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이 담긴 영화 '에움길'이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영화, 다큐멘터리 등에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했다면, '에움길'은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미소짓게 만든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에움길'(감독 이승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이승현 감독, 이옥선 할머니,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이 참석했다.
'에움길'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특별한 일상을 담은 휴먼 다큐 영화다.
이날 이승현 감독은 "'에움길' 개봉에 대해 실감이 안 난다. 굉장히 정신이 없는 상태다. 제가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스란히 잘 담아서 잘 전달이 될지 대중의 평가도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승현 감독은 "실제로 할머니들을 뵙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나눔의 집'에 기록되어 있는 영상들을 보면서 할머니들에게 빠졌다. 할머니들이 가족 같았다. 우리 할머님이니까 저의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승현 감독은 "관객이 봤을 때 한국인의 책임감, 의무감, 무거운 것들은 잠시 내려둘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밝고, 할머님들의 웃음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역사도 제대로 짚어주려고도 노력했다"고 전했다.
안신권 소장은 "(다른 영화나 방송에서) 할머님들이 투쟁적으로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데, '에움길'은 일상생활을 녹여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머님들의 투쟁적인 모습보다는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봐줬으면 좋겠다. 저는 '에움길'을 보면서 할머님들의 숨결을 느꼈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안신권 소장은 후원자에 대해 말하던 중 유재석을 언급했다. 그는 소장은 "보이지 않는 분들이 후원과 지지를 해준다. 유재석씨가 복지 지원이나 의료 지원을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안신권 소장은 "유재석씨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나눔의 집'을 방문하셨다. 할머님이 직접 손을 잡고 유재석씨에게 인권센터를 지으려고 하는데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유재석씨가 2억 6천만 원을 후원해주셨다. 또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씨가 1억 원을 후원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감독은 "'에움길'은 할머님들의 일상에서 나오는 감정과 제가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할머님들을 피해자로서만 바라 보는 게 아니라 인생의 선배, 정겹고 사랑스러운 할머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승현 감독의 말처럼 '에움길' 속 할머니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보여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할머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군 성노예자 피해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한편 '에움길'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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