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서 계속
-팝핀현준은 댄서와 가수, 어디에 속하는 건가요? 경계선이 모호한데.
▶저는 그냥 예술가라고 표현해요. 춤, 노래뿐만 아니라 미술도 좋아해요. 작업도 많이 하고요. 멀티 아티스트라고 표현하는 게 어떨까 해요. 공항에서 출입국 할 때 직업을 뭐로 쓸지 항상 고민해요. 어렸을 때는 댄서라고 썼어요. 그러다 2001년도에 (이)주노형이 안무가(choreographer)라고 쓰라고 해서 그렇게 했죠. 나중에 앨범 내고는 싱어, 엔터테이너라고 썼고요. 지금은 그냥 아티스트라고 쓰고 있어요(웃음).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제가 그림도 곧잘 그려요. 이번에 여성조선에 6개월 동안 연재도 했어요. 샤갈, 고흐, 밀레, 클림프의 그림을 다시 그렸어요. 유화랑 아클릴로 작업했죠. 화가란 직업도 있는 셈이죠.
참, 영화도 찍었었죠. 중국영화 1편(소림사 2014), 한국 영화 1편(플라이대디)이요.
제가 크레이지 몽키라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미국 친구들 유튜브에서 이 영화를 보고 크레이지 몽키는 분명히 춤을 추는 친구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무빙(움직임)이 다르다고요. 정말 분장하는 데 4시간 반씩 걸렸는데 아쉽게 국내 개봉은 못했어요. (유)승준이 형이랑 찍은 영화라서 그런가 봐요(웃음).
-아내분과 공동 활동이 많아요.
▶너무 좋아요. 그런데 너무 좋은 것만큼 책임감도 느끼죠. 힙합은 어떤 시스템이 없지만 국악은 전통문화가 갖는 시스템이 있어요. 가령 선후배, 선생님, 스태프 등등.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걸 표현하거나 그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힙합)는 그게 없어요. 제가 선배 1세대거든요. 제 위로는 (이)주노 형이 있는데, 주노 형은 이제 활동을 안 하고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제게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홍대 스타일로 공연을 만들어 달래요. 그래서 어떤 스타일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하니까 모른대요. 홍대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대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한번 홍대에 가보시고 얘기를 해 달라'고 하니까 자신들은 나이도 먹고 가기 싫대요. 이때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웃음).
제 아내는 그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30년 한 길을 가면서 그 분야의 탑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만하지 않아요. 제가 늘 배우죠. 저는 제가 했던 길을 떠올리며 너희들은 이거 모르잖아 늘 이랬었는데, 이게 자격지심이었던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니? 이렇게 물을 수도 있는데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공격적으로 했으니까요. 그걸 제 아내를 통해서 바꿨어요. 아내가 '현준아, 그건 너의 자격지심이야. 누나 말 한번 들어봐.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봐'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아내 말대로 하면 옳더라고요.
-국악과 힙합, 겉보기엔 참 이질적인데요.
▶조화되는 부분이 없어서 역설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요. 전통과 힙합과 맞는 부분이 있어요. 전통 공연은 열린 공간에서 하잖아요. 힙합도 열린 공간에서 내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난 가진 것이 없어, 이 입이랑 마이크만 있으면 오바마도 안 부러워'. 힙합은 이런 식이에요. 판소리를 떠올려 보세요. 잘 맞잖아요. 그래서 늘 즐거워요.
(인터뷰③)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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