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한번 놀아보고 싶었어요."
성시경, 나윤권을 발굴한 ‘발라드 멜로디의 마술사’ 김형석(사진 오른쪽)이 상큼한 레모네이드 같은 일렉트로니카 밴드를 결성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김광석) ‘아름다운 이별’(김건모) ‘처음 그날처럼’(박용하) ‘편지할게요’(박정현) ‘너의 뒤에서’(박진영) ‘그대 내게 다시’(변진섭) ‘이 밤의 끝을 잡고’(솔리드) ‘I Believe’(신승훈) ‘하늘만 허락한 사랑’(엄정화) ‘처음처럼’(성시경) 등 서정성 짙은 발라드로 사랑받아온 김형석이 10년지기 음악친구 이온과, 신인 서예나와 만든 일렉트로니카 음반을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김형석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동안 발라드나 댄스음악 위주로 가수에게 좋은 곡을 줘서 인기를 얻게 하는 것이 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놀고 싶어서 비주류의 음악을 하게 됐어요. 메이저 프로모션 방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
팀이름은 포터블 그루브 나인(Portable Groove 09). ‘어디서나 가볍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음악’이라는 의미다. 숫자 9는 서양에서 완벽을 의미하는 숫자로,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기소리의 메마른 음악인 일렉트로니카는 무엇보다 예쁜 여자의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그런 면에서 여성 보컬 서예나는 이런 역할에 아주 충실한 목소리를 가졌다.
김형석은 서예나에 대해 “가수는 아무래도 음색이 중요한데 서예나는 멋있게, 애드립 위주로 잘 부른다. 보이스 칼라가 너무 만족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프로듀서가 원하는 대로 따라 오는 가수”라며 “지금은 미완의 대기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서예나는 현재 동덕여대 모델학과 재학중인 현역 모델이지만 김형석에 의해 가수로 데뷔했다.
네 곡이 실린 포터블 그루브 나인의 첫 싱글에 김형석과 나란히 두 곡을 작곡한 이온(EON)은 애초 god의 ‘관찰’ 영턱스의 ‘못난이 콤플렉스’ 등을 작곡한 대중가요 작곡가였다가 클럽음악가로 변신했고, 미국 브룩클린에서 인기 DJ로 활약했다. 김형석의 권유로 다시 멜로디를 만들게 됐다.
김형석은 “음악을 잘 하는 친구(이온)를 만났고, 잘 표현하는 사람(서예나)을 만나서 좋다”며 포터블 그루브 나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기를 얻기보다 스스로 즐기는 것이 우선이었던 만큼 그 어떤 음악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특히 한국형 멜로디를 잘 만들어내는 두 실력자의 멜로디 라인도 역시 빛을 발하고 있다.
데뷔곡 ‘로즈 데이’는 이런 것들이 극명하게 잘 드러난다.
찰랑이는 보사노바의 그루브가 관통하는 매력적인 트랙으로, 빠른 전개의 멜로디 라인과 신선한 가사, 서예나의 부드러운 보컬과 지루할 틈 없이 귀를 간질이는 비트가 마치 CF음악을 연상케 한다.
두 번째 트랙 ‘어번 비트’는 흥겨운 하우스 리듬과 도발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으로, 샘플링과 필터링, 에디팅 등 편곡적인 기교를 느낄 수 있는 클럽용 음악이다. 이어지는 ‘아밀리에’는 동명의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사랑스러운 오드리 토투의 큰 눈이 떠오르는 보사노바 넘버로 귀여운 색소폰과 플루트 연주가 귀를 사로잡는다.
마지막 트랙 ‘So High’는 포터블 그루브 나인의 그루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복고 느낌의 하우스 음악. 재지(Jazzy)한 선율의 색소폰과 피아노, 그루브한 보컬이 제대로 어우러져 귀를 자극한다. 김형석이 간주 부분에서 들려주는 피아노 솔로가 돋보이며, 대중적인 멜로디 감각 또한 탁월하다.
포터블 그루브 나인은 클럽공연 위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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