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가시나들' 김재환 감독 "모든 할머니들은 귀엽다"[★FULL인터뷰]

발행:
김미화 기자
김재환 감독 / 사진=단유필름
김재환 감독 / 사진=단유필름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인식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어떻게 재밌게 보낼까 고민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곧 도달하는 미래입니다."


영화 '칠곡가시나들'의 김재환 감독이 영화 속에 담은 따뜻한 시선으로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촬영 당시 평균나이 86세, 현재 평균 나이 90세에 육박하는 할머니들이 글씨를 배우고 시를 배워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영화는 가슴 따뜻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웃음을 전한다.


김재환 감독은 MBC 교양국 PD 출신으로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 등 이른바 문제적 작품으로 불리는 의미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시선과 달리 따뜻한 시선으로 할머니들을 바라본다. 김재환 감독을 직접 만나 '칠곡가시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칠곡 가시나들'은 전작과 비교해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 그런가? 기존에 나온 작품들도 다 사랑의 표현이었다. 이번에 '칠곡가시나들'을 본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 맞느냐'라고 많이 물어보더라. 영화로만 보면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저 작품의 이야기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작품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사실은 '칠곡가시나들'도 문제작 중 하나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첨예하고 또 양쪽이 부딪치는 이슈는 누가 해도 한다. 누구도 관심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칠곡 가시나들'은 기존의 매체에서 노인을 다룬 것과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재밌게 나이듦'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 제가 칠곡에서 본 것은 할머니들의 설렘이다. 그 설렘이라는 단어로 할머니들의 일상을 해석했다. 저는 설렘을 느끼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제가 느낌 설렘을 담았다. 회고적이거나, 죽음에 사로잡힌 존재로서 할머니들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그런 설레는 실상을 포착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가 노령화 돼 가며, 젊은 세대와 노인들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문제는 완전히 배제했다.


▶ 미디어에서 주로 노인에 대해 다루는 것이 그런 노인 문제들이다. '칠곡가시나들'이라는 영화는 노인들은 존재로 바라보고 다뤘다. 이 같은 내용이 판타지라고 볼수도 있지만, 관객들은 제가 선택한 컷을 보고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리얼한 CCTV는 아니지만, 이것도 노인들 삶의 한 부분이다.


- 할머니들과 2년 정도 촬영한 것으로 안다. 함께 지내며 있었던 재밌는 일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


▶ 할머니들이 우리 촬영팀에게 계속 먹였다. 다가와서 입에 쑥 집어넣고 가신다. 계속 음식을 먹이셔서 힘들었다. 또 할머니들이 술을 참 좋아하신다. 술을 좋아하시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 촬영할 때는 그게 힘들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저녁에 일찍 주무시니까 주로 낮술을 드신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계속 저희에게 술을 주시더라. 술을 못 마시겠다고 하면 삐친 척 하신다. 그래서 술을 잘 못마시는 스태프는 드러누워야 했다. 계속 이렇게 마시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할머니가 저희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참 좋았다.


- 영화 속 할머니들의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혹시 카메라를 의식(?)하시는 분들은 없었나.


▶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어도, 할머니들이 몇 달 후에는 카메라를 전혀 신경을 안 쓰시더라. 저희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조금 멀리 두고 관찰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저희에게 다가오면서도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으시고, 심지어 더울 때는 옷도 훌러덩 벗으셔서 말려야 했다.(웃음)


/사진=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


-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며, 나이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 저도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칠곡가시나들'을 촬영하며 나이듦의 두려움을 극복했다. 우울하고 쓸쓸하고 나이 드는 것의 통로를 통과하는 그런 두려운 시선을 넘어섰다. 젊은 분들이 노인들을 불쌍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할머니들도 재밌게 살고 있고 열심히 살려고 애를 쓰신다. 그런 안타까운 시선은 필요없다. 도움이 필요하고 수혜를 받는 의존적인 사람으로만 바라보면 안된다. 노인은 우리가 곧 도달하는 미래다. 조금 밝은 시선으로 나이든 사람들을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할머니들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KBS 아침드라마 폐지에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 영화에 출연한 할머니들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 같다


▶ 3년 간 할머니들과 같이 있어보니 그 전에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할머니들에게 KBS 아침드라마는 정말 소중한 재미였다. 그것을 KBS가 드라마를 폐지하면서 아침드라마를 못보게 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할머니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 낸다. '무한도전'이 폐지 됐을 때는 2030세대가 난리났지만 어르신들은 그렇게 입장을 밝히지 못한다. 들리지 않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려 드리겠다.


/사진='칠곡가시나들' 스틸컷


- 할머니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고, 사투리를 쓰다보니 대사가 안들리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막없이 진행했다.


▶ 처음부터 자막을 안넣겠다고 했는데 저도 고민한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늬앙스를 알 수 있고 어려운 사투리 같은 것도 문맥상 이해가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조금 못알아듣고 하는 부분이 약간 있더라도 그 마음이 전달되면 충분하다. 자막을 넣으면 자막을 읽게 된다. 자막을 읽으면서 오히려 잃게 되는게 많다. 방송이라면 자막 넣어야 했겠지만 영화는 자막으로 그림 가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 무엇보다 영화 속 할머니들이 너무 귀여우셔서 기억이 난다.


▶ 모든 할머니들은 귀엽다. 그 분들의 귀여움을 허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것을 아들 며느리가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 다 떨치고 마음껏 귀여움을 발산하셔도 된다고 말씀하시고 싶다. 만약 '우리 할머니는 귀엽지 않던데' 생각한다면 할머니가 귀여움 발산 못하게 하는 분위기 있을 것이다. 할머니들은 정말 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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