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은 인간을 솔직하게 해주는 매개체죠"
지난 18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지조의 첫 정규앨범 '캠프파이어'가 공개됐다.
이번 앨범은 지조가 2020년 10월 발매한 싱글 '자양강장제'(feat. ZENE THE ZILLA) 이후 1년 9개월 만에 발매하는 신보이자, 2011년 데뷔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발매하는 정규앨범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지조는 앨범에 대한 소개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조는 "곡은 많이 만들어놨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던 건 아니었다. 좋은 시기가 오면 내고 싶었다. 회사 사정과 제 사정이 맞았을 때 정작 곡이 없으면 안 되니 쌓아뒀다. 몇 년이 지나다 보니 곡이 많이 쌓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물론 제 생각보단 늦은 앨범이다"라고 발매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정규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저도 이번 앨범 이후 14곡짜리 앨범을 낼 계획이 당장은 없다. 그래도 아티스트에게 정규 앨범 한 장 정도는 있어야지 싶었다. 소위 팬들이 말하는 '정규 내고 말해라' '그래서 그 사람 정규있냐' 등의 말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제가 정규 앨범을 들으며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싱글, 오디션 프로그램도 좋지만 정규 앨범이 아티스트의 색채를 드러내는 앨범이라고 생각했다"고 정규 앨범을 고집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정규 앨범에 대해 "잡지 같은 앨범이다. 사회면도 나오고 스포츠도 나오는 것처럼 다양성을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14곡이 듣는 입장에서 부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또 싱글은 한 트랙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14곡이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곡들이 모였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있다. 지조는 "'불멍'이나 수련회의 촛불의식처럼 불은 인간이 솔직해질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으로 리스너들과 솔직한 소통을 하고 싶었다. 자랑을 하더라도 '난 자랑할 게 없다' '흔한 문신이 없다' 등 소소하고 소시민적인 가사를 썼다. 힙합은 솔직함이 무기이고 자기 자랑을 하는 래퍼들도 매력이 있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이 쓰는 것보다는 저만의 자랑을 담았다. 물론 이게 리스너들에게 미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곡은 YDG가 피처링한 '한국은행'과 언오피셜보이가 함께한 '삐뚤빼뚤' 두 곡이다.
지조는 '한국은행'에 대해 "돈을 어떻게 쓰라는 지침서는 아니다. 투자도 해야한다. 저축이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저축해야 시드도 생기고 지름신도 좋지만 솔직히 우리 모두 아끼지 않나. 그런 내용이다. 사실 이 노래는 3년 전에 만들었는데 발매하기 전에는 누군가 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나와서 더 늦기 전에 내게 됐다"고 전했다.
'삐뚤빼뚤'에 대해선 "프로듀서 비앙과 작업했는데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 제목이 주는 의미가 재미있겠다 싶었다. 교훈적으로 풀어가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 생각 많이 안 해도 사운드와 랩으로 듣는 만족을 시킬 수 있는 트랙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지조는 또한 YDG와 언오피셜보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동근(YDG)이 형은 부모님이 아실 정도로 연령대가 높은 분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분들이다. 또 언오피셜보이는 요즘 친구들이 주로 듣는 래퍼라고 생각하고 그런 친구들을 타깃으로 잡아봤다. 이렇게 두 곡을 타이틀로 선정하면 모두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곡의 타이틀곡은 뮤직비디오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두 편의 라이브클립이 공개됐다.
지조는 "공연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라 뮤직비디오도 좋지만 라이브 클립을 찍었다. 하나는 '한국은행'을 원테이크로 찍었고 다른 하나는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 네 곡을 피처링까지 섭외해서 원테이크 라이브를 찍었다. 공연과 조금은 다르지만 해갈이 될 것 같다. 장소 섭외부터 색다르게 했다. 얌전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세트가 아닌 저를 빛내줄 수 있는 저다운 장소를 섭외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타이틀 곡 뿐만 아니라 수록곡에도 관심이 간다. 특히 '전체관람가'는 과거 '쇼미더머니'에서 '쇄빙선'이라는 무대를 만들었던 래원과 리뷰어 조합이 다시 뭉쳤다. 지조는 "평소에도 꾸준히 연락한다. 셋의 공통점이 뭘까 고민했는데 퓨어한 이미지, 또 가사에 욕을 잘 안쓴다는 것 같아 전체관람가처럼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한 음악으로 만들었다. 저는 셋 다 문신이 없는 줄 알았는데 래원이가 '저는 했어요'라고 하더라. 그 내용까지도 솔직하게 담아냈다"고 말했다.
지조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프리스타일'이다. 래퍼들의 프리스타일을 다루는 유튜브 콘텐츠 '마이크 스웨거' 시즌 1과 시즌 2에 참여했던 지조는 시즌 3에서 호스트 MC로 프리스타일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지조는 "예전에 어떻게 뉴올 형과 연락이 닿아서 찾아 뵙고 싶다고 했다. 사무실에 가니 그때가 마이크스웨거 마이노스 편 녹화를 마친 시점이더라. EP 드리면서 출연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마지막 편에 섭외가 됐다. 시즌 2 때도 둘이 너무 잘해서 신났다"고 전했다.
'마이크 스웨거'는 지조가 호스트를 맡았던 시즌3를 지나 올티, JJK를 거쳐 현재 언오피셜보이가 호스트 MC로 나선 여섯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장감이 중요한 한국 프리스타일 신은 코로나19 여파와 래퍼 수의 감소 등으로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조는 "결국 프리스타일 랩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배틀이나 싸이퍼 모두 나를 알리는 수단이자 인맥을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앨범을 내는 초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앨범을 내려면 랩 이외의 것들을 알아야 한다. 반면 프리스타일 랩은 맨몸으로 나가 놀 수 있다. 비즈니스적으로 가지 않고 편하게 노는 문화가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프리스타일로 이름을 알려도 결국 무대, 앨범, 정제된 곡들이 좋지 않으면 평가 절하된다. 사실 양날의 검이긴 한데 그냥 프리스타일은 하나의 문화이면서 번외편의 느낌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조는 이번 앨범 목표를 묻자 "저를 모르는 분들은 이런 래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 주시고 기존 팬분들은 팬 서비스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누가 됐건 14곡을 가볍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1분 듣기만 쭉 들어도 결제하고 싶은 곡이 두 곡 정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차트는 들어가면 물론 좋지만 그걸 바라면 음악의 방향이 바뀌더라. 나만의 색을 좋아하실 분들이 계실 거라는 걸 믿고 가는 거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제 의도가 팬들에게도 관통될지는 모르겠다. 그런 게 음악의 재미 아니겠나. 설명을 많이 하면 음악은 재미가 없다. 듣고 '구리더라, 좋더라' 말해달라. 듣는 건 제가 알아서 걸러 듣겠다. 그걸로 큰 감사를 느낄 것 같다. 설명을 해봤자 결국 듣고 '좋다, 안 좋다'로 나뉘니 기대치를 낮춰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