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 기온이 30°C에 달하는 요즘 더운 날씨. 장발 에이스는 경기 후 인터뷰 내내 땀을 뻘뻘 흘렸다. 그래도 머리와 턱수염을 깎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머리도 길고, 수염도 나서 더운 건 맞다. 여름은 한국의 가장 더운 시기인데, 아마 2주 정도 지나면 긴팔도 입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저도 (머리와 수염을) 자르고 싶긴 한데, 이 상태로 그동안 계속 잘 던져와서 계속 기르고 있다."
역시 에이스는 에이스였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LG 장수 외인 케이시 켈리(33)는 책임감을 보여줬다. 3일 잠실 SSG전에서 선발 등판한 그는 7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 달성에 성공했다. 다승 부문 공동 2위.
LG는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결과는 무승부. 불펜을 많이 소모한 상황에서 켈리는 이닝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주는 책임감을 보여줬다.
경기 후 만난 켈리는 "전날 불펜진을 많이 소모한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을 아끼기 위한 노력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켈리는 7회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1실점으로 선방했다. 특히 마지막 타자 오태곤을 루킹 삼진 처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LG 팬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당시 순간을 돌아본 켈리는 "굉장히 특별했다. 지난 2년 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관중들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이제 다시 팬 분들께서 돌아오셨다. 관중들 앞에서 야구를 하며 에너지를 받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게 목표다. 팬 분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것에 대해 특별함을 느낀다. 이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팬 분들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프로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게 만들어 주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켈리가 등판하는 날이면 늘 아내와 아이들이 경기장을 찾아 함께한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다. 경기장서 어느 자리에 앉는지 알고 있지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사태로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가족들은 제게 늘 큰 힘이 된다. 함께 지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날도 5이닝 이상 책임지면서 67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에 성공한 켈리. LG 팬들에게 있어 켈리는 가장 고맙고 든든한 최고의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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