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 오효진 프로듀서의 설명입니다. 다큐멘터리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진정성을 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었습니다.
리얼 뉴스의 힘은 역시 강력합니다. 당시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뉴스 화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1997년의 그 시간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속도감 있게 편집됐지만, 이를 완성하는 과정은 까다롭고도 수고스러웠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부도의 날'은 그날의 타임라인을 따라 1년치 뉴스를 뒤지다시피 했고, 스태프들은 한 명당 수백 개의 뉴스 클립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같은 내용이어도 잘 맞는 편집점을 위해서 선택에 고심했다"고 오효진 프로듀서는 전했습니다.
2018년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 전에 1997년의 대한민국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짚어보는 그 시절의 이야기는 지금도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뉴스화면으로 전해지는 '팩트'들을 짚어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겁니다. 곧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의 개봉은 오는 28일입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