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개막전이 하필 대전하나 원정? 손정현 "남의 잔칫집 망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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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서재원 기자= K리그2에서 새 시즌을 시작하는 경남FC 수문장 손정현의 각오는 남달랐다.


손정현에게 2019년은 아픔이었다. 소속팀 경남이 K리그2로 강등됐는데,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5년 전 경남이 처음 강등됐을 때도 그랬다.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손정현은 38라운드 중 13경기 만 경기에 나섰다. 승강플레이오프 2경기도 모두 벤치에서 지켜봤다. 경남이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한 2018년에 25경기에 나선 점을 고려한다면, 출전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손정현은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것도, 팀이 강등된 것도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자신이 나선 13경기 중 딱 1골만 막았더라면 강등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든 12월 한 달을 보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팀을 떠나려고도 했다.


손정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의 첫 프로팀이자, 자신을 키워준 경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이번 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경남의 K리그1 승격을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태국 방콕 전지훈련지에서 그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경남이 K리그2로 강등됐다. 이번 시즌 준비는 다른 때와 또 다를 것 같다.


제가 경남에서 강등을 두 번 당했다. 입단 첫 해였던 2014년에 당했고, 작년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이 팀 소속으로 승격을 한 적이 없다. 2017년에 승격을 했을 땐 제가 군대에 있었다. 승격에 주역은 아니더라도, 일원이 되고 싶다. 승격하는 게 1순위 목표다.


- 경쟁자가 팀을 떠났다. 이번 시즌은 더 많이 뛸 수 있을 것 같나.


욕심을 내야한다. 작년에 경기를 많이 못나가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위치가 어디가 됐든, 선수 입장에서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많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이 나가고 싶다.


- 지난겨울에 팀을 떠날 줄 알았다.


올 겨울은 특히나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마음대로 되는 건 없었다. 사실 어디를 가든 경쟁이다. 다른 데로 간다고 해서 경기를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곳에서 원한다고 하더라도 주전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경기에 나서지 못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도 했다. 2018년에는 잘 했고, 팀도 잘 됐다. 2019년은 제가 잘하지도 못했고, 팀 성적이 안 좋았다. 작년 12월에 선수로서 많이 힘들었다.


- 겨울 이적시장에서 골키퍼들의 연쇄이동이 이어졌다. 어떻게 지켜봤는가.


재밌더라. 누가 어디로 가는지 기사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는 경남에 남는 게 1순위였다. 물론 선수가 남고 싶다고 해서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갈고 싶다고 해서 갈 수도 있는 게 아니다. 저는 이적시장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 나올 때마다 미친 선방쇼를 펼쳤다. 그런데도 주전을 왜 꿰차지 못했는가.


감독님만 아시는 부분인 것 같다. 감독님이 제게 정확한 킥 능력을 요구하셨는데, 제가 그 부분이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 저나 제 주위 분들 모두가 아는 부분이다. 요즘 골키퍼의 특성상 막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저는 막는 거는 정말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설기현 감독님도 발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하신다. 양지원 코치님도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짜주신다. 훈련을 하면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런 부분에서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래도 막는 것은 잘 막는다.


- 설기현 감독님도 발기술을 중요시 한다고 했다. 전술 적응이 괜찮은가.


빌드업이라는 게 골키퍼의 발기술에 대한 비중이 큰데, 설 감독님 같은 경우는 공이 골키퍼까지 전환이 됐을 때 필드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체크해주신다. 중앙 수비와 미드필드진, 사이드 선수들의 위치까지 정해주신다. 제가 조금 더 이 전술을 이해한다면, 어디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 패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은 없던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그동안 많은 지도자들을 경험했다. 설기현 감독은 어떤 부분이 다른가.


