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서에서 배우는 기록 속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내용은 단 몇 줄에 불과하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미처 몰랐던 유관순 열사의 옥중 1년을 처음 다뤘다. 그래서 신선함을 더한다. 극중 대부분의 장면은 흑백으로 연출됐다. 암울했던 시대상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항거'는 3. 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관객과 만난다.
1919년 3월 1일에 일어난 민족저항 운동에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유관순 역시 이화학당 내의 비밀결사인 이문회 선배들과 함께 시위 결사대를 조직하고, 만세시위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조선총독부는 3.1운동의 여파로 임시휴교령을 반포한다. 이후 유관순은 고향인 충남 병천으로 내려가 만세 시위운동을 추진한다. 이에 4월 1일 아우내 장터 장날 정오에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시위운동을 전개한다. 유관순은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항거'는 아우내 장터서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는 유관순(고아성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유관순은 팔과 다리에 족쇄를 차고 있다. 그는 수감번호 371번이 찍힌 수의를 입고, 퉁퉁 부은 눈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들어선다. 그리고 여옥사 8호실에 투옥된다. 유관순이 투옥된 여옥사 8호실은 세 평 남짓의 비좁은 공간으로 25명의 여성이 생활한다.
그 좁은 공간 속에서 25명은 다리를 붓지 않게 하기 위해 원을 그리며 걷고 또 걷는다. 그러던 중 김향화(김새벽 분)가 아리랑을 제창한다. 이를 들은 8호실의 모든 여성들은 아리랑을 다 같이 부르며 독립의 의지를 되새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관순은 일본 간수에 의해 노래를 멈추라는 제지를 받지만 "우린 개구리가 아니다"라고 외친다. 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독립을 향한 열망을 보여준다.
유관순은 "우린 개구리가 아니다"라고 먼저 외친 주동자로 지목돼 고문을 받게 된다. 그는 각종 고문에 굴하지 않고 3.1 만세운동 1주년을 기념할 또 다른 만세운동을 계획한다. 극중에서는 유관순이 받았던 각종 고문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절제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독립을 향한 꺾이지 않은 의지를 표현했을 뿐이다.
누군가 유관순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요?"라고 묻는다. 유관순은 "그럼 누가 합니까?"라고 역설한다. 유관순의 되물음은 당시 독립을 열망했던 모든 이들을 다시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후 8호실에 투옥됐던 25명 중 24명이 석방된다. 일본 천황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다시 만세를 부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감형을 받았다. 유관순 역시 감형을 받았지만, 재판에서 3년 형을 받았기에 석방된 이들보다 6개월 가량 형을 더 살아야 했다.
'항거'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의 독립 열망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여기에 역사를 잊지 말자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유관순 역으로 분한 배우 고아성의 연기는 몰입감을 더한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유관순 열사를 조명하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여성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유관순과 8호실에서 함께 생활한 김향화와 이옥이(정하담 분)는 독립 운동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이는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 오로지 독립만을 원했던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항거'는 저예산 영화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 당시 독립에 대한 열망을 품었던 이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추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8호실에 투옥됐던 25명의 사진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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