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가수에게 이미지는 중요하다. 소녀나 소년의 앳된 모습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선 더욱 조심스럽다. 혼란스런 과도기에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그룹 보이프렌드도 똑같은 고민에 섰다. 남자치고는 예쁘장한, 큰 눈동자를 깜빡이며 하트를 보내던 소년들이 이번에 모습을 확 바꿨다. 애교 넘치는 남자친구가 든든한 연인이 됐다고나 할까. 근육을 키우고 과도한 노출은 없어도 성숙한 분위기로 적정선을 유지한 채 2차 성징을 맞이했다. 보이프렌드의 새 앨범 '야누스'다.
이번엔 달달한 러브송의 농도를 옅게 했다. 윙크를 보내거나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지 않아도 성숙한 이미지는 진행형이다. 날카롭게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이 다소 낯설더라도 음악은 꽤나 친절하다. '남친돌'이 성장한 흔적은 음반 곳곳에 묻어있다.
앨범의 총 감독은 히트 작곡팀 스윗튠. 그간 보이프렌드의 '내 여자 손대지마' '러브 스타일' 등으로 '남친돌'의 새 옷을 입혔던 스윗튠은 이번에 큰 변화 대신 감성을 택했다. 아이돌이지만 디테일한 감성 표현으로 성숙한 분위기를 주고자 했다.
스트링에 피아노 선율, 그루브한 비트와 베이스가 총집결한 타이틀곡 '야누스'는 웅장한 뉴웨이브 스타일의 음악으로 묘하게 복고의 선을 걷는다. 내가 너의 보이프렌드라고 외치던 이들이 어느덧 이별을 앞두고 생기는 남자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제법 괜찮은 변신이다. 90년대를 좇으면서도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어 결코 가볍지 않은 아이돌 음악이다.
앨범 전면에 배치된 타이틀곡 '야누스'가 다이내믹한 구성으로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주고 나면, 친숙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내꿈꿔'가 분위기를 이어받는다. '리슨'의 달달한 러브송에 '잘 지내니'의 안정감 있는 느낌 등 차분한 구성이 앨범에 담겼다.
특유의 동화 감성적인 노래들도 있다. 기존 친숙하고도 입에 잘 달라붙는 만화주제곡 같은 스윗튠표 댄스음악이 다소 평균 나이를 상향 조정한 듯한 느낌이다. 익숙한 멜로디를 부각시켰고 멤버들의 보컬에 강약을 줬더니 다양한 주제의 성숙한 사랑얘기들이 펼쳐졌다. 실제로 멤버들이 감정표현에 주력한 결과다.
멤버들 개개인이 목소리를 드러내며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시킨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듣기 편한 음악들로 구성해 자생력을 높이고자 한 의도. 음악적으론 스윗튠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지만 보이프렌드 자체의 색을 내고자 했다. 지금까지 스윗튠이란 프로듀서와의 화학작용은 꽤 적절하고, 앞으로는 모험이다.
아이돌의 감성을 노래에 담고,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10대들의 언어를 말하고 그 경계를 세대 간 이어주는 것은 더더욱 난해한 작업. 아이돌 그룹의 흔한 패턴이 드러나고 매너리즘이 빠졌다 해도 꽤 들을 만한 '남친돌'의 새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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