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이 독특한 블랙코미디 '굿뉴스'로 돌아오는 가운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19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변성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홍경, 야마다 타카유키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들을 엄선한 섹션으로, '굿뉴스'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신작 '프랑켄슈타인',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이상일의 '국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변성현 감독은 "제가 여기 끼어있어도 되는지 송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1970년에 일어난 일본 요도호 여객기 납치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더해 긴박한 심리전을 완성했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실화라는 건 '굿뉴스'라는 제목처럼 뉴스라는 건 결괏값이다. 결괏값에 대해서는 사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고, '블랙'이 붙는다는 건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날카로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 사건으로 제 머릿속에서는 현재 느끼고 있는 현시대의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내일의 조'에 대해서는 "출판사와 작가님께 손 편지를 써서 허락을 부탁드렸다. 난항을 겪었는데 다행히도 제 연출 의도를 알아봐 주셔서 그걸 허락해 주셨다. 영화에서는 필연적으로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작가님께 존경을 담아서 편지를 쓴 게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굿뉴스'의 '아무개' 역으로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는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로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그는 "제가 맡은 '아무개' 역은 감독님이 창조해서 던져놓은 것 같다. 대본을 읽고 다른 배역과 섞이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섞이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근데 완전히 안 섞이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연극적인 부분도 있어서 과장되게 연기한 부분이 있다"며 "비정상과 정상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걸 제가 정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영화는 변성현 감독이 지휘하는 느낌이었다. 짧게 나오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계산이 서 있는 느낌이라서 내 의도대로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꾸준히 얘기하며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또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에 이어 '굿뉴스'까지 변성현 감독과 호흡하게 된 설경구는 "'불한당'부터 함께했는데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다가 어느 순간 재미를 느꼈고 '굿뉴스' 같은 스케일 큰 영화를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불한당'으로 저를 빳빳하게 펴고 싶었다고 하더니 '굿뉴스'로 다시 구긴다고 하더라. 어떻게 구길지도 궁금했다"고 밝혔다.
이에 변성현 감독은 "그냥 제가 (설) 경구 선배님을 좋아한다. 형님으로서도, 선배님으로서도 좋아한다"고 애정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홍경이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맡아, 출세를 향한 야망을 품은 원칙주의자로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서고명'은 실존했고, 그 상황에 놓여있던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되 감독님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픽션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감독님께서 써놓으신 '서고명'을 어떻게 풀어가 볼지 고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변성현 감독은 '굿뉴스'에서 유려한 외국어 연기를 펼치는 홍경에 대해 "보통 외국어 연기를 하게 되면 그 대사가 입에 붙도록 외우려고 하는데 홍경이라는 배우는 히라가나부터 공부하더라. 상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싶다고 해서 그 열정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인 배우들과 작업은 제가 많이 물어봤다. 한국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어색해 보이지 않길 바라서 제가 쓴 대사가 더 자연스러운지 물어봤다. '이 상황에서 좀 더 좋은 대사가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서 다른 배우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의지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경은 "(외국어 연기가) 그리 월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작사 측에서 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셨다. 배우로서 프리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건 경험이 없는 저한테는 중요한 요소다. 제작진의 역할이 주효했던 것 같다. 좋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하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야마다 타카유키가 한국으로 급파된 운수정무차관 '신이치' 역을 맡았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사하고 들어갔는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눈 결과 실제 모습에 다가가기보다는 대본에 집중하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라는 것이 문화이기도 하다. 직역한다고 해서 그대로 전달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 이번에 여러 가지를 해보니 많은 의미에서 배울 기회가 있다. 큰 과제로서 가지고 가야겠다 싶었다. 앞으로도 여러 나라와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또 야마다 타카유키는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사건의 명칭은 알아도 구체적으로는 잘 몰랐다. 실제 사건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접하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역사는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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