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이달의 소녀로 데뷔한 이후,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외부의 소음과 내면의 혼란 속에서 이브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직면했고,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렇게 그는 혼란을 지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브는 지난 7일 세 번째 EP '소프트 에러(Soft Error)'를 발매했다. '소프트 에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은 고장 난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는 음악 언어로 풀어냈다.
이브는 "'소프트 에러'는 사전적 의미로 비영구적인 오류, 일시적인 오류라는 뜻이다. 첫 EP는 첫걸음을, 두 번째 EP는 행복을 찾는 과정을 말했다. 이 과정에서 내면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번 앨범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앨범 콘셉트를 잡게 된 것은 자신의 감정, 내면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솔로를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표현하고 싶어서 '소프트 에러'로 표현했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앨범 자체가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게 많다. 솔로를 하면서 갈피를 못 잡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회사를 정할 때부터 '너는 이렇게 해야 잘돼'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해' '그룹을 해야 해' '네가 하는 건 비주류의 음악이야' 등의 라는 말도 많았기에 외부에서 들리는 말들과 제 안에서 생각하는 말들이 뒤섞이면서 혼란스러웠던 거 같다"면서도 "이제는 그 혼란스러움을 인정하고.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재밌다고 느껴져서 즐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곡 작업에 있어서 고민도 많았다. 그는 "여섯 곡이 각기 다른 감정이라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보(AIBO)'라는 수록곡은 로봇 강아지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은 존재였는데 일방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걸 알았을 때 반대되게 청량하게 신나는 곡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보컬 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날것의 목소리를 냈다. 긁거나 뒤집는 것을 통해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소프트 에러'는 그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꾸준히 전자음악을 해온 그는 "스스로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하고 싶은 것을 쫓는 사람 같다. 많은 대중분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고 사랑해주시면 좋겠지만 이브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팬분들과 대중분들이 접해보지 않은 음악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원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솔로로서 차별화된 캐릭터 성을 필요했고, 그걸 표현해내기에 전자음악이 적합하다고 느꼈다.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많다. 작업할 때 그런 부분들을 신경 써서 했던 거 같다"며 "내 목소리는 발라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중화시켜주는 것이 전자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욕심이 나는 장르여서 다음 앨범도 전자음악 노래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이브에게 이번 앨범은 더욱 특별했다. 그가 오랫동안 좋아하던 아티스트와의 작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는 "하우스 장르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미 유명했던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핑크팬서리스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받았다. 팬분들이 물어보면 핑크팬서리스와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팬분들이 그분의 팬미팅에 가서 이브와 협업 해달라고 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를 태그하는 일들이 생겨서 좋은 계기로 하게 됐다. 팬분들 덕분에 성사된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외에도 멕시코 인디팝 신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 브래티(Bratty)가 피처링에 지원사격했다.
또 그는 "앨범의 다양성을 많이 주고 싶었다. 컴백했을 때 컬래버 했던 아티스트도 팬들이 예상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제 목소리로 다 채워지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분들과 조화를 이뤄보자 해서 협업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브는 2017년 이달의 소녀 멤버로 데뷔해 올해 데뷔 8년 차를 맞았다. 솔로로는 지난 5월 1주년을 맞았다. 그는 "처음 데뷔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재밌게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거랑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는 만들어진 것을 제가 흡수해서 표현해야 했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잘 안돼서 답답함이 있었다. 솔로 활동하다 보니까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 모토가 '후회 없이 하자'라는 거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 없이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의외로 직감적으로 하는 거 같다. 제가 한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전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더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팬들이 1주년 축하한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고 마음고생이 심하기도 했는데, 별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1주년을 지나 보내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별거 아니야'라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벌써 8년 차가 됐지만, 무대는 여전히 떨리고 설렌다. 계속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어서 스스로도 그 부분을 지켜가고 싶은 거 같다"고 했다.
이브는 앞서 유럽, 북미,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단독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어 오는 17일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데뷔 첫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투어 '이브 2025 코스믹 크리스피 투어 인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YVES 2025 COSMIC CRISPY TOUR in ASIA & AUSTRALIA)'에 돌입해 글로벌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확고히 할 전망이다. 그는 오사카, 도쿄, 타이베이,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 마닐라, 방콕을 거쳐 서울 등 총 9개 도시에서 글로벌 팬들과 만난다.
이브는 "투어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멋있어 보이고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가 된 거 같다"며 "이번에 발매된 음악들도 공개될 예정이다. 아직 트랙 리스트로는 조금 모자라서 나라와 도시에 맞게 커버 곡들도 즐길 수 있게 다채롭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콘서트도 하고 싶다. 한국 팬분들이 항상 기다리시기만 한 거 같아서 미안함이 커서 한국 콘을 크고 멋있게 해서 보답해드리고 싶다. 체조에서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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