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호익 "철이형! 죽을 준비하시고 만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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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거제] 서재원 기자= 장호익(28)은 수원삼성의 원클럽맨이 되겠다는 두 번째 다짐을 했다. 더불어 자신을 괴롭히던 홍철(31, 울산현대)과 맞대결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다.


장호익에게 2020년 12월 10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인생 최대의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빗셀고베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 승부차기 7번째 키커로 나섰는데, 장호익의 발을 떠난 슈팅은 골대 위로 솟구쳤다. 그는 풀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장호익은 축구를 하면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장서부터 흐른 눈물은 라커룸을 지나 버스에 탈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휴대폰을 켰더니 그를 위로 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메시지를 보니 더 서글펐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뒤덮였다. 그때 장호익은 다짐했다. 등번호 35번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35살까지 수원에서 뛰겠다고 말이다.


이번이 두 번째 다짐이다. 사실 장호익은 데뷔 첫 해에도 원클럽맨을 외쳤다. 그땐 아무 것도 몰랐다. 자신을 프로에 데뷔시켜준 구단에 대한 감사함 하나로 수원에 충성을 다짐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자신의 의지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곳이었다. 선후배들이 각자의 이유로 하나 둘씩 팀을 떠났다. 장호익도 한 때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다. 잠시 초심을 잃었을 때였다. 데뷔 때 장호익은 간절함 하나로 뛰던 선수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실타래 하나가 꼬이니 모든 게 엉망이 됐던 때다. 몸이 망가져 있을 때 군입대를 결정했는데,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까지 당했다.




지난 9일 경남 거제에서 만난 장호익은 "데뷔 때(2016년)는 배고팠다. 어렵게 프로에 들어왔고 어렵게 기회를 받았다. 그래서 처절하게 뛰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었다. 그런데 점점 연차가 쌓이다보니 배고픔을 잊었던 것 같다. 2018년은 돌리고 싶지 않은 한 해다.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다. 연차 수도 있다 보니 배고픔을 모르게 됐다. 그로 인해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몇 년을 되돌아 봤다.


장호익은 부상 후 재활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때 평생의 은인을 만났다. 일본에서 재활을 했는데, 당시 통역을 담당한 이강선(前 수원 홈타운 직원)씨와 더불어 수원 선배인 정성룡(가와사키프론탈레)과 오장은(現 수원 코치)이 아낌없는 도움을 줬다. 장호익은 "큰 부상을 당하고 난 뒤 좋은 형들을 만났다. 성룡이형, 장은이형, 강선이형 등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사실 인터뷰에서 너무 많이 언급했는데, 그래도 고마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다. 평생 갚아야 할 사람들이다. 타지에서 너무 큰 도움을 줬다. 형들 때문에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라며 마음가짐을 달리한 계기를 밝혔다.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예전의 간절함도 플레이에 녹아 나왔다. 팀 사정으로 지난 시즌 주로 스리백의 한 축으로 뛰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몸을 날리는 헌신 등으로 수원의 반등을 이끌었다. 팬들도 다시 그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장호익은 "2016년과 2017년 때 생각을 많이 하면서 뛰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오랜 만에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데, 초심을 생각하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며 "현재 수비진에 부상자가 많다. 그래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잘 하는 사람이 경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경쟁의 단계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장호익도 어느새 수원의 중고참이 됐다. FA컵 결승에서 홍철에게 뒤통수를 얻어맞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장호익도 "이제 저도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선배들도 받쳐줘야 한다.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철의 눈에 장호익은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듯하다. 수원에 있을 때 늘 장호익을 괴롭혔는데, 팀을 떠났음에도 SNS상에서 누구보다 장호익을 많이 찾기로 유명하다. 이에 장호익은 "괴롭힘을 많이 당하긴 했는데, 철이형이 또 착하다. 심하다 싶으면 바로 카톡이 온다"라면서도 "철이형은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이제 상대팀으로 만난다. 저도 운동장에서 봐줄 생각이 없다. 저의 120%의 힘을 써서라도 철이형을 막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적으로 막아야 할 홍철에게 한 마디 해줬으면 한다.) 운동장 안에선 선후배가 없다. 공격을 나온다면 죽을 준비하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생활하면서 당했던 것을 운동장에서 복수하겠다"라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장호익은 2021시즌을 도약의 해로 정했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과 사랑을 갚아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박건하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수원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는데, 박 감독의 뜻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장호익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의욕이 남다르다. 운동장에서 눈빛들이 살아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이 새로 오신 후 팀이 하나로 뭉친 게 느껴진다. 경기에 나서도 질 것 같은 느낌도 안 든다. 실점을 해도 공격수가 넣어줄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감독님이 오신 뒤 원팀과 '수원 정신'을 강조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팀에 잘 녹아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계속 경기에 뛰게 해주시다 보니 더 성장했다. 몸도 많이 올라왔다.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해 드리고 싶다.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라는 어필도 확실히 했다.


장호익은 마지막으로 "수원은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고향이 전북 군산인데 지방에만 있던 촌놈이었다. 수도권으로 처음 올라와 많은 것을 배웠다. 게다가 수원은 저를 두 번 구해준 팀이다. 프로에 데뷔했을 때가 첫 번째고,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믿고 써주신 게 두 번째였다. 재계약까지 해주셨다. 감사함이 큰 팀이다. 어떻게든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 원클럽맨을 꿈꾸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도 이제는 확실히 안다. 하지만 원클럽맨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라며 "이번 시즌 목표는 수원을 다시 ACL로 이끄는 것이다. 작년 ACL에서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 보여드리지 못했던 것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팬들과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하루 빨리 팬분들도 보고 싶다. 어떻게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보답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뛸 테니, 저희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새 시즌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남겼다.




사진=수원삼성,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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