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영화 '어쩔수가없다' 배우 손예진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를 하고 있다. 2025.09.18. pak7130@newsis.com /사진=박진희](https://thumb.mtstarnews.com/cdn-cgi/image/f=avif/21/2025/09/2025091820093994351_1.jpg)
배우 손예진이 26년 배우 인생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18일 부산시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고, 배우 손예진이 참석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액터스 하우스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다. 손예진은 "흔치 않은 기회다. 어느덧 경험이 쌓이고, 제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고, 배우로서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됐고, 배우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에서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미리' 역을 맡았다. 좌절한 '만수'(이병헌 분)에게 위로를 건네고,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미리'의 밝고 강인한 면모는, 손예진 특유의 매력이 더해져 한층 풍성하게 완성됐다.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 현장을 회상하며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난 뒤에 내가 또 예전처럼 정말 멋진 작품으로 관객,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대가 많이 변했고, 여러 배우들이 결혼하고 많은 작품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이전과 똑같을 거란 생각이 들진 않더라. 불안함이 있었다"면서 "또 멜로를 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날 찾아줄지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윤여정, 김희애, 전도연, 김혜수 등 여러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보면 당연히 나에게도 길이 있을 것이고, 이때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연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가 돼서 또 나를 찾아주실 때 또 내가 멋지게 성장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또 '어쩔수가없다'를 만나게 되고, 현장에 갔는데 일이 너무 행복하더라. 그전에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강했는데 이번 영화는 저에게 부담이 덜 됐던 건 박찬욱 감독님과 이병헌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을 더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로 이병헌과 첫 호흡을 맞춘 손예진은 "저는 카메라 앞에서 유연하기가 정말 힘들다. 감독님들이 신인 배우들한테 '그냥 자연스럽게 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가장 힘든 거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긴장되고, 하면 할수록 정해놓은 나의 연기 톤과 대사와 행동이 있다. 계획이 되어 있으면 유연하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어떨 때는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과해지기도 한다. 근데 (이병헌은)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추구하는 모습이고, 선배님처럼 힘을 뺀 연기를 펼치는 와중에 감독님의 디렉팅과 본인이 생각한 것을 적절히 섞어서 표현하는 것을 보면 '탁월하고, 재능있는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과의 첫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감독님 의자에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쓰여있는데, 그 존재감과 무게감이 배우들을 다 따르게 만든다. 모든 감독님을 존경하지만 감독님의 아우라와 색깔, 작품 세계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거다. 한국 배우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클래식'(2003), '사랑의 불시착'(2019)부터 '비밀은 없다'(2016), '덕혜옹주'(2016) 등 장르와 스케일을 넘나들며 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관객을 마주한 손예진이다.
그는 쉴 틈 없이 연기를 펼친 데 대해 "욕심과 정신력으로 했다. 저는 열심히 달리고 쓰러지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다시 벌떡 일어난다. 저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연기가 고통스러웠고, 즐기지도 못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 20대 청춘은 작품으로밖에 안 남았고, 즐기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도 배우라는 직업 덕분에 그 순간이 박제된 건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죽어라 해볼 필요는 있다. 그럼 결국 빛이 나는 순간이 있다"고 응원을 전했다.
슬럼프마저 작품으로 극복했다는 손예진이다. 그는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무기력증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번아웃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몇 개월간 지나면서 다행히도 극복됐고, 또 다른 작품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된 작품으로 '작업의 정석'(2005)을 꼽았다. 손예진은 "그 작품은 매번 울고, 죽고, 아팠던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저를 탈피하게 해줬다. 그 누구도 제가 코믹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엉뚱하고 깨는 연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코믹이 뭔지 모르고, 웃기자고 슬랩스틱 코미디도 했다. 용기 있게 '작업의 정석'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유로워졌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제 연기를 보고 울지 않고 웃으시는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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