경남에 있으면서 전술적인 부분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가져가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감독님은 포지셔닝에 따른 위치, 주변사람들의 위치까지 세세하게 잡아주신다. 2018년엔 승률이 높았지만 패턴이 어느 정도 일정했다. 말컹 또는 네게바를 활용한 공격이 전부였다. 올해 같은 경우는 선수들도 다양하게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다. 감독님이 제시한 패턴 플레이가 녹아든다면, 상대팀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골키퍼까지 활용해 플레이하라고 말해주신다. 줄 곳이 없어서 골키퍼에게 패스하는 게 아니라, 골키퍼를 이용해 공격 전개를 하라는 뜻이다. 제가 감독님 전술에 맞게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승격의 일원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 반대로 강등의 책임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닌가.


제가 리그만 13경기를 뛰었는데, 26골을 실점했다. 한 경기에 평균 2골씩 실점했다. 아마 무실점 경기는 한 번 밖에 없었고, 매 경기 실점했다. 돌이켜보면 제주전에서 2-2로 비겼을 때 만약에 1골만 덜먹었으면, 대구에서 0-1을 졌을 때 1골을 안 먹어서 승점 1점을 얻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제가 뛴 경기에서 1골이 제게 큰 책임이다.


(이)범수형이 뛰면 0-1 또는 1-2 경기가 많았다. 그런데 제가 뛰면 더 많은 골을 실점했다. 3-3 스코어가 두 번이나 있었다. 2-2 스코어도 한 번 있었다. 공격수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실점이 많았다는 것은 제 책임이다. 그래서 1골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만약 지난 시즌 한 경기도 못나간 선수가 있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에 못 나간 것도 그 선수의 책임이다. 그 또한 강등의 책임이 될 수 있다. 경기를 많이 안 뛴 것보다 제가 뛴 경기에서 1골의 실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 실점이 많았어도, 뛴 경기를 보면 대부분 엄청난 선방쇼를 보였다.


2018년에는 들어가는 공도 골대 맞고 나갔다. 2019년에는 안 들어갈 골인데 들어간다던지, 막았는데 상대 발 앞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느낌적으로 그랬다. 잘 되려면 이렇게 잘 되고, 안 되려면 이렇게까지 안 되는구나 느꼈다. 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못 이긴 기간이 너무 길다. 제가 부족했다고 이야기할 수박에 없다. 밖에서 볼 때도 제가 부족해 보였을 거다.


- 지난해 수원삼성전에서 미친 선방쇼로 타가트를 꽁꽁 묶었다. 경기 후 '구티의 그날'을 언급했다. 새 시즌에는 '손정현의 그날'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나.


감독님이 요구하는 전술을 선수들이 얼마나 익숙해지느냐에 따라 최소 플레이오프는 가능할 거라고 본다. 선수들이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결과도 있을 거다. 다이렉트 승격도 못할 건 없다고 본다. 우리가 최종 목표를 완수한다면 다이렉트 승격도 문제 없을 거다.


- K리그2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K리그1보다 K리그2가 더 치열할 것 같다. 사실 2018년 개막전을 뛸 때도 긴장을 했다. 그런데 올해 개막전을 준비하는 게 더 긴장된다. 스트레스적으로 다가온다. 개막전 상대가 하필 대전 원정이다. 제가 경남에 있는 동안 거의 개막전을 홈에서 했다. 처음 원정인 것 같다.


- 개막전이 대전하나시티즌의 재창단 후 첫 홈경기로 펼쳐진다. 홈 팀의 축제 분위기로 펼쳐질 경기다.


잔칫집일 거다. 우리는 잔칫집을 망쳐야 하는 입장이다. 축하해주러 가는 게 아니다. 저희도 나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새 시즌의 목표를 듣고 싶다.


0점대 실점율을 기록하고 싶다. 팀적인 목표는 승격이다. 제가 0점대 실점율을 하면 승격할 확률이 클 거다. 더불어 올 시즌은 시상식에 한 번은 가보고 싶다. 아직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 커리어적으로 목표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경남에서 은퇴하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경남에서 최대한 꾸준하게 하고 싶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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