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어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되지 않을게요. 닳아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될게요."
가수 신승훈이 데뷔 35주년에도 현재진행형 발라드 황제를 꿈꾼다.
신승훈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열두 번째 정규앨범 '신시얼리 멜로디즈(SINCERELY MELODIES)'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신승훈은 "10년 만에 12집, 그리고 데뷔 35주년이다. 오늘 주인공 가수이자 부캐로 사회를 맡았다"라며 특별한 MC를 두지 않고 본인이 약 1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신시얼리 멜로디즈'는 신승훈이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마음으로부터 완성된 멜로디'라는 의미의 앨범 타이틀처럼 신승훈이 전곡 프로듀싱과 작곡에 참여하며 진정성을 더했다.
타이틀곡은 '너라는 중력'과 'TRULY' 두 곡이다. 신승훈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서정적인 노랫말로 감동을 배가한 트랙으로 사랑과 이별 그 자체에 대한 신승훈만의 깊어진 태도를 그려냈다.
보통 데뷔 35주년까지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보면 현재 이 시기에 리메이크 앨범을 내거나 자신의 과거 영광을 끄집어내서 축하하는 앨범을 낼 수도 있으나 신승훈은 달랐다.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웰메이드 신곡 11트랙을 수록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신승훈은 "설레기도 하고 반갑다. 며칠 전에 '불후의 명곡'을 찍었는데 무대에 딱 섰는데 너무 미안했다. 관객분들이 박수를 치는데 너무 반가워해주시는 거다. '이분들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생각이 들었다. 또 후배 가수들이 내 방에 와서 사진을 찍자거나 번호를 달라고 했을 때 '이들과 너무 동떨어져서 살아왔구나' 싶어서 반가움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신승훈은 가장 먼저 근황을 공개했다. 그는 "나에겐 4단계 모드가 있다. 백수모드, 작곡가모드, 프로듀서모드, 가수모드가 있다. 앨범이 끝난 후 지탄을 받을 정도로 쉰다. 머릿 속을 비워야 다음 게 나오기 때문에, 그전 것들을 답습하기 보다는 비워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백수모드였다가 갑자기 뭐가 찾아온다. 보통 앨범 내기 1년 반 전에 찾아오는데 이번 앨범은 3년 전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정규앨범일 것 같고 35주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해야겠다 싶어서 3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거의 곡을 썼다.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집에서 잘 안 나온다. 그래서 펜션으로 송캠프를 많이 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죽지 않은 프로듀싱 실력을 자랑했다. '신시얼리 멜로디즈' 속 모든 곡이 타이틀감이라는 것. 신승훈은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예전의 열정과, 낙엽만 떨어져도 '가을이구나'가 아니라 '청소하는 아줌마들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번 앨범은 내가 전곡을 다 쓸 수 있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앨범 전체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승훈은 "사랑, 이별, 우정, 친구, 엄마 등 모든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표현을 많이 했다.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새 앨범을 소개했다.
앞서 신승훈은 지난 2010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을 당시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무려 15년이 흐른 지금, 신승훈을 계속 노래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신승훈은 "난 이제 은퇴를 못한다. 이문세 형님이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조용필 형님이 은퇴 공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나도 은퇴를 못하는 거구나' 싶었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라고 했지만 나는 '녹슬어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되지 않겠다. 닳아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되겠다'라고 말하곤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신승훈은 "지금은 그 나이가 됐다. 닳아서 없어질 수 있다. 이젠 남아있다면 아름다운 하강을 해야한다. 학처럼 긴 날개를 만들어서 떨어지더라도 아둥바둥하는 게 아니라 길게 펼쳤을 때 한번에 내려올 수 있는 아름다운 하강을 꿈꾸고 있다. 그렇기 위해 음악 계속 할 거다"라며 롱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을 고백했다.
신승훈은 11월 1일, 2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2025 THE신승훈SHOW 'SINCERELY 35''를 개최한다. 'THE신승훈SHOW'는 신승훈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공연으로 지난 2004년부터 이어왔다. 특히 2025년 11월 1일은 35주년을 맞이한 신승훈의 데뷔일이기도 해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신승훈의 열두 번째 정규앨범 '신시얼리 멜로디즈'는 23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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