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조용운 기자= "대부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잖아요. 저는 그게 정말 싫습니다. 4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구자철)
구자철에게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은 축구 인생서 겪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세계 최고 무대인 월드컵을 뛰는 것이 오히려 악몽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준비하다 마지막에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던 것이 덜 아프게 다가올 정도였다.
구자철은 브라질월드컵이 내심 자신있었다. 대회 2년 전 2012 런던올림픽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감독과 선수들이 뭉쳤기에 짧은 준비 기간에도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쳤을 시기다. 브라질 대회를 함께 뛰었던 손흥민도 "그때는 철이 없었다. 패기로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돌아본 바 있다.
구자철만 그랬을까. 런던올림픽 동메달이 준 성과와 주역들의 만남을 기대한 건 축구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당시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자 귀국장에 엿 사탕을 던지며 난장판을 벌인 이유기도 하다.
4년이 흘러 러시아월드컵은 엿 받이로 전락했던 이들의 명예 회복 무대였다. 이번 신태용호에는 브라질에서 처절하게 실패를 맛봤던 8명이 최종 승선했다. 구자철을 비롯해 기성용, 손흥민, 김신욱, 이용, 김영권, 박주호, 김승규가 그들이다. 8명은 월드컵이 두렵고 패배에 대한 후폭풍이 어떨지 뼈저리게 알았다. 그래서 더 간절했고 열심히 뛰었다.
결과적으로 4년 전 실패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에도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마지막 독일을 상대로 저력을 발휘했지만 1승2패의 탈락 성적표를 가릴 수는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은 내려놓은 모습이다. 구자철은 독일전을 끝내고 취재진을 만나 "4년의 시간이 쉽지 않았다. 2014년 월드컵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가족이 있어 책임감을 가졌고 반전을 꼭 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속팀에서 골을 넣고 도움을 해도 대표팀에 오면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라고 브라질 실패 낙인을 지우는 게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럴수록 절친인 기성용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기)성용이와 서로 옆방이다. 그래서 밤마다 테라스에 나와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거의 매일 얘기한 것 같다"며 "내가 예전에 주장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성용이가 하려는 걸 방향을 정할 때든지 이야기를 나눴다. 내부적으로 단단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구자철 외에도 4년 전 아픔을 곱씹은 이들은 저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기성용은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각오 아래 온힘을 쏟다 멕시코전서 종아리를 다쳤다. 그래도 훈련에 동행하며 주장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에이스를 넘어 리더의 자격을 보여줬고 김영권도 팬심을 되찾았다. 김신욱과 이용도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박주호는 첫경기 부상에 신음했고 김승규는 출전하지 못한 아픔이 있지만 4년 전 기억을 충분히 지울 만하다.
가장 평판이 달라진 김영권은 러시아로 떠나기 전 "4년 전 실패를 했다. 두 번의 실패는 하고 싶지 않다. 실패의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걸 또 느끼고 싶지 않다"며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고 싶다. 그런데 나도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심적 부담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김영권은 자신을 이겨냈고 신태용호 수비의 핵심이 됐다. 대회를 마친 그는 "정말 죽을 각오로 뛰었다. 그런데 조별리그 탈락으로 월드컵은 또 실패를 했다. 성적으로는 만족을 못한다. 앞으로도 월드컵에 더 도전할 텐데 잘 할 수 있게 반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고개를 숙이고 엿 세례를 받을 때와는 목소리부터 달랐다. 4년의 고충을 이들은 분명 극복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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