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사다난이란 말로는 모자랄 2020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계는 잠깐의 경사와 그 뒤로 최악의 상황이 내내 이어졌다. 스타뉴스가 2020년 영화계 5대 뉴스를 정리했다.
# 봉준호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더니 올해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트로피를 받았다. 비단 한국영화 뿐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 영화가, 아시아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석권하는 등 사상 초유의 일. 그야말로 한국영화 역사 뿐 아니라 세계영화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였다.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은 따놓은 당상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감독상과 작품상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터.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여서 침울했던 한국영화계에 단 비 같은 소식으로 여겨졌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코로나19 사태는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영화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코로나19 사태는 사스, 메르스 때처럼 단기적인 상황으로 그친 게 아니라 1년 내내 이어진 여파라 한국영화산업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올해 극장 매출 추산액은 5100억원대로 전년 대비 73.3%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 매출 합산 추산액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과 개봉, 상영 등 영화산업 전 영역에 걸쳐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VOD 매출액도 1, 2월은 전년도보다 상승했지만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전년보다 감소했다. 해외 진출 부문도 전년 대비 50% 이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영화 제작·개봉 피해는 조사에 응답한 135편의 총 피해 규모가 329억 56만 원에 달한다. 극장은 매출액 감소, 운영 중단, 고용 피해 등이 심각했다.
#'헤븐: 행복의 나라로' '반도' 칸영화제 초청..홍상수 감독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와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제7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됐다. 다른 시절이었다면 임상수 감독과 연상호 감독, 그리고 배우들과 제작자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겠지만 올해는 불가능했다. 제73회 칸국제영화제는 당초 5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열리지 못했다. 대신 올해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됐다면 초청했을 영화 56편을 'Official Selection'으로 선정했다. 이 중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와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이름을 올렸다. 예년대로였다면 두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초청 프리미엄을 안고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었다. 어쩌면 수상 소식을 전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식초청작이란 타이틀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반도'는 여름에 개봉했지만 '헤븐: 행복의 나라로'는 올해 개봉을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고,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 내년으로 개봉이 밀린 건, 한국영화계 뿐아니라 전세계 영화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겪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한편 홍상수 감독이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격인 은곰상을 수상했다. 홍 감독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는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가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승리호'까지..넷플릭스로 가는 한국영화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19 여파로 끝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될 때만 해도 한국영화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들은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영화가 극장에서 공개되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인 데다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산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영화산업에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자 위기의식이 점점 커졌다.
결국 240억원이 투입된 한국영화 기대작 중 하나인 '승리호'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택해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다. '승리호' 뿐 아니라 '낙원의 밤', '콜' '차인표' 등이 넷플릭스 공개를 택하자 영화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 극장 개봉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넷플릭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점차 하게 됐다.
코로나19 여파가 내년 언제까지 이어지냐에 따라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와 협상을 하려는 영화들이 더욱 늘 것 같다. '승리호'도 당초 해외 공개만 넷플릭스로 하려 했다가 결국 넷플릭스로 전체 공개를 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한, 넷플릭스와 불편한 동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12월11일 사망했다. 향년 60세.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11월20일부터 라트비아에 머물렀다. 그는 라트비아의 유르말라에서 집을 매입하고 거주 허가를 받았지만 12월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돼 현지 동료들이 수소문한 끝에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덕 감독의 가족은 고인의 치료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치료 상황을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코로나 상황 때문에 현지에 갈 수 없어, 현지 대사관의 도움으로 화장해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라 불리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한 유일한 한국영화감독이다. 그는 2018년 미투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을 떠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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