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근 밴드(조문근 이재하 이홍휴 이시영)는 지난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소속사 정글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독립 레이블을 설립했고, 홍일점이었던 키보드 노하은이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면서 남성 4인조 밴드로 거듭났다.
그리고 전작 '밴드 오브 브로스'(Band of Bros)에 이어 1년여 만에 싱글 앨범 '빠담빠담'을 발표했다. 1~2년 전에 작업한 2곡을 최근 녹음과 마스터링까지 마쳐 음반에 실었다.
"변비가 해결된 기분입니다. 홀가분하죠. 아. 표현이 좀 그런가요."(조문근)
"형. 갈증이 해소됐다고 하시죠."(이재하)
최근 앨범 홍보 차 스타뉴스와 만난 조문근 밴드의 조문근(보컬 겸 기타), 이재하(베이스), 이홍휴(기타)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너스레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연신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드럼 이시영은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했다.)
조문근은 "요즘 모이면 주로 곡 얘기를 하고, 술 마시면 여자 얘기로 간다"며 "남자들끼리 있으니까 여자 얘기가 더 심해졌다"고 웃었다.
새 앨범에 실은 노래들은 지난해 5월 발표한 '밴드 오브 브로스'에 수록하려 했지만, 당시 앨범 콘셉트와 맞지 않아 묵혀뒀던 곡이라고 했다. 음악적 변화는 여성 멤버 탈퇴와 함께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사운드는 한결 거칠어지고, 가사는 더 솔직해졌다.
"악기 하나 빠지니까 곡을 쓰는 분위기도 많이 바뀌더군요. 남자 밴드의 느낌을 좀 더 내기 위해 연인을 까는 노래도 내보고, 레트로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려 했어요. 예전엔 부드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굉장히 러프한 음악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매력이라 생각해요."(조문근)
4인조 재정비 후 처음 발표하는 이번 앨범은 불어로 '두근두근'을 뜻하는 '빠담빠담'을 타이틀 곡으로 정했다. 조문근이 이홍휴에게 받은 빈티지 톤의 기타 리프 소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완성한 노래. 가사엔 이른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인 이성에게 갑자기 묘한 '욕구'를 느끼는 남자의 감정을 표현했다.
조문근은 "'여사친'과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는데, 머리를 묶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여자로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을 표현한 곡"이라며 "웹툰 '남과녀' 영감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왜 여자로 보이는지 자세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더라"고 설명했다.
수록곡 '낭만깡패'는 멤버들이 '빠담빠담' 못지 않게 애정을 갖는 곡이다. 화창한 날씨 속 데이트를 즐기는 다정한 연인들을 향해 외치는 솔로들의 비아냥거림을 재치 있게 표현한 노래. 마치 올 가요계 음원차트 돌풍을 일으킨 그룹 십센치의 '봄이 좋냐??'를 연상케 한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연인들이 다 꼴 보기 싫더라고요. 하하.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가사를 쓰긴 그렇고, 재치 있게 연인을 시원하게 까보자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어요. 가수 일락 형 전 앨범에 '어차피 너네 오래 못가'란 곡을 듣고 공감을 많이 했거든요. 마스터링까지 다 끝냈는데 마침 '봄이 좋냐??'가 나왔더라고요.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에요."(조문근)
조문근 밴드는 지난 2009년 방송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원년 시즌 준우승자 조문근을 주축으로 이뤄진 밴드다. 현 멤버들과 조문근의 인연은 2013년 홍대 길거리 공연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홍대 길을 배회하고 있는데, 구석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하며 버스킹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대뜸 같이 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고, 다들 친해져서 밴드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 때 기타를 치던 다른 친구가 홍휴와 재하를 소개 시켜 줬어요. 동생들에게 '죽기 전에 건물 하나씩 갖고 죽자. 형이 노력해볼게'고 약속했죠. 하하."(조문근)
"전 '도대체 그게 언제냐'고 가끔 물어봐요. 하하. 밥도 굶는 마당에..하하."(이재하)
그 사이 여성 멤버가 담당했던 키보드 주자만 3번이 바뀌었다. 조문근은 "여자가 있기엔 감당하기 힘든 밴드인가보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과거 홍대 거리 연주 밴드 '길잃은 고양이'로 활동했던 조문근은 '슈퍼스타K' 이후 잠시 솔로로 전향하기도 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계속 누군가와 같이 음악을 하다가 혼자 하려니까 외롭더라. 노래를 부를 때도, 만들 때도, 대기실에 혼자 있을 때도, 외롭고 힘들어지니까 자꾸 사람을 찾게 되더라. 같이 하는 음악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슈퍼스타K' 출연 후 5년간 몸담았던 정글엔터테인먼트와 이별을 고했다. 독립 레이블를 차리고 밴드 멤버들과 함께 새 출발을 알린 그는 최근 장단점을 고루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마치 정글 속에 빠진 기분이에요. 스스로 버텨내고 원주민처럼 먹을 것을 알아서 찾아내야 하니까요. 한편으론 너무 재밌어요. 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아직 판단할 수 없잖아요. 분명히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아니까 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조문근)
조문근 밴드는 앨범 활동을 쉬는 동안 작곡팀 '합정역 6번 출구'를 결성해 영화, 드라마 OST 또는 CM송을 만들며 음악적 역량을 넓혔다. 조문근은 "경계가 없으니까 확실히 좋다"며 "계속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가수가 아니라 진짜 뮤지션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문근 밴드는 당분간 소규모 공연을 통해 팬들과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인디 문화의 성지'인 홍대 거리를 중심으로 침체 된 밴드 음악을 다시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요즘은 힙합이 트렌드라 홍대에 힙합 공연장이 많아졌어요. 저희가 한강, 홍대 등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밴드 라이브 문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방 공연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빠르면 오는 8~9월엔 끈적끈적한 새 싱글, 연말엔 미니 앨범 이상을 낼 생각입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조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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