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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이후 '악마가 이사왔다'..이상근 감독 "11년만 빛 봤죠"[★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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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이상근 감독이 8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ENM 2025.08.08 /사진=이동훈 photoguy@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이상근 감독이 8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ENM 2025.08.08 /사진=이동훈 photoguy@

이상근 감독이 '엑시트'에 이어 '악마가 이사왔다'로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의 연출을 맡은 이상근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고군분투를 담은 악마 들린 코미디.


2019년 최고 흥행작 '엑시트'의 각본, 연출을 모두 맡았던 감독 이상근이 6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그는 "설렘 반 기대 반이다. 감독이 새 작품을 냈을 때 겪는 평범한 감정 상태다. 지난한 후반 작업 기간도 생각나고, 끝까지 함께해 준 팀원들에게 고맙더라"라고 말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지난 2014년 이상근 감독이 영화 감독 데뷔를 준비하며 한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이상근 감독의 서랍 속에서 세상이 알아봐 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악마가 이사왔다' 시나리오는 '엑시트'로 성공적인 데뷔 이후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이상근 감독은 "2014년 다른 친구들은 감독으로 데뷔하고, '나는 끝났다'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썼던 작품이다. 그때는 '두시의 데이트'라는 제목이었고,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당시 상황과 잘 안 맞았다. 그래서 '결혼 피로연'이라는 가제로 시나리오를 빨리 썼고, 그게 '엑시트'다"라고 말했다.


이어 "'엑시트'가 제 예상보다 많이 사랑받고, 차기작 폴더를 뒤지다가 아무래도 '두시의 데이트'라는 파일이 맨 위에 올라가 있으니까 계속 눈에 띄더라. 근데 파일을 열어봤더니 제가 기억하고 있던 시나리오랑 완전히 달랐다. '내가 이렇게 썼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래서 안 됐구나'라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던 학생 시절에 과감하고 실험적이었던 것 같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내가 좀 더 다듬으면 영화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아이디어는 유지하고, 처음부터 다시 썼다.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만 빼고 다 바꿨고, 수정 과정을 거쳤다"며 "지난한 후반 과정이 있긴 했지만, 지금 완성본을 보면 '이걸 고치고 싶은데?'라는 생각보다 '할 수 있을 만큼 했다. 최선을 다했다'라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이상근 감독이 8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ENM 2025.08.08 /사진=이동훈 photoguy@

특히 그는 데뷔작인 '엑시트' 이후 다시 한번 윤아와 재회하게 됐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기억 가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엑시트' 때 임윤아 배우와 좋았던 기억도 많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합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현장에 되게 힘들고, 지치고, 어려운데 좋은 사람과 좋은 기운을 받아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또 '엑시트'의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캐스팅 제안에 응해줄 거라는 확신이 80% 정도 있었다. '해주지 않을까?'라는 인간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고칠 때 제 머릿속에는 임윤아 배우가 있었다. 캐스팅을 제안했더니 다행히도 또 같이 해주고 싶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임윤아는 프랑스 유학을 꿈꾸는 평범한 파티셰 캐릭터가 밤이 되면 무시무시한 악마로 깨어난다는 설정을 위해 임윤아는 비주얼부터 충격 변신을 시도했다.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연기 톤에도 차별점을 뒀다. 낮 선지는 차분하고 맑은 느낌의 목소리 톤으로, 악마 선지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센 목소리 톤과 과장된 표정, 웃음소리 등을 통해 180도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에 이상근 감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마는 검은 의상에 진한 화장, 전형적인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클리셰와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며 "그 정도가 고민이었는데 (임윤아와) 빈 회의실에서 여러 차례 연습했던 것 같다. 너무 하이톤이라서 처음엔 잘 안됐는데 여러 번 하니까 탁 트이는 지점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안보현은 덩치는 산만하지만 마음은 여린 길구 역할을 맡았다. 이상근 감독은 임윤아를 염두에 두고, 선지 캐릭터를 쓴 것과 달리 길구 캐릭터를 쓸 때는 배우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만화책 속의 이미지가 떠올랐지 실존 인물이 떠오르진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까 안 그럴 거 같은 사람이 길구처럼 행동해야 더 효과가 극대화될 것 같더라"라며 "여러 작품을 서치해 보고, 안보현 배우가 눈에 띄었다. 굵직하고 강인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속에서 고양이 같은 모습을 끄집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이상근 감독이 8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ENM 2025.08.08 /사진=이동훈 photoguy@

이어 안보현의 첫 인상에 대해 "너무 커서 놀랐다. 딱 알파메일의 느낌이었고, '저렇게 태어났으면'하는 생각을 혼자서 하기도 했다. 길구 캐릭터에 대해 함께 연구하면서 제가 생각한 삶의 감정과 표정을 설명했는데 되게 쉽게 이해해 주시더라. 파이터인 줄 알았는데 그 속에 이미 고양이가 있었다. 시야를 넓게 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안보현 배우의 처음 보는 표정이 나올 텐데 찍을 때도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라고 묻기도 했다.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 없고, 안 쓰던 근육이라 처음엔 어색해서 계속 같이 표정을 연습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엑시트'에 이어 '악마가 이사왔다'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이상근 감독은 "두 번째 연출인데, 달랐던 점은 현장에 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구나'하는 감은 생겼다. '엑시트'를 찍을 땐 잘 몰랐던 기술적인 부분,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다만, 현장에서 리드를 해야 한다는 점, 모든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나를 판단할 것 같은 압박감은 여전했던 것 같다. 그런 압박감은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성적이 안 좋을 때도 감독이 짊어지는 거다. 언제가 되면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하긴 했는데 (감독은) 나를 갉아먹는 직종이다. 끝나고 나니까 결과와 상관없이 후련하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상근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여전히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 중이다. '엑시트' 때는 생존을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청춘이 내달리는 이야기였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어떤 여정에서 길을 잃고 중간에서 만난 인물과 우연히 같이 걷다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는 이야기다. 그 여정에서 길을 찾고, 걸어가는 이야기인 건 '엑시트'와유사한 것 같다 다음 작품도 길을 찾거나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제 백수 캐릭터는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칫 백수 전문 감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인생의 철학, 고민하는 지점은 담겨있을 것 같긴 한데 다음 작품은 이상근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찍었는데? 싶은 수준으로 해볼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제가 갑자기 전기톱으로 사람을 썰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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