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20조 2000억원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불법도박 실태조사 때와 비슷한 액수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경기가 전세계적으로 중단되지 않았다면 시장 규모는 10~13% 증가된 22조 2000억~22조 8000억원 정도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요행'에 의존하려는 대중들의 심리와 비대면 시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한 불법 도박 시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의 심각한 폐해
불법스포츠도박은 막대한 공적 기금 및 국가세수의 손실을 낳고 있다. 불법도박 사이트가 해외서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부 유출 및 불법자금 세탁 등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지하경제의 한 부분으로서 탈세가 이뤄지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5년간 불법스포츠도박 규모를 기준으로 세금·기금의 손실액 합계는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의존력이 강한 청소년들의 심리를 악용, SNS 등을 통한 무분별한 광고로 청소년들에게 '게임'이라는 인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접수된 청소년 도박 상담 건수는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459명으로 5년 사이 16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는 재학 중인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문제 위험집단 비율이 100명 중 6.4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100명 중 21명이 위험 집단으로 조사되는 등 심각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의 또다른 폐해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프로스포츠는 2011년 축구, 2012년 야구, 배구, 2013년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승부조작이 적발돼 신뢰도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종목별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브로커들이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불법 자금으로 선수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불법스포츠도박은 불법대출, 폭력, 범죄조직 운영 등과 같은 더욱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조직폭력배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깊이 관여해 범죄 단체의 새로운 자금출처가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이 조직운영 자금마련을 위해 1400억원 상당의 불법스포츠 토토사이트를 운영, 4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실을 적발해 사이트 운영자 등을 검거하기도 했다.
범정부 차원의 단속 필요
그렇다면 이러한 불법스포츠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7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약 3개월간 경찰청의 '사이버 도박 100일 특별단속' 시행으로 불법스포츠도박의 합법 전환 효과는 약 1767억원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비정기적이며 단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단속 기간을 정례화하고 범정부적으로 여러 부처가 협업해 불법도박 사이트 근절을 위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현재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는 약 1~2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 반해 불법도박 사이트 신고·차단 처리 절차는 약 1개월 이상이 걸려 차단 실효성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심의 이전에 불법도박사이트 임시(긴급) 차단 제도를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매출총량제 합리적 정비 절실
불법 이용자의 제도권 내 흡수를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투표권 사업의 경우 2011년 매출총량제 준수 의무 도입 이후 발매중지(2011년 3일, 2013년 5일, 2015년 10일, 2017년 36일, 2018년 14일, 2019년 7일) 등 인위적 매출 저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합법시장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해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팽창세를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불법스포츠도박 규모는 2011년 7조 6000억원에서 2019년 20조 5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결국 투표권 사업에 대한 매출총량제는 사업의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며, 스포츠토토를 합법과 불법 시장 규모 차이가 가장 큰 산업으로 만들었다. 사감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합법사행산업 업종별 합법 및 불법 시장 규모의 비율은 경마가 52:48, 경륜이 44:56인 데 반해 스포츠토토는 20:80(합법 5조 1099억원, 불법 20조 5106억원)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사행산업별 특수성(산업별 성장추이, 코로나19로 인한 불법스포츠도박의 팽창 등) 및 불법도박시장 견제기능 등을 고려해 매출총량 제도를 현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불법도박시장을 고려한 총량설정, 사행산업별 유통구조 및 성장률 등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합법 사행사업자의 적극적 불법도박 근절 활동 유도를 위해 업종별 불법도박 근절 활동 실적과 기여도를 평가하고, 매출총량에 불법도박 근절 기여도를 수치화해 반영하는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합법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
불법스포츠도박 대응력 강화를 위한 사업 환경의 개선도 절실하다.
스포츠베팅이 활성화된 해외 국가들은 불법스포츠도박 근절 및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쟁시장 대비 거의 동등한 수준의 사업환경(적정 환급률, 상품의 다양성 강화, 모바일 발매 채널 운영, 경기 진행 중 참여방식 채택)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유럽의 스포츠베팅 사업자 대부분은 환급률 상향 조정(2016년 최저 75% 이상)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더 많이 되돌려 주기 위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 베팅 이용자들은 불법 스포츠도박 감소를 위해서는 단속이나 차단보다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합법 이용객의 경우 '환급률 상향'을 가장 시급한 조치로 꼽았고, 모바일 베팅 허용 등도 요구했다.
이러한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결국 불법스포츠도박의 수요를 합법사행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켜 통제 가능한 제도권 내에서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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