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광대: 소리꾼' 광대가 소리로 꿈꾸는 세상

발행:
전형화 기자
사진

조정래 감독의 '소리꾼'이 '광대:소리꾼'으로 재탄생했다.


2020년 7월 선보였던 '소리꾼'을 재단장해 '광대: 소리꾼'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소리꾼'이 판소리 뮤지컬 영화에 더 가까웠다면, '광대: 소리꾼'은 조정래라는 작가의 색채가 더 분명해졌다. 거기에 북한의 풍광이 담겨 새로움을 더한다.


'광대: 소리꾼'은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리꾼의 이야기다. 소리로 먹고사는 심학규와 삯바느질로 가족 부양하는 아내 간난이, 그리고 어린 딸 청이가 걸어가며 완성하는 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이들 가족에게, 어느날 우환이 닥친다. 사람을 납치해 억지로 채무증서를 쓰고 노예처럼 팔아버리는 패거리에 그만 간난이가 끌려가고 만 것. 같이 납치됐다가 간신히 탈출한 청이는 그만 충격에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다.


심학규는 눈멀 딸 청이와 함께 아내를 찾아 전국팔도를 떠돈다. 학규는 등에 봇짐 지고 아기 업고 아내 찾아 곳곳에 유랑걸식을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담아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간다. 점점 자기 이야기에 빗대 눈먼 아비 심학규와 그런 아비 눈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이에 대한 소리를 만들어간다. 그리 만든 심청가에 백성들은 웃고 운다.


간난이를 납치한 놈들 뒷배에는 나랏녹 먹는 벼슬아치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쫓는 또 다른 무리도 있다. 어지러운 세상에 제 배 부르려 힘없는 사람들 괴롭히는 놈들은 여전하고, 그 속에서도 고단한 백성들의 삶은 소리로 녹아들고 완성돼간다.


'광대: 소리꾼'은 조정래 감독이 만든 판소리 영화다. '소리꾼'이 판소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재탄생한 '광대:소리꾼'은 영화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위안부들의 삶을 담았던 영화 '귀향'을 어렵사리 세상에 내놨던 조정래 감독은 소리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광대:소리꾼'으로 세상에 하고픈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무형문화재 판소리 고수 전수자이기도 한 조정래 감독은, 판소리 심청가와 춘향가의 기원을 그럴 듯 하게 엮어 그 위에 소리를 얹었다. 이 상상력과 이 소리는 좋다. 학규 역을 맡은 실제 소리꾼 이봉근은 연기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가진 힘으로, 관객을 웃고 울린다. 이 웃고 올림은 재탄생한 '광대:소리꾼'에도 여전하다.


'광대:소리꾼'이 '소리꾼'보다 더 작가 조정래가 품은 이야기에 맞닿은 건, 판소리 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들 즉 광대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소리로 웃고 울리는, 그런 삶. 백성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야기라 더욱 공감하고, 그래서 더욱 바라는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 '소리꾼'이 심청가에 더 기울었다면, '광대:소리꾼'은 춘향가라는 이야기의 틀에 심청가가 잘 녹아들어 균형을 잡았다. 바로 이 전개가 작가 조정래가 바라던 균형 같다. 비록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 그 바람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이뤄질 세상. 그는 '광대: 소리꾼'으로 그런 세상을 노래한 듯 하다.


'광대:소리꾼'에는 '소리꾼'에는 담길 수 없었던 북한의 풍광이 담겼다. 사실 '소리꾼'은 2018년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협약으로 북한 촬영에 대한 최종 확정까지 받았으나, 이후 북미간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안타깝게도 무산됐다. 그러나 당시 사전 답사에서 북한의 아름다운 절경을 촬영했고, 이 영상을 '광대: 소리꾼 감독판'에 포함시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북한의 풍광을 아는 만큼, '광대: 소리꾼'에서 보인다.


'광대:소리꾼'은 영화적인 재미와 의미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좋을 듯하다. 우리 소리에 대해 잘 모르는, 점점 잊혀져가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우리 소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전해져 가는 법. 그게 판소리 영화를 만든 조정래 감독의 뜻이기로 할 것 같다. 요즘 세상에 귀한 영화다.


2월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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