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 브레이크는 시즌의 반환점을 의미한다.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가고 다음 주말부터는 시즌 후반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론 이미 시즌의 반환점이 지난 상태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이미 7일(한국시간)까지 최저 84경기에서 최고 87경기를 소화해 162경기 시즌의 절반 지점인 81경기를 통과했다. 실제로 시즌은 이미 후반기로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시즌 전반기 성적표를 점검할 시점이 됐다. 우선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으로 인해 한국팬들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문인 신인왕 레이스를 AL와 NL로 나눠 살펴본다.
내셔널리그(NL)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스프링 캠프에 초청받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낸 이대호(34)가 시즌 전반기를 마친 현 시점에서 당당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로 올라선 것과 마찬가지로 내셔널리그에서도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 빅리그에 도전한 또 한 명의 코리안 오승환(3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신인왕 레이스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개막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중간계투로 눈부신 활약을 이어간 끝에 이제 당당히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로 승격, 후반기 더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오승환의 전반기 성적(이하 한국시간10일 현재)을 살펴보면 충분히 리그 신인왕을 노려볼 자격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44경기에 출장해 44⅓이닝을 던지며 단 26안타와 13개의 볼넷만을 내줘 이닝당 안타+볼넷(WHIP)이 0.88에 불과하고 삼진은 59개를 잡아내 9이닝당 탈삼진수가 11.98에 달한다. 패배 없이 2승2세이브와 14홀드를 기록한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62다.
현재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불펜투수 중 이닝 수와 탈삼진 수,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1위에 올라있고 WAR에서도 선발투수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 이어 팀내 투수 중 2위에 올라있는 등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다.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그의 성적은 의심할 여지없는 톱클래스다. 루키 구원투수 가운데 오승환은 등판경기 수, 투구이닝,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 모두 NL 1위에 올라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루키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위다. 오승환이 전반기의 호조를 시즌 막판까지 계속 이어간다면 그는 분명한 NL 신인왕 유력 후보 대열에 포함될 것이다. 더구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엔 세인트루이스의 클로저로 나서며 세이브를 쌓아간다면 오승환의 후보 자격은 더욱 빛이 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 오승환이 NL 신인왕을 받기는 이대호가 AL 신인왕을 받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경쟁자인 NL 루키들 가운데 워낙 눈에 띄는 거물이 많기 때문인데 이들은 보통 신인들과 달리 미 전국을 아우르는 지명도까지 보유하고 있어 정말 힘겨운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LA 다저스의 유격수 코리 시거(22)다. 이미 지난 수년간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던 시거는 올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데뷔한 뒤 그 엄청났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타율/출루율/장타율 0.298/0.358/0.524에 17홈런, 41타점, 60득점, 2루타 22개를 기록 중인 시거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신인왕 후보를 넘어 리그 MVP 후보로도 자격이 있다고 격찬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거마저도 NL 신인왕을 자신하기엔 아직 이를 만큼 올해 NL에는 거물 루키들이 많다. 우선 당장 뇌리에 떠오르는 선수가 바로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루키 센세이션 트레버 스토리(콜로라도 로키스)다. 올 시즌 개막 후 첫 6경기에서 홈런 7개를 때려내 메이저리그 기록을 다시 썼던 스토리(23)는 이후 불가피하게 기세가 다소 누그러들기는 했으나 아직도 타격 0.260/0.330/0.546에 21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루키 중 홈런과 타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파워 넘버는 그가 타자들의 천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경기 절반을 치르는 것으로 인해 평가 절하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와 시거의 성적이 우열을 가르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날 경우 대부분 투표인단들은 시거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토리가 이번 114개의 삼진을 기록해 시즌 200삼진을 넘어서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후반기에 그가 다시 불이 붙어 성적이 시거를 훨씬 능가하게 된다면 다시 예측불허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NL 신인왕 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선수를 꼽으라면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 동료인 유격수 알레드미스 디아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부상을 입은 세인트루이스 동료 맷 카펜터를 대신해 루키로 올스타로 발탁된 사실이 말해주듯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후보다. 현재 디아스의 성적(타격 0.316/0.379/0.540, 13홈런 48타점 56득점)은 이미 시거와 스토리를 위협하는 수준이고 그의 OPS 0.919는 이미 시거와 스토리를 추월했다. 수비 능력이 매우 중요시되는 포지션에서 그의 수비는 시거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세지만 아직 시즌이 절반이나 더 남아있는 상황에선 다크호스 신인왕 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이밖에 시거의 다저스 팀메이트인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28)도 7승6패, 평균자책점 3.07의 성적으로 여전히 후보대열엔 남아있다. 마에다는 시즌 첫 4번의 선발등판에서 3승, 평균자책점 0.36의 눈부신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엔 주춤하고 있어 후반기에 뚜렷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 계속 후보로 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다크호스 후보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우완 선발투수 주니어 게라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지난해 만 30세의 나이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한 게라는 지난해 단 4이닝을 던진 뒤 방출됐고 밀워키에 의해 픽업됐는데 이번 시즌 12번의 선발등판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 2.93의 성적을 올리는 깜짝 활약으로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신인왕 후보들이 깔려있지만 일단 전반기 신인왕을 꼽으라면 거의 만장일치로 시거가 꼽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절반이 더 남아있고 신인왕 레이스는 이제 겨우 본격 시동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반기에 20홈런과 40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레이스를 맹렬하게 출발했던 작 피더슨(LA 다저스)은 후반기엔 6홈런과 14타점을 추가하는데 그쳤고 결과적으로 NL 신인왕 투표에서 3위표 1장을 얻는데 그쳐 공동 6위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전반기까지 신인왕 후보로는 언급도 되지 않았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시즌이 끝난 뒤 2위표 4장, 3위표 16장을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레이스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인트루이스의 ‘클로저’라는 ‘날개’를 단 오승환이 후반기 신인왕 레이스를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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