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덱스터스튜디오는 현재 한국영화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칸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CG부터 숱한 논란과 화제를 낳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VFX작업, 여기에 올겨울에는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주연 재난영화 '백두산'을 내놓는다.
지난 1월 돌연 불거진 CJ ENM과 덱스터스튜디오의 인수설은, 영화계뿐 아니라 코스닥을 달군 이슈 중 하나였다. 전략적 제휴가 인수합병으로 와전돼 알려졌지만 이슈가 이슈였던 터라, 단숨에 주가가 치솟는 등 이래저래 말들이 쏟아졌다.
스타뉴스가 창간 15주년을 맡아 류춘호 덱스터스튜디오 대표를 만났다. 류 대표는 지난 3월 김용화 감독을 대신해 덱스터스튜디오 수장으로 선임됐다. 류춘호 대표는 삼성,LG그룹을 거쳐 인터파크의 성장사를 같이 하다가 작년 초 덱스터스튜디오에 합류한 전문 경영인이다.
-덱스터스튜디오를 이끌게 됐는데. VFX로 출발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염두하고 있나.
▶김용화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VFX회사에 입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VFX회사로 출발했지만 영화 제작과 투자를 비롯해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미디어그룹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 VFX회사 중 VFX만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거의 없다. 웨타나 ILM도 마찬가지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콘텐츠 제작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디어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게 있나.
▶IP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22년까지 전세계 120조 시장 규모가 될 VR, AR 사업에 덱스터스튜디오의 강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이미 VR, AR테마파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미션은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다. 단순한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라 IP가 선순환되도록 확대 재생산하려 한다.
예컨대, 영화 '신과 함께'가 VR, AR 콘텐츠로 만들어질 뿐 아니라 VR,AR테마파크로 만들어진다. 5G 세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그동안 VR, AR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원격 의료, 가전 등등 생활 전반에서 VR, AR 콘텐츠 시장이 확대된다. 그걸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게 덱스터스튜디오의 최대 강점이다. 이미 LG유플러스와 VR콘텐츠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을 뿐더러 40여종의 멸종위기 동물과 영화 속 동물 등을 AR콘텐츠로 제작하는 동물원을 기획 중이다.
-IP를 확보하기 위해선 자체 콘텐츠 뿐 아니라 더 넓은 라이브러리가 필요한데. 디즈니가 마블, 이십세기폭스 등을 인수합병한 것도 IP확보를 위해서였는데. 그런 계획은 있는지.
▶김용화 감독님의 영화뿐 아니라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제작하고 투자한다.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을 자체 제작하고, 류승완 감독님과 '탈출'을 공동 제작하는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리'도 용필름과 공동제작이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자체 제작 콘텐츠 뿐 아니라 협업을 통해 라이브러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 중이며, 웹툰 사업에도 진출하여 IP 관련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CJ ENM과 전략적인 제휴를 논의 중이다.
-CJ ENM과 전략적 제휴 논의는 올초부터 시작됐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전략적 제휴였으면 벌써 결론이 났었을 텐데. 그러다보니 업계에선 금액 차이로 전략적 제휴가 무산됐다는 소문과 단순한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제휴이다보니 디테일 조정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CJ ENM과의 논의는 기존에 조회공시의 답변에서 변동한 바 없다. 추가적인 변동사항이 있을 시 별도 공시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한다.
-CJ ENM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 '백두산' 이후 덱스터스튜디오 영화들은 모두 CJ ENM을 통해 배급하게 되나.
▶그렇지는 않다. 프로젝트별 각각의 경우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외유내강과 공동제작하는 '탈출'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고,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중국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덱스터스튜디오에서 이끄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덱스터스튜디오는 1년에 2~3편 가량을 제작하거나, 공동제작하거나, 투자배급을 같이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VR,AR 사업 뿐 아니라 OTT에 참여하는 건 고려하고 있는지.
▶넷플릭스 뿐 아니라 다양한 OTT사업자들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 같이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회사에게는 기회다. 애니메이션 사업과 드라마 제작 뿐 아니라 웹툰 회사를 투자/인수합병하는 걸 고려하는 것도 다양해진 OTT플랫폼에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콘텐츠 회사를 지향하는 건, 결국은 미국 시장 진출일텐데. 중국은 사드 여파 이후 어려워진 게 사실이고, 일본은 현재 정국이 경색돼 활로 찾기가 쉽지 않다. 동남아시아는 아직 시장 크기가 작고.
▶'신과 함께'로 확인됐듯 한국영화의 정서는 아시아에서 통한다. 분명 어려운 점이 있는 건 맞다. 그럼에도 한류 콘텐츠의 정서는 점점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화 되고 있다. 또한 유통망이 이제는 단순한 극장 배급망을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OTT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그런 점에서 우리 회사의 강점이 분명한 콘텐츠를 제작할 뿐더러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점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12월 개봉 예정인 '백두산'이 바로 그런 경우다. 감독들의 뛰어난 연출력과 덱스터의 제작 능력뿐 아니라 화산 폭발 재난 영화라는 점에서 VFX기술을 입증할 수 있다.
-'백두산'은 260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한국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일 텐데.
▶물론이다.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외에서 공개될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CJ ENM과 협의 중이다. '신과 함께'에 이어 덱스터스튜디오의 역량을 보여줄 콘텐츠라고 자신한다.
-'백두산' 이후 콘텐츠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탈출'이 있고, '신과 함께3,4'가 있다.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더 문'도 있다. 크리쳐 무비인 '사일런스'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는 스튜디오 드래곤과 여러 방식으로 공동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테마파크를 비롯해 VR,AR 사업이 덱스터스튜디오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일텐데.
▶AR,VR테마파크는 단순히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어트랙션 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생활로 들어간다. 교육과 국방, 의료 등 전반에서 VR, AR 활용도가 매우 높아질 것이다. 5G 시대에는 버추얼 사업이 핵심일 수 밖에 없다. 덱스터스튜디오는 5G시대에 최대 콘텐츠 제공자가 될 것이다. 콘텐츠와 기술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여기에 OTT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