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을 통해 첫 연출에 도전했다. 그는 다행이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극중 등장하는 사막신은 CG가 아닌 실제로 촬영한 것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제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6년 전 벽을 바라보고 누운 김태형 감독은 감은 눈앞에 방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경험을 짧게 메모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8일의 밤'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0년 '반가운 살인자'를 기획했으며, '평양성' 연출팀으로 일했다. 그에게 '제8일의 밤'은 첫 연출작이다.
김태형 감독은 연출을 꿈꾸고 영화를 시작했지만, 좋은 영화 두 편을 보고 영화를 포기했었다.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기획을 시작했고, 기획자를 꿈꾸며 시작한 영화가 '제8일의 밤'이었다. 기획 중에 '마지막으로 영화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도전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제8일의 밤'은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현재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제8일의 밤'은 공개 후 한국에서는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방글라데시,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에서 '오늘의 콘텐츠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를 통해 '제8일의 밤'이 공개됐다. 소감은 어떤가. 또 극장 개봉에 대한 아쉬움은?
▶ 처음이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초반에는 반응을 보지 않다가 화제가 됐다는 걸 듣고는 확인을 했다. 많은 분들이 시청해주시고 있으니까 (화제가 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이라는 게 감독한테는 의미를 준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국에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됐기에) 운이 좋았다라는 생각이다.
-'제8일의 밤'은 어떻게 시작됐나.
▶ 아이템 찾은 건 특이한 경우다. 피곤한 상태에서 기절하듯이 잠에 들 때가 있다. 버릇처럼 벽을 보고 등을 돌려서 눈을 감았는데 깜깜해지는 게 아니라 밝아지더라. 특별하게 본 건 아니고 등 뒤에 있는 방을 봤다. 눈을 감았는데 눈이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서운 걸 본 게 아니라 특이한 경험을 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 이상한 경험을 하고 곧바로 일어났다. 아이템을 찾는 사람은 적는 게 버릇이다. 등 뒤에 무언가 눈이 떠져있는 느낌도 들었고, 소재 자체를 공포 소재인 걸로 진행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연출 하면서 주제를 찾다가 관심이 있었던 부분이 종교 분야였다. 그때 마침 다른 영화를 통해 여러가지 종교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공포가 아니라 의미가 있는 이야기로 진행됐다.
-'제8일의 밤'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신앙적인 건 아니다. 천주교라 성당도 다니고 절에도 가봤다. 신앙적인 느낌보다는 철학적인 느낌으로 다가갔다. 여러 종교가 한 곳으로 모인다는 생각을 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종교들이 추구했던 건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종교적으로 파고 들었다.
종교라는 게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제가 해석하기로는 어떤 종교는 내세의 의미를 부여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부여하기도 한다. 또 어떤 건 역사에 부여하기도 한다. 내세는 과거의 이야기 보다 현재에서 찾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사람들이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고, 어떻게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8일의 밤'이 어떤 면에서는 기독교적일 수도 있고, 유교적인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연출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철학적인 방향으로 바라봐주시는데 그런 부분도 있다. 말하고 있는 바가 있으니까. 그보다는 이야기를 재밌게 느끼길 바랐다. 철학적인 메시지에 집중을 했다기 보다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아쉽게 됐지만, 저는 이런 이야기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었다.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 시나리오를 쓸 때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다. 상상에 있던 인물을 초상으로 그린 뒤 그 인물을 보고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제8일의 밤'의 시나리오를 보셨던 분들이 '누가 주인공이 될지 모르겠다'며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어떤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가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저는 캐스팅을 하는 쪽 보다는 많은 분들에게 캐스팅을 맡겨놓은 상태였다. 어느 순간 보니까 (이)성민 선배님이 관심이 있으시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가 그린 초상을 봤더니 이상하게 성민 선배님과 닮아있었다. 이 배우에게 가는 이야기였나 싶었다.
