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 트레이 힐만(59)의 사위로도 잘 알려진 브렛 필립스(28·탬파베이)가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였다.
필립스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갖가지 경험을 다 했다.
먼저 팀이 0-12로 대패했다. 그것도 아직 루키 자격도 떼지 못한 신인 투수 리드 디트머스(23)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했다. 디트머스는 9이닝 동안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에인절스 역사상 12번째이자 최연소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이 노히트노런은 심판에 의해 깨질 수도 있었다. 그 상황을 만든 것이 필립스였다. 탬파베이가 0-8로 뒤진 7회초 1사에서 필립스는 디트머스의 7구째 커브를 받아쳐 1루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다. 에인절스 1루수 재러드 월시(29)는 몇 차례 공을 더듬다가 결국 포구하지 못했고 필립스는 1루에 진출했다.
오랜 판정 끝에 월시의 실책으로 판명되자 에인절 스타디움 홈관중들은 떠나갈듯 함성을 질렀다. 디트머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월시가 박수를 친 것은 당연한 결과. 그런데 졸지에 안타를 빼앗긴 필립스도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미소 지었다.
MLB.com에 따르면 필립스는 이 판정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필립스는 경기 후 "나도 내 안타를 봤다. 내가 생각했을 때 타구 속도는 시속 92마일 정도 나온 것 같다. 전혀 어려운 타구가 아니었다. 1루 베이스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은 실책이었다. 그래서 이번 노히터는 깨끗하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투덜댄 조 매든(68) 에인절스 감독의 인터뷰가 민망해 보일 정도로 깔끔한 인터뷰였다.
필립스의 색다른 경험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탬파베이는 8회초에도 득점하지 못하며 0-8로 패색이 짙어지자, 우익수로 출전했던 필립스를 투수로 등판시켰다. 필립스에게는 올해 2번째, 프로 커리어 통산 3번째 등판이었지만, 최고 구속이 54.9마일(약 88㎞)에 불과할 정도로 의미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1사 1루에서 마이크 트라웃(31)에게 중월 투런포를 내줬고 오타니 쇼헤이(28)에게는 우전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석이 특이했다. '우타 거포' 앤서니 렌던(32)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좌타석에 들어섰다. 2구째 필립스의 공을 퍼 올렸고 타구는 에인절 스타디움 우측 담장을 넘어 2점 홈런이 됐다. 에인절 스타디움과 중계진이 떠들썩해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필립스는 이 역시 "솔직히 말하자면...."이라고 뜸을 들인 뒤 "렌던이 (홈런을 치고) 홈플레이트에 들어와 (유니폼 뒤에 새겨진) 그의 성이 보이기 전까지 홈런을 친 선수가 렌던이라는 것도 몰랐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필립스는 힐만 전 SK 감독의 사위로도 한국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졌다. 2020년 탬파베이로 이적해서는 최지만(31)과 함께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끄는 유쾌한 선수다. 2020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최지만의 대주자로 출전한 뒤 9회말 2사 1, 2루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탬파베이의 승리를 이끌어 일약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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