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형욱(50) 키움 단장이 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에플러(28)를 높게 평가했다. 올해 초 2경기 만에 방출된 '땜빵 투수' 조쉬 스미스(34)와 비교에는 "스미스보다 훨씬 나은 선수다. 비교도 안 된다"라고 펄쩍 뛰었다.
키움은 지난 17일 "에플러와 총액 40만 달러(약 4억 7000만원)에 2022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플러는 키움이 지난 7월부터 관심을 가진 선수였다. 이때도 내부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고형욱(50) 키움 단장이 직접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갔을 때도 후보군에 있었다. 두 눈으로 기량을 확인한 고형욱 단장은 투수 1순위였던 어빈 산타나(39) 영입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했다.
하지만 에플러 영입 소식이 전해진 후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영입을 확정 지은 야시엘 푸이그(31)나 투수 1순위였던 산타나보다 이름값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에플러는 메이저리그를 밟아보지 못했고, 트리플 A 통산 성적도 74경기 23승 24패 평균자책점 4.91에 불과했다. 올해는 워싱턴 산하 트리플 A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에서 19경기(선발 15경기) 2승 9패 평균자책점 7.75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단번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어려운 기록의 연속이다.
고형욱 단장은 17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워싱턴 트리플 A팀에 있을 때 투수 코치가 에플러의 투구 매커니즘에 손을 댔다. 팔 높이를 낮췄는데 효과를 못 봤다"고 부진의 이유를 짚었다. 하지만 최근 도미니카에서 확인했을 때는 팔 높이가 수정됐고, 과거 좋았던 시절 투구를 보여줬다는 것이 고형욱 단장의 설명이다.
무명의 투수, 평범한 트리플 A 성적, 40만 달러라는 저렴한 연봉까지. 팬들은 2021시즌 초 키움이 총액 60만 달러(약 7억 1000만원)에 영입했던 스미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스미스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음에도 평균자책점 6.30의 기록만 남기고 2경기 만에 교체됐다. 생각보다 빠른 퇴출과 그의 대체 선수가 제이크 브리검(33)이었던 탓에 스미스는 '땜빵 투수'라는 오명도 얻었다.
그러나 고 단장은 에플러를 보며 스미스보단 2017년부터 올해까지 뛰었던 '장수 외인' 브리검을 떠올렸다. 브리검은 지난 5년간 50승 26패 평균자책점 3.63으로 오랜 기간 키움 마운드를 지탱해준 '효자 외인'이기도 했다.
에플러는 큰 체격(키 196㎝, 몸무게 104㎏)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0㎞ 이상의 빠른 직구와 제구되는 다양한 구종이 장점이다. 고 단장에 따르면 에플러의 주 구종은 커브와 체인지업이지만, 그 외 구종인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커터, 슬라이더도 범타를 유도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투구 메커니즘을 건드리기 전 기준이라면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은 2.02개로 제구력도 준수하다. 같은 기간 9이닝당 피홈런이 0.88개로 다소 높은 것이 단점이다.
이처럼 에플러는 큰 체격, 시속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 다양한 변화구 구사, 준수한 제구력이라는 장점, 심지어 피홈런이 많다는 단점까지 브리검과 똑 닮았다. 브리검도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피홈런이 0.9개였다.
고 단장은 "올해 (스미스를 대체할 선수 영입을 위해) 브리검을 직접 보러 갔었다. 그때 대만에서 본 브리검과 지난달 도미니카에서 본 에플러를 비교해보면 에플러가 훨씬 나았다"라고 단언했다.
비교 대상이 된 '2021년 브리검'은 10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이랬던 브리검보다 더한 기량이라면 리그 1선발급 선수를 찾은 것이 된다.
에플러의 영입은 키움에 또 한 가지 의미를 지닌다. 보통 피홈런이 많은 투수는 기피 대상이지만, 키움은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믿고 브리검을 영입해 성공을 거뒀다. 비슷한 유형의 에플러마저 순조롭게 연착륙한다면 '뜬공 투수'들에 대한 영입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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