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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점차 도루' 박해민 사과 논란, 니퍼트는 왜 화를 냈나①

발행:
대구=김우종 기자
두산 니퍼트(좌)와 삼성 박해민.
두산 니퍼트(좌)와 삼성 박해민.


'13점차'로 뒤지고 있는 팀의 한 선수가 2루를 훔쳤다. 그러자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의 투수가 갑자기 주자에게 '왜 도루를 하냐'며 화를 냈다. 결국 이 주자는 이닝 교대 때 투수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을 표했다. 주자는 삼성 박해민, 투수는 두산 니퍼트. 왜 지고 있는 상황서 도루를 시도한 선수가 사과를 한 걸까. 이날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삼성전.


두산은 1회초 김재환의 만루포로 삼성의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2회에 선발 타자 전원이 득점에 성공, 대거 10점을 올리며 14-0까지 달아났다. 라이온즈파크 3루 홈 관중석에서는 "돈이 아깝다", "이게 야구냐"라는 등의 한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회말 삼성 배영섭이 솔로포로 한 점을 만회한 가운데, 1-14로 뒤진 3회말 삼성의 공격. 선두타자 박해민이 1루 땅볼을 친 뒤 투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니퍼트가 오재일의 토스를 잘 잡았으나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다음 타자는 2번 김성훈. 초구는 헛스윙. 2구째 낮은 볼. 바로 이때 1루에 있던 박해민이 2루로 뛰었다. 두산 내야진은 무방비 상태였다.


상황은 직후에 벌어졌다. 니퍼트가 김성훈에게 3번째 공을 던지기 전, 갑자기 2루에 있던 박해민을 쳐다봤다. 이어 오른손으로 박해민을 직접 가리킨 뒤 팔을 한 차례 휘저으며 몇 차례 말을 건넸다. 한눈에 보기에도 니퍼트의 심기는 불편해 보였다. 내야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큰 점수 차를 등에 업고 있었지만 니퍼트는 이때부터 잠시 흔들렸다. 김성훈을 2루 땅볼로 유도한 뒤 구자욱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 타점을 내줬다. 이어 러프에게 우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점수는 3-14. 이승엽에게도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내준 니퍼트는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서야 3회를 마쳤다.


이어진 이닝 교대 순간. 니퍼트는 3루 더그아웃을 보며 서 있었다. 곧이어 수비를 나가던 박해민이 갑자기 모자를 벗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니퍼트도 사과를 받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 니퍼트는 왜 화를 냈을까


'불문율'. 공식적인 규칙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모든 구성원끼리 지키기로 합의한 약속이다. '홈런 타구 감상하지 않기', '퍼펙트 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을 하고 있는 투수를 상대로 경기 막판 번트 대지 않기' 등이다. '큰 점수 차 상황에서 도루하지 않기'도 당연히 불문율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크게 이기고 있는 팀에서 도루를 하지 않는 게 불문율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니퍼트와 박해민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크게 뒤지고 있는 팀에서 도루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한 점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플레이(최종 기록은 무관심 도루)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플레이를 한 박해민을 향해 왜 니퍼트는 화를 냈던 걸까.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경기 후 "야구 선수들끼리의 불문율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도루 수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박해민이) 뛴 부분에 대해 3회말 니퍼트가 남아 불만을 표출한 상황이다. 이에 이승엽이 3루 더그아웃 쪽에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박해민도 5회 타석에 들어선 뒤 니퍼트에게 재차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승엽과 박해민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감정적인 골은 사라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산 김태형 감독(좌)과 삼성 김한수 감독.


◆ "삼성이 먼저 수비를 뒤로 빼 우리도 뺀 상황이었다… 일종의 불문율"


두산 한용덕 수석코치는 보다 자세한 상황을 들려줬다. 경기 후 만난 한 수석코치는 "저쪽(삼성)에서 먼저 수비를 뒤로 뺐다. 그렇다면 우리도 빼는 게 맞다. 도루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접전으로 흘러가면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저쪽도 그럼 방망이로 쳐서 나아가야 하는데….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보시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고 있는 쪽에서도 점수 차가 너무 벌어져 있어 먼저 (수비를 뒤로) 뺀 것이다. 경기 중 (삼성) 수비가 먼저 뒤로 빠졌고, 그래서 우리도 뺐다. 그런데 그런 상황 속에서 지고 있다고 뛰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비를 뒤로 뺀다는 건 1루수를 비롯해 2루수 그리고 유격수까지 뒤로 물리며 수비를 펼치는 것이다. 베이스에 굳이 가까이 달라붙지 않는 수비 형태다. 즉 1루수가 뒤로 빠지고, 투수가 견제를 안 하면서 도루 수비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것. 이 경우, 1루 주자는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 얼마든지 도루를 할 수 있다.


이날 두산이 14-1로 앞선 3회초. 2사 후 에반스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하지만 삼성은 1루 주자 에반스를 잡아두는 수비를 하지 않았다. 삼성의 1루수는 4번 타자 외국인 러프였다. 러프는 1루에서 몇 걸음 뒤쪽으로 빠진 채 에반스를 묶어두지 않았다.


이때 에반스가 마음먹고 2루로 뛰면 세이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사실 14-1로 앞선 상황서 뛸 선수는 많지 않을 터. 그것이야말로 삼성에서는 신경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는, 불문율을 어긴 플레이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한국야구는 '타고투저' 경향이 대단히 심하기 때문에 초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결국 에반스는 1루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후속 양의지의 3루 땅볼 때 2루에서 포스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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