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의 단꿈에서 깨어난 충격적인 시즌이었다. LG 트윈스의 9위를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도 4월을 악착같이 버텼지만 5월부터 와르르 무너졌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LG는 팀 평균자책점 2위, 선발 10승 투수 3명 배출, 피홈런 최저 1위 등 투수왕국으로써의 자존심은 지켰다. 박용택은 KBO리그 최초 4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이병규(9)의 두산전 역전 3점포는 올 시즌을 넘어 역대급 명장면에 남아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짜릿했다. 9월 초에는 한화를 상대로 5점차 대역전승을 거두며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 '용암택' 박용택, KBO 최초 4년 연속 150안타(9월 22일 vs. KIA)
9월 22일 광주 KIA전에 박용택이 KBO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시즌 148안타를 기록 중이었던 박용택은 이날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초 무사 1, 3루서 KIA 선발 임준혁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KIA의 두 번째 투수 이종석에게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LG는 이날 15-5로 크게 이겼다.
역대 3년 연속 150안타를 친 선수도 5명뿐이다. 이병규(9)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192안타, 170안타, 167안타), 장성호(은퇴)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152안타, 162안타, 150안타), 김현수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168안타, 172안타, 150안타) 기록했고 손아섭은 올해 아쉽게 중단됐다. 손아섭은 2012년 158안타, 2013년 172안타, 2014년 175안타를 쳤으나 2015년 141안타로 대기록에 실패했다. 최형우가 2013년 156안타, 2014년 153안타, 2015년 174안타로 박용택의 뒤를 쫓는 중이다.
◆ '908' 대첩..실책 권용관, 패전투수 권혁, 끝내기 박지규(9월 8일 vs. 한화)
전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슈메이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를 미끄러뜨린 결정적인 승부였다. 이날은 괴물투수 로저스의 1군 복귀전으로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LG에게는 로저스의 데뷔전 상대로 완봉패를 당한 뒤 첫 번째 리턴매치였다.
LG는 선발투수 류제국이 초반부터 무너지며 고전했다. 류제국이 2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고 5회까지 2-7로 뒤졌다. 로저스는 8회까지 4실점으로 막아 한화는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LG가 4-7로 뒤진 9회말 대반전이 일어났다. 선두타자 채은성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한화는 로저스를 내리고 박정진을 구원 투입했다. 박정진은 안익훈을 삼진 처리한 뒤 양석환에게 1루쪽 뜬공을 유도했다. 김성근 감독은 다음 날 이 장면에서 "끝났구나 싶어서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비 강화를 위해 9회말 1루로 옮긴 권용관이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1, 3루가 됐고 박용택의 적시타로 승부는 2점 차. 코너에 몰린 박정진은 흔들렸고 폭투와 볼넷 2개를 연달아 내줘 동점이 됐다.
7-7로 무승부가 될 것 같았던 경기는 LG의 마지막 공격 때 다시 요동쳤다. 11회말부터 등판한 권혁을 무너뜨렸다. 1사 후 오지환이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까지 훔쳤다. 장준원이 삼진으로 물러나 2사 2루. 타격이 약한 박지규 타석이었으나 대타카드도 없었다. 그러나 박지규가 권혁의 높은 직구를 받아 쳐 내야를 꿰뚫었고 생애 첫 끝내기안타로 연결됐다. 한화는 이 경기부터 5연패를 당하며 5위에서 8위까지 주저앉았다.
◆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잠실벌 뒤흔든 '라뱅스리런' (4월 10일 vs. 두산)
'한 명은 적고 세 명은 많다. 두 명만 나가다오.'
이병규(9)하면 스리런이다. 일본 시절 3점 홈런을 하도 많이 쳐서 붙은 별명이라는 설이 있다. 잠실 라이벌전에 터진, 그것도 경기 막판 터진 역전 스리런이라면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4월 10일 두산을 상대로 LG는 8회까지 1-2로 끌려갔다. 1-2로 뒤진 8회말, 1사 후 이병규(7), 이진영이 연속 볼넷을 골랐다. 1사 1, 2루 정의윤 타석에 두산은 윤명준으로 투수를 바꿨고 LG는 이병규(9)를 대타로 냈다. 이병규(9)의 등장음악 퀸(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가 잠실 야구장에 울려 퍼졌고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잠실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병규(9)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초구를 받아 쳐 좌측 담장을 넘긴 것. 이후 LG는 양석환, 유강남의 연속안타로 1점을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울 때 선배들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며 칭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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