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염갈량의 분노, '선수단 철수' 왜 그렇게 짧았나

발행:
김우종 기자
넥센 염경엽 감독 /사진=OSEN
넥센 염경엽 감독 /사진=OSEN


'1타수 2안타 - 정의 구현 적시타'


4일 목동구장 넥센-롯데전 후 누리꾼들이 지어낸 말들이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기로 유명한 넥센 염경엽(45) 감독도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사활을 건 양 팀답게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넥센은 6회말까지 3-0의 리드를 지켰으나, 7회초 2실점하며 한 점차까지 쫓겼다(3-2). 그리고 8회말 넥센의 공격. 2사 2루의 기회에서 염경엽 감독은 대타 오윤을 투입했다.


볼카운트는 1-2. 제 4구째. 오윤의 빗맞은 타구가 우측으로 떴다. 1루수와 2루수, 우익수 사이의 '삼각 지대'로 공이 떨어지는 상황. 이때 롯데 2루수 정훈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공이 글러브 안에서 빠지고 말았다. 동시에 자신의 몸도 파울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추평호 1루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그런데 순간, 목동구장이 술렁였다. 정훈이 공을 잡을 당시,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진 공을 잡은 뒤 파울라인에 몸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였다. 이 경우는 파울이 아니라 페어다. 느린 중계 화면 상에도 페어 지역에서 포구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오심이었다. 심재학 1루 코치가 곧바로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급기야 염경엽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강철 수석코치도 가세했다. 2분 가량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팔짱을 낀 채 염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심판의 행동은 단호해 보였다. 결국 염 감독이 팔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선수단 철수를 지시한 것이다. 올 시즌 처음 있는 염 감독의 '초강수'였다. 목동구장에는 야유가 아닌 오히려 "염경엽, 염경엽"을 연호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염 감독은 2루주자 강정호만 남겨둔 채 심재학 코치와 최만호 코치, 타자 오윤까지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사진=OSEN


넥센은 올 시즌 오심의 최대 피해자로 손꼽힌다. 일부 누리꾼들은 '김병현의 불손한 행동으로 인한 퇴장(6월12일)' 이후 심판진이 '넥센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지난 6월 15일 잠실 LG전에서 나온 박근영 2루심의 오심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조종규 심판위원장까지 사과했다. 지난달 9일 SK전에서도 1루주자 유재신의 세이프성 주루 플레이가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때마다 염경엽 감독은 통상적인 어필만 할 뿐 선수단 철수 등의 극단적인 지시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평소 염 감독의 온화한 성품이 그대로 나왔던 것. 그런 염 감독의 행동에 넥센팬들 또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강력하게 나갔다. 선수단 철수는 감독 퇴장은 물론 몰수패까지 당할 수 있는 초강수다. '스승' 김시진 감독도 상대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넥센 팬들로서는 속이 시원한 행동일 법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선수단 철수 지시는 단, 3분 정도로 짧게 그쳤다. 이유가 무엇일까.


경기 후 염 감독은 'SBS ESPN'과의 인터뷰에서 8회 상황에 대해 묻자 잠시 침묵했다. 이어 "제가 봤을 때 안쪽에서 잡고 바깥쪽으로 나간 뒤 볼을 흘려 페어라고 생각했다. 심판이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번복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번복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염 감독도 답답한 듯 잠시 침묵하더니 "아.. 화는 났지만.. 퇴장을 당할 생각까지 했었는데…"라고 말한 뒤 "상대 선수도 기다리고 있고, 찾아온 팬들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경기를 다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야구'라는 경기 전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팬'들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재개된 경기에서 넥센은 오윤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4-2를 만들었다. 팬들은 이를 두고 '1타수 2안타 오윤, 정의 구현 타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넥센(58승2무48패)이 롯데를 5-2로 제압, 3위 두산을 2경기 차로 추격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사진=OSEN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무더위 날릴 '전지적 독자 시점'
온유, 정규 2집 앨범으로 솔로 컴백
차은우 '언제나 눈부신 비주얼'
새롭게 시작하는 JTBC 금요시리즈 '착한사나이'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이 힘든 결혼을 두 번이나"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KBO 올스타 휴식기... 키움, 감독-단장 동반 경질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