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4년전 같은 날 출발' 트라웃과 하퍼의 경쟁

발행: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브라이스 하퍼./AFPBBNews=뉴스1
브라이스 하퍼./AFPBBNews=뉴스1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 홈팀 워싱턴 내셔널스는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 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를 따낸 뒤 이날 최종 3차전에서도 7회까지 1-1로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 싹쓸이를 노렸으나 8회초 미네소타의 2번타자 브라이언 도져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1-4로 뒤져 순식간에 패색이 짙어졌다.


이날 팀의 간판스타 브라이스 하퍼(23)에게 하루 휴식을 줬던 워싱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8회말 공격에서 팀이 3연속 안타를 쳐 2점을 따라가며 4-3으로 따라붙은 뒤 계속해서 무사 2루의 동점 찬스를 만들어놓고도 이닝이 끝날 때까지 끝내 하퍼를 내보내지 않았다. 결국 워싱턴은 이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섰는데 베이커 감독은 9회 선두타자로 하퍼를 대타로 투입했고 하퍼는 미네소타 클로저 케빈 젭슨을 두들겨 센터 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려 경기를 연장으로 넘겼다. 그리고 워싱턴은 결국 연장 16회에 결승점을 뽑아 시리즈 싹쓸이에 성공했다.


하퍼를 8회 찬스상황에서 투입하지 않은 것은 미네소타가 거의 100% 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9회 선두타자로 내보내 고의사구 가능성을 차단한 베이커 감독의 용병술은 적절한 결정이었다. 볼넷은 필요 없으니 홈런을 쳐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극적인 동점홈런을 때려내는 하퍼에 대해서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홈런을 기대할 때 실제로 그것을 때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하퍼는 자꾸 해내고 있다.


지난 3~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40게임에서 타율 0.220으로 고전한 뒤 2012년 시작을 마이너에서 했던 트라웃(24)은 그해 4월28일 다시 빅리그에 복귀한 뒤 그해 가히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루키시즌을 만들어냈다. 타격 슬래시라인 0.326/0.399/0.564에 30홈런, 83타점, 129득점, 49도루를 기록한 트라웃은 만장일치 AL 신인왕에 선정된 것은 물론 AL MVP 투표에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3루수 미겔 카브레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해 카브레라는 무려 45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을 앞세워 압도적인 표차로 AL MVP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사람들은 아직도 MVP 트로피가 트라웃에 돌아가야 했다고 믿고 있다. 그해 WAR 수치를 비교하면 트라웃은 무려 10.9로 압도적인 1위였던 반면 카브레라는 7.27로 5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마이크 트라웃./AFPBBNews=뉴스1

특히 그해 트라웃은 만 20세 시즌을 보냈는데 1900년 이후 만 22세 이하 선수가 기록한 역대 최고 WAR 기록은 지난 1941년 당시 22세 시즌을 보낸 전설의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기록한 10.6이었다. 그 전설적인 기록을 트라웃이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트라웃이 빅리그에 복귀한 바로 그날(4월28일) 또 한 명의 ‘괴물타자’가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다. 워싱턴의 ‘괴물타자’ 하퍼는 바로 그날 LA 다저스테디엄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 수년간 메이저리그 최고선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두 영 슈퍼스타가 사실상 같은 날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그해 나란히 AL과 NL 신인왕을 차지했고 트라웃은 지난 2014년 AL MVP, 하퍼는 지난해 NL MVP(만장일치)를 차지하며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선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퍼는 만 22세 시즌이던 지난해 WAR 9.9를 기록했는데 이는 만 22세 이하 기준으로 1900년 이후 트라웃과 윌리엄스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지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올 시즌 초반 성적만 보면 하퍼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타격 0.328/0.440/0.821에 9홈런(ML 공동 1위), 24타점(ML 공동 1위)을 기록중인 하퍼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두려운 타자다. 특히 홈런 수(9)와 삼진 수(11)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아무리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다. 베이커 감독은 “지금은 ‘젊은 바보들(young fools)’이나 하퍼에게 칠 수 있는 공을 던질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에 비하면 트라웃은 올해 상당히 슬로우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타격 0.295/0.398/0.538에 5홈런, 13타점이라는 성적은 준수하지만 그 자신이나 하퍼의 기준에 비하면 상당히 뒤처진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수치를 살펴보면 아직도 트라웃이 하퍼에 비해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라웃은 지난 4년간 MVP 투표에서 3번은 2등, 한 번은 수상을 하며 단 한 번도 2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WAR 수치를 보면 트라웃은 10.9(2012), 9.23(2013), 7.87(2014), 9.39(2015)을 기록했다. 지난해만 9.93을 기록한 하퍼에 1위를 내줬을 뿐 나머지 해는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반면 하퍼의 WAR 수치는 2012년부터 3년간 각각 5.0, 3.8, 1.0으로 지난해 전까지는 트라웃의 상대가 아니었다. 야구선수가 타격만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외야수로서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아직까지는 최고선수 레이스에서 트라웃이 하퍼에 앞서가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하퍼가 그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팬그래프닷컴은 이번 시즌 개막 전 ZIPS/Steamer WAR 예상에서 트라웃에게 +8.7, 하퍼에게 +7.3을 줬다. 하지만 시즌 첫 2주 경기를 마친 뒤 그 결과를 반영해 새로 나온 프로젝션에서 트라웃은 +7.9, 하퍼는 +7.2을 받았다. 시즌 개막전 1.4 포인트 차이가 2주 만에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하퍼가 트라웃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무리 하퍼라도 지금의 맹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트라웃이 제 모습을 찾아간다면 레이스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나이는 트라웃이 한 살 많고 데뷔도 약간 빠르긴 하지만 사실상 이들은 4년전 같은 날 슈퍼스타로서 커리어 레이스를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자리를 향한 이 둘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팬 입장에서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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