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오의 '레토', 심은경의 '신문기자', 이주영의 '메기'가 13일부터 특별상영합니다."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올린 공지다.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줄어들자 독립영화, 다양성영화를 재개봉하기로 한 것.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상업영화들을 재개봉하고 극장요금을 할인하는 것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애쓰는 것처럼 예술영화관은 극장에서 놓친 좋은 독립영화를 재상영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든 극장가 새풍경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월 극장 관객은 총 737만2882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평일 관객은 5만명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작들이 대거 개봉을 연기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극장들은 상업영화 재개봉과 할인 행사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는 '누군가의 인생 영화 기획전'이란 타이틀로 옛 영화들을 재개봉하고 있다.
국내외 영화 130편을 추린 뒤 댓글과 관객 만족도 지수 등을 종합해 22편을 선정,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상영한다. 9일 '스타 이즈 본'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재개봉한다. 관람료는 일반 영화 5000원, IMAX는 1만원이다.
롯데시네마는 '힐링무비 상영전'이란 이름으로 '리틀 포레스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린 북' 등을 관람료 5000원에 재개봉한다.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 기획전'이란 이름으로 '로마'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 영화들과 '나이브스 아웃'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을 상영한다.
'인비저블맨' 등 상영작과 소수지만 개봉작들, 그리고 상업영화·독립영화 등 재개봉작들이 같이 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신작들과 재개봉작들이 스크린과 상영횟차에 큰 차이 없이 상영되고 있는 점이다.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선 10일 현재 '조조래빗'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타 이즈 본' '비긴 어게인' '어바웃 타임'이 비슷한 상영횟차와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다른 멀티플렉스와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흥행될 만한 영화들에 스크린과 상영횟차를 몰아주는 스크린독과점이 사라진 것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큰 폭으로 줄어드니 오히려 다양한 영화들이 고른 상영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사라진 스크린독과점을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게 이 현상의 아이러니다. 멀티플렉스가 상영관을 줄이고 상영횟차를 줄인 끝에 나온 현상인 탓이다. 산업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얻어진 평등인 탓이다.
스크린독과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난다면 이상적일 테다. 다양한 영화들을 찾는 다양한 관객들로 극장이 가득 찬다면 이상적일 테다.
코로나19 여파가 가라앉은 뒤 이상적인 극장 관람 형태가 이어질지, 더욱 극심한 경쟁 체재로 돌아갈지, 어쩌면 지금은 시험대인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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