해준 선배님은 저한테 동앗줄 같은 분이었다. '제8일의 밤'이 두시간 짜리로 축약하기에는 긴 호흡이다.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도 더 긴 이야기였었다. 매체가 다르다고 하면 드라마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호흡이었다. 두 시간으로 응축하면서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전사라든지 감정 표현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를 발견했다.
유정씨는 살짝 놀랐다. '제8일의 밤'에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을 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중이 크게 있지 않다. 그렇지만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서 처음에 유정씨한테 연락이 왔을 때 유정씨인 지 몰랐다.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었다. 만났더니 유정씨더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시나리오를 어렵게 볼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왔다. '이 정도까지 해석을 해 온 배우'였고, 유정씨니까 캐스팅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다름씨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성민 선배님이 추천을 해주셨다. '모든 캐릭터들은 누가 해야하지?'라는 고민을 언제나 했었다. 사실 청석 캐릭터는 순수하고 해맑았으면 했다. 연령대 역시 17살~18살에 맞춰야 했다. 아역 배우 중에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었다. '제8일의 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청석이다. 같이 하는 배우가 대배우이다 보니까 어떤 친구들이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성민 선배님이 다름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고 이미지를 생각해보니 호감이 갔었다. 가장 큰 메리트는 두 분이 친분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름씨가 편안한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같이 하게 됐다.
-제목은 처음부터 '제8일의 밤'이었나. 제목따라 밤 촬영이 대부분인데.
▶ 처음 기획 당시에는 공포물을 생각했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눈을 바라보는 느낌이기에 공포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쪽으로 맞춰갔다.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제목을 '제8일의 밤'으로 정했다. 제목은 이야기의 톤 앤 매너를 정해준다고 생각한다. 숫자 8이 들어가야하는 건 확실했고, 이야기도 8일째의 밤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
밤이 전부였다. 촬영도 밤이 많았다. 영제목이 원래는 '다크 나이트 오브 더 소울'로 카톨릭적이었다. 유명한 수도사의 시 제목이었다. 영혼이 가장 어두울 때 밝음을 맞이하는 순간 어두운 시기라는 뜻이었다. 종교는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불교적으로 봤을 때 번뇌가 해탈도 크다고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힘들다고 했을 때 어둠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약길이라고 하는 것 역시 어둠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밤을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더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극중 등장하는 사막은 CG가 아니라 실제로 촬영한 것이라고.
▶ CG가 아니다. '이게 CG야?'라며 '내가 한 시간이면 할 수 있겠다'라고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CG가 아니라 사막에서 실제로 촬영했다. 진짜 사막이라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더라.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내고 와야 했기에 상당히 고생했다. 공항부터 숙소까지 반나절 가야했고, 숙소부터 촬영장까지는 비포장 도로로 두 시간을 가야했다. 이동하는 시간이 길면 당연히 촬영 시간은 줄어든다. 어떻게 찍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찍었다.
'제8일의 밤'은 색채가 흑백 같았던 영화였다. 사막 장면만큼은 컬러였다. 채도를 많이 올렸다. 유정씨가 맡은 애란이라는 캐릭터가 서서히 영화의 색채를 올리면서 가장 아름다운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를 보여준 것이다. 관객들을 위해 채도를 올려 그 부분을 화사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판타지 같은 장면처럼 보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첫 연출작인 '제8일의 밤'은 어떤 의미로 남을 영화인가.
▶ 상업 연출의 덕목에 대한 걸 배웠을 때 크게 두 가지 덕목이 있다. 하나는 믿고 맡겨준 이들에게 손해를 안 입히고 더 나아가서는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라고 배웠다. 또 다른 한가지는 관객, 시청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재미다. 제가 봤을 때 전자는 운이 좋게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넷플릭스 관계자를 만났는데 좋은 성적이라고 하시더라. 그러다 보니 누구 하나 손해보지 않게 하지 않았구나 마음의 안도를 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고 있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비중이든 상관이 없다. 그저 시청을 해주셨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첫 연출에 대한 소감은 다행이다라고 할 수 있다. 너무 감사하기도 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