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를 좋아하는 가수 정인(인터뷰①)

발행:
윤성열 기자
다섯 번째 미니 앨범 '레어'(Rare) 발매
정인 /사진제공=리쌍 컴퍼니
정인 /사진제공=리쌍 컴퍼니


기록적인 한파가 휩쓸고 간 1월 어느 날, 정인(36·최정인)은 두툼한 점퍼 차림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민낯으로 나타났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온 그녀는 연신 눈을 깜박거리며 "무대에선 렌즈를 낀다. (안경이) 평소 불편하진 않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을 기반으로 보컬리스트로서 탄탄히 입지를 다져온 정인.


그녀는 평소 모습처럼 음악도 '날 것 그대로'를 좋아한다. 지난 26일 정인이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레어'(Rare)는 가공되지 않은 재료 본연의 가치에 충실했다. 겉만 반지르르한 속 빈 강정보다는 소박해도 알찬 그녀와 제법 잘 어울린다.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한 정인은 "일부러 빡빡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덜익힌 느낌"이라며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녹음한 노래들을 싣고 싶었다"고 신보에 대해 설명했다.


정인의 앨범은 지난 2013년 10월 발표한 미니 앨범 '가을 여자' 이후 2년 3개월여 만이다. 2014년 개리와 함께한 '사람 냄새', '자전거', 2015년 허각과 부른 '동네술집' 등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정식 음반은 오랜 시간 내지 않았다.


"개리, 길 오빠도 항상 얘기하지만 빨리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어느 때보다 기쁘고 설레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윤건 오빠의 도움을 받아서 더 좋아요."


싱어송라이터 윤건은 이번 앨범에 전체 프로듀싱과 작곡 등을 맡아 정인과 호흡을 맞췄다. 정인은 윤건과의 협업에 대해 "손발이 착착 맞았다"며 뿌듯해 했다.


두 사람이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초. 정인의 제안에 윤건이 흔쾌히 응하면서 성사됐다. 정인은 당시 윤건의 생각이 바뀔까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고 했다.


"앨범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 오빠한테 플러그를 확 꽂고 싶은 심정이었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오빠에게 넌지시 찔러 봤는데 하겠다고 하셨어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만드는 과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오빠 덕에 음악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앨범에는 총 4개의 신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 '유유유'(UUU)는 애절한 정인표 팝 발라드. 윤건의 유려한 피아노 연주를 시작으로 감정을 끌어 올리는 스트링, 그리고 정인의 감성 짙으면서도 폭발력 있는 보컬이 잘 어우러졌다. 비교적 단출한 악기 구성과 편곡으로 촘촘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층 더 성숙하고 짙어진 감성과 솔직한 표현 방식이 특징이다. 정인은 "좀 더 폭발력있게 좀 더 진하게 노래하려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노력했다"며 "뒷부분에선 욕심도 내면서 5단 고음을 해봤다. 클라이맥스를 '탁' 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흐름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더라. 이 노래를 통해 나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가사는 짝사랑하는 연인의 아픔을 담았다. 'you, you, you / 날 허락해줘요 / 그대 맘 열 수 있게 / 그대 내 맘 알 수 있게'라고 외치는 후렴구 파트로 갈수록 애절함이 극대화된다. 뮤직비디오에는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괴로워하는 배우 정유미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뮤직비디오 장르가 SF 판타지 호러물이에요. '스노우 볼' 안에 갇혀 있는 여자(정유미)가 세상 밖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데, 그 남자가 헤어진 다른 여자 때문에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아파한다는 내용이죠."


1번 트랙에 수록된 '비틀비틀'은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을 담았다. 남편이자 기타리스트인 조정치와 정인이 함께 스튜디오 룸에 들어가 원 테이크(One-Take) 방식으로 녹음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다른 수록곡도 본연의 맛과 깊은 향이 잘 녹아있다. 래퍼 산이와 함께 한 3번 트랙 '톡톡'도 데모로 연주한 피아노 느낌이 맘에 들어 그대로를 실었다. 보컬 면에선 기존의 느낌과 달리 한껏 힘을 빼고 불러 변화를 꾀했다. 외로움을 다룬 마지막 트랙 '이온'은 윤건이 코드만 적힌 악보를 보고 30분 만에 녹음을 마쳤다.


정인 /사진제공=리쌍 컴퍼니


이번 앨범은 정인이 2013년 말 힙합 듀오 리쌍(개리 길)이 설립한 리쌍컴퍼니로 소속사를 옮긴 후 발표한 첫 정식 음반이기도 하다.


정인과 리쌍의 음악적인 관계는 각별하다. 정인은 그룹 버블시스터즈 멤버 서승희의 소개로 지난 2002년 리쌍 1집의 히트곡 '러시'(Rush)의 객원 보컬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정글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줄곧 리쌍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정인은 "리쌍은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라며 "이제는 회사 대표님들이니까 일도 조율해주시고, 문자로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남편 조정치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동반자다. 결혼 생활에 대해 "'좋다. 안 좋다' 한다"라고 웃어넘긴 그는 앞으로 남편과 음악적으로 더 많이 교감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엔 같이 음악을 하면 부딪혀서 일부러 피한 것도 있었는데, 이젠 같이 많이 해보려고요. 지금은 배려할 수 있는 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에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조)정치 오빠요? 제일 친한 친구죠."


정인의 목표는 꾸준히 노래하는 가수다. 그는 지난해 싱글 프로젝트 '뜻밖의 만남'으로 후배 가수들과 인상적인 커리어를 쌓은 선배 양희은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양희은 언니 공연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언니가 그때 신곡을 냈었는데 노래가 다 너무 좋고 멋있더라고요. 언니처럼 오랫동안 노래하면서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꿈이에요."


정인 /사진제공=리쌍 컴퍼니


솔로 보컬리스트로서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당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는 "홀로서기도 자연스럽게 될 일"이라고 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녀는 어느 때보다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얻은 것만 생각해도 전 이미 성공한 것 같아요. 막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 들여 담았으니까 맛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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