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이재규 감독 "세계 1위 K-좀비, 절망 아닌 희망 이야기" [★FULL인터뷰]

발행:
김나연 기자
이재규 감독 / 사진=넷플릭스
이재규 감독 /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이 작품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그의 고민과 연구가 담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최근 이재규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고, OTT 콘텐츠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11일 연속(9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긍정적인 반응이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드라마 세계 1등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신기하고, 2년 동안 같이 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라며 "우리가 열심히, 또 진심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우리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느껴줄 거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 못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가 열광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우선 좀비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고,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구현한 능력치가 기대를 충족했거나, 예상을 뛰어넘어 재밌게 즐기시는 것 같다"라며 "또 기존의 좀비물이 성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는 차별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디션을 통해 배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등 신선한 얼굴의 신예 배우들을 발굴했다. 이재규 감독은 "가능성 있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나이가 어린 배우들을 선택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그 인물과 가까운 배우를 캐스팅하면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대본 연습을 하고,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이 '각 캐릭터와 배우들이 너무 비슷하다'라고 놀랄 정도였다. 배우들과 얘기를 할 때도 '실제 너라고 생각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캐릭터에 아이들의 실제 모습이 투영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재규 감독은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캐릭터들의 앙상블이다. 얼마나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촬영 내내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재규 감독 / 사진=넷플릭스

신선한 소재와 긴박한 스토리, 사실적인 묘사로 좀비 웹툰계의 레전드가 된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원작 웹툰이 가진 고유의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여러 설정을 덧입혀 더욱 막강한 K 좀비 장르로 진화했다.


그는 "원작 웹툰의 기본적인 뼈대나 큰 사건의 흐름은 그대로 가져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져왔지만, 캐릭터의 관계나 구체적인 사건은 다르게 구성했다"라며 "가장 큰 변화는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원작은 기원을 설명하지 않는데, 우리는 구체적으로 인간으로부터 시작됐고, 또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 설정을 바꾼 것이 가장 컸다"라고 밝혔다.


원작 웹툰에서 이야기를 옮겨오면서 변화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원작에서는 나연(이유미 분)이 선생님을 죽인다거나 귀남(유인수 분)이 죽은 선생님의 두피를 가면처럼 쓰는 잔인한 장면 등이 등장하는데, 수위 조절을 위해 이를 축소시켰다.


이재규 감독은 "원작 그대로를 영상화한다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순화시킨 게 있다"라며 "(원작에서는) 나연도 귀남도 훨씬 더 폭력적인 지점도 있고, 그건 원작의 미덕이기도 하다. 순화시키거나 다듬은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원작 웹툰에는 없는 새로운 좀비도 등장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에 물려도 완전한 좀비가 되지 않는 이모탈, 이뮨이라는 존재를 탄생시켰다. 그는 "코로나19도 10명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감염이 되고, 어떤 사람은 감염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사람마다 면역체계가 다르듯이 좀비 바이러스도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그 시작을 밝혔다.


이어 "기존 좀비물의 전통을 따라가되 돌연변이 성향의 좀비가 있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확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남라(조이현 분)은 이뮨으로, 면역자다. 바이러스가 들어왔지만 발병하지 않은 상태고,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다. 귀남(유인수 분) 같은 경우에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가 된 거다. 죽지 않은 좀비이기 때문에 이모탈이라는 명칭을 썼다"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 / 사진=넷플릭스

이렇듯 이재규 감독은 '면역자 집단'에 대해 집중했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자 했다. 그는 "면역자 집단, 또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면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재밌었다. 이야기가 확장된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라며 "인간이라는 대다수의 집단, 또 이뮨과 이모탈이라는 극소수 집단의 본능이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좀비물 특유의 긴박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은 물론 학교폭력, 성범죄 등 사회문제를 담아내며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가해 남학생이 은지(오혜수 분)의 교복을 벗기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의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하면서 다소 자극적이라는 비판과도 마주했다.


이에 이재규 감독은 "우리 사회에는 많은 비극이 일어나는데 그 비극을 단순히 보여줘서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더 많은 관계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라면서 "뒤에 은지의 전개를 보면 아시겠지만 자신의 목숨보다도 자기가 당한 그 모습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한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없애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그 아이에게 행한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기본적인 설정값이 있어야 했고, 은지가 죽으려고 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희수(이채은 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실제로 청소년 미혼모도 많고, 원치 않은 임신도 많다. 이건 현실이다"라며 "아이를 버렸지만, 곧 책임감을 느끼고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주제에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꼭 필요한 장치였다고 강조하면서도 "과하게 전달됐거나 보면서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재규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서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구성했는데 일반적인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 어느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다 보고 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사람을 믿고 싶고 제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쪽인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희망도 사람한테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절망의 시작인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인지는 보는 분들에 따라서 다를 것 같지만 저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이런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비극성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라며 "어른이 되면서 그 뜨거운 가슴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상기시키고자 했다. 그런 것들이 사회의 시스템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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