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기집애' vs '날따라해봐요', 동요샘플링의 중독성

발행: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씨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씨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씨엘의 솔로곡 '나쁜 기집애'가 28일 공개됐다. 일감은 이것이다.


1. 창작 후크는 버리고, 동요 샘플링 후크는 취하고.


2. '날 따라 해봐요'의 시즌 2 혹은 업 버전.


3. 래퍼로서 씨엘, 힙합 레이블로서 YG의 도전 혹은 자신감.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테디가 작곡하고 테디-씨엘이 작사한 '나쁜 기집애'는 이날 낮12시 공개된 이후 6시간만인 오후 6시 멜론, 엠넷 등 국내 주요 9개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역시 2NE1이고, 역시 리더 씨엘이고, 역시 요즘 잘 나가는 YG답다.


가사는 이렇다. 잘 짜인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라기보다는, 그 닳고 닳은 친숙한 서사를 버린 감탄과 멘트 위주의 느린 랩에 가깝다. 가사에 등장하는 '나쁜'은 '도도한' 혹은 '시크한'으로 바꿔 들으면 그만이다.


'난 나쁜 기집애 나난 나쁜 기집애 난 나쁜 기집애../그래 나는 쎄 아주 사납게/ 너 정도론 날 절대 감당못해/ 질투 따윈 눈꼽만큼도 모르죠/ 점쟁이도 내 맘속은 못맞히죠/ 난 여왕벌 난 주인공/ 당장 어디로 튈지 몰라 럭비공../당당한 지조 고귀한 품위 /난 웃음은 기본 내 눈물은 무기/ 이 미소는 fire 널 애태우니까..'


그러나 '나쁜 기집애'에서 정작 귀를 붙들어 매는 것은 다음 이 대목이다. 'You want it Come and get it now / 싫으면 시집가..' 싫으면 시집가! 묘한 운율과 두운에 맞춰 몇 번 반복되는 이 가사는 바로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수십번은 불러봤을 놀이-구전 동요다. 일종의 끝말잇기 말장난(pun)이 주는 그 묘한 쾌감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즐거워했던 노래인가. 더욱이 '싫으면 시집가'라는 말에는 제도화-관습화된 결혼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발 혹은 조롱이 스며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은 뾰족해 /뾰족하면 바늘 /바늘은 무서워 /무서우면 귀신 /귀신은 싫어 /싫으면 시집가..'


맞다. '나쁜 기집애'의 최고 덕목은 이 동요 샘플링이 주는 익숙한 정서적 후크다. 이는 2010년 2NE1 정규1집에 실린 '날 따라 해봐요'에서도 이미 검증된 중독성이다. '..날 따라 해봐요 날 따라 해봐요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날 따라 해봐요 날 따라 해봐요..' 2011년을 풍미했던 이 노래 역시 동요 '나처럼 해봐요'를 샘플링해 당시 어린이들의 힙합송으로 불렸던 곡이다.


그러면 왜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래퍼 씨엘은 이 동요 샘플링 '싫으면 시집가' 대목을 자신의 첫 솔로곡에 자신있게 차용했을까. 가능한 해석은 2가지다.


라임을 생명으로 하는 랩의 속성과 '싫'으면 '시'집가라는 샘플링 동요의 두음반복이 묘하게 닮았다는 것. 그리고 그 시크하고 도도해서 스스로를 '나쁜 기집애'라 부르는 이 미혼의 여성 화자한테 남성이란, 특히나 함량 미달의 남성이란 언제든 '꺼져버릴 수 있고'(Go Away), '나를 싫어한다면 그냥 다른 착한 여자 만나 결혼이나 해버리면 되는' 존재라는 것. 이게 '나쁜 기집애'에 담긴 동요 후크의 숨은 뜻